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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허블-르메트르 법칙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가톨릭 사제가 종종 눈에 띈다.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 유전법칙의 멘델, 그리고 여기 소개하는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가 그런 경우다. 코페르니쿠스와 멘델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웬만한 것은 아는 사람이라도 르메트르 신부는 잘 모른다.     조르주 르메트르는 19세기가 막 저물 무렵 벨기에서 태어났다. 수학과 물리학에 두각을 나타낸 그였지만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29살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 후 로마 교황청 과학원장을 지냈으며, 66세에는 몬시뇰이 되었다. 몬시뇰은 업적이 훌륭한 사제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명예직이다.   르메트르는 평소 아인슈타인을 존경하여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토대로 우주팽창이론을 구상했다. 마침 솔베이 회의 참석차 브뤼셀에 온 아인슈타인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자기 이론을 설명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적인 우주를 확신하던 아인슈타인은 동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역겹다는 막말까지 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이따금 만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서로 불편해했다고 한다. 솔베이 회의란 벨기에의 부자 사업가 솔베이가 창립한 당시 최고 권위를 가진 물리학-화학 과학자 모임이었다. 1927년에 열렸던 제5차 솔베이 회의는 참석자 29명 중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였는데 거기서 코펜하겐 학파의 양자역학이 아인슈타인을 제쳤다. 어느덧 양자역학이 고전물리학을 대체하려는 전야에 와있었다.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문제가 생기고, 양자역학을 추종하는 후배들이 대놓고 덤벼들어서 기분이 언짢던 아인슈타인은 새파랗게 젊은 가톨릭 신부가 아버지뻘인 자기에게 팽창하는 우주에 관한 의견을 내자 불편했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은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고 르메트르의 이론에 동의했다고 한다.   우주의 팽창을 증명한 사람은 허블이었지만, 정작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사실 르메트르였다. 그는 허블보다 2년 먼저 허블 법칙을 알아냈고, 허블 상수를 추정했다. 가톨릭 신부였지만 그는 과학과 종교를 엄격히 구별하였는데 그는 최초의 우주는 부피는 없지만, 질량이 무한대인 한 점,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런 '원시 원자'가 폭발하고 팽창하여 지금의 우주가 되었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말하자면 빅뱅 이론의 창시자였다.     허블-르메트르 법칙이란 은하는 거리에 비례해서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천체물리학 박사학위 소지자만 모인 국제천문연맹 회의에서 '허블 법칙'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바꿀 것을 의결했다.     1963년 빅뱅 이론의 결정적인 증거가 미국 AT&T 회사의 기술자들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두 해 후에 논문으로 발표된 우주배경복사 소식은 벨기에 요양원에서 임종을 기다리고 있던 르메트르에게도 전해졌다.     그는 완전무결하신 하나님께 이 우주는 정지 상태인지, 아니면 그 시작부터 팽창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 했는데 다행히 죽기 직전에 자신의 이론이 증명된 것을 안 르메트르 신부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하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빅뱅 이론은 현재 우주론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그는 이미 백 년 전에 대폭발로 생긴 이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고 생각했던 진정한 선지자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르메트르 허블 르메트르 신부 조르주 르메트르 르메트르 법칙

2023.03.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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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허블 딥 필드

192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은하가 바로 우주였다. 그런데 변호사였던 에드윈 허블이 윌슨산 천문대에서 우리 은하 말고 다른 은하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그때까지 은하와 우주는 거의 같은 의미였는데 이 우주에는 우리가 속한 은하수 같은 은하가 무려 수천억 개나 있었다. 허블이 외부은하를 발견함으로 우주는 하룻밤 사이에 엄청나게 커졌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은 별이다. 그런데 좀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은 별들이 모인 성운이라고 생각했다. 허블은 그것이 은하수 은하 밖에 있는 외부은하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갑자기 우주가 수천억 배로 커져 버렸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망원경은 지구 대기층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대기권 밖에 망원경을 설치하기에 이르렀고, 1990년 일을 시작한 망원경에 허블을 기리는 의미에서 허블 우주망원경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허블 우주망원경의 운용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서 아무 일이나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돈이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회의적이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에 어떤 정신 나간 천문학자가 아무 근거도 없는 어떤 빈 곳을 뒤져보자는 제안을 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무시 되고 말았다. 그런 고가 장비로 열흘씩 관측해야 하는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허블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우주 구석의 공간에 엄청난 세상이 있었다. 우주 한쪽 구석에 바늘구멍 크기의 공간에서 약 3천 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지구 대기층의 방해로 일반적인 광학 망원경에 포착되지 않던 수많은 은하가 널려 있었다. 바로 허블 딥 필드다.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것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엄청난 세균이 득실거리는 것을 발견한 것과 같다.   지금까지의 발견으로 추측한 결과 우리 우주에는 적어도 약 25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는 추정에 이른다. 우리가 속한 은하수는 그런 은하 중 하나인데, 우리 은하수 은하에만 약 4000억 개의 별이 있다. 그렇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총수는 몇 개나 될까? 두 천문학적 숫자를 곱하면 된다. 우리 인간의 기준으로 그 정도의 거리와 숫자는 무한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계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지금 작년 성탄절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곳을 돌면서 더 환상적인 우주 사진을 보내고 있다. 우주 망원경의 발달로 우주는 더 커지고 은하는 우주 곳곳에서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참고로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는 그 너비가 10만 광년이다. 다시 말해서 은하수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는데 빛의 속도로 10만 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우주에 널린 은하 중 하나인 은하수의 변방에 태양이란 별이 있고, 그 태양 주위를 도는 여덟 개의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이 우주에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태양계의 규모로 보나, 은하수 은하만 놓고 보든지 더 나아가서는 우주 전체를 상상했을 때 지구 위에 사는 우리의 존재는 너무나 미약해서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바이러스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허블 필드 허블 우주망원경 우리 은하수 은하수 은하

2022.11.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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