트럼프 vs 법원… ‘출생시민권 금지’ 오락가락… 출산 앞둔 비영주권자 한인들 애태운다
애틀랜타와 워싱턴D.C.에 사무실을 둔 중견 로펌 아널 골든 그레고리(AGG)의 랜스 리 변호사는 최근 관세·투자 인센티브와 관련해 쏟아지는 한국 기업의 문의 속 출산을 앞둔 직원들의 하소연이 늘었다고 했다. “다음달 딸이 태어나는데 어떻게 하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 등이다. 그는 “출산 예정 주재원 가정이 받는 심적 압박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조지아 등 28개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이 시행된다고 판결했다. 즉시 인권단체 반발이 일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행정명령 무효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ACLU의 집단소송은 28개 주에 대한 차별적 법적용을 막고 전국적으로 시민권 보호를 위한 동일한 법적 장치를 세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10일 뉴햄프셔주 연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행정명령을 일시 중단하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 명령은 항소권 보장을 위해 일주일 뒤인 17일부터 발효된다. ▶타주 이동 출산 관심=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한인 산모들은 타주로 옮겨 분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조지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은 출생 시민권 폐지 위험의 28개 주에 속한다. 스와니에 있는 이용승 산부인과의 이 원장은 10일 “출생시민권 우려로 산전진료 도중 타주로 이동해 분만하는 한인들이 점차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타주로 옮겨 출산하면 아기의 출생 시민권이 보장받을 수 있을까. 텍사스주의 김기철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여행 중 출산하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정책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민주당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로 이동해 출산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경우 ICE 비협조 방침을 밝힌 진보 성향 주로 옮겨 출산하는 것이 기관간 정보 공유를 통한 불시 추방 명령을 막는 데 중요하다. 다만 이 원장은 “의료기관 간 진료기록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서비스 연속성이 떨어져 산모 병력 등 고위험 요소를 확인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거리 여행 시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어진다. 타주까지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출생시민권 폐지되면= ‘위헌적 행정명령’이라는 주장에도 불구, 행정명령 대로 출생시민권이 폐지된다면 출생 신고시 부모의 이름·생년월일·주소지만 제출받던 기존 행정절차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부모의 체류신분을 확인하는 단계가 추가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영주권자 한인 부모라면 영사관에 출생신고 후,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부모 비자에 동반되는 자녀 비자를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애틀랜타 영사관 측은 “출생신고시 통상 3~4주 내 가족관계증명서가 나온다”며 “이 기록을 바탕으로 여권이 4주내 발급되는데 여권이 나오면 대사관에 비자 발급을 개별적으로 문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이 최종 판결= 지난달 연방 대법원은 일개 지법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는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에 초점을 맞춘 판결이다. 하급법원(연방지법) 판사의 평결은 연방 대법원 판결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법원과 하급심의 권한 차이를 분명히 하고, 하급 법원이 연방정부 정책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의 판결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마다 출생시민권 법 적용이 달라지는 불균형·불공정 상황이 발생한 점이다. 김 변호사는 “출생시민권 제한 정책의 위헌 여부는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텐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연방 법무부는 뉴햄프셔주 법원의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것임을 내비쳤다. 대법원이 판례화한 ‘견제와 균형’ 원칙이 다시 불복 근거로 쓰였다. 뉴햄프셔 법원의 결정을 전국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출생시민권 조지아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시행 행정명령 무효화
2025.07.11.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