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극화…'젠가' 처럼 위태
경제가 올해 예상외의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부유층의 소비가 전체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경기 성장을 이끌고 있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LA타임스는 경기 동향 분석 기업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최근 보고를 인용해, 현재 국내 상위 20% 소득층이 전체 소비의 약 3분의 2(67%)를 차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6일 보도했다. 하위 80%의 소비 비중은 팬데믹 이전 42%에서 37%로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과 저소득층이 지갑을 굳게 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양극화 현상을 게임 중 하나인 ‘젠가 타워(Jenga tower)’에 비유하며, 주식시장 하락이 부유층 자산을 흔들 경우 경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 피터 앳워터는 “현재 경제는 꼭대기만 커지고 하층부가 약한 ‘톱-헤비(top-heavy)’ 구조”라며 “부유층의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 역시 “고소득층이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라며 “만약 주식시장이 흔들리면 그들의 소비가 줄어들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위 및 중산층 가계는 여전히 높은 생활비·임대료·식료품비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신용불량자 증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복지 혜택 중단 등이 겹치며 소비 여력이 크게 줄었다. 소비 성향이 달라진 것은 업계의 반응에서도 두드러진다. 생활용품 제조사인 크로거는 저소득·중산층 고객들이 쿠폰 사용과 자체 브랜드 제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으며, P&G도 생필품을 대용량으로 사는 부유층과, 세일 상품만 찾는 서민층의 양극화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이에 애플사도 고가 전략에서 벗어나 저가형 노트북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타 연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일부 소비자들이 세탁 세제를 팟(pod)에서 액상형으로 바꾸는 등 절약형 소비로 전환 중”이라며, “기업들이 아직 심각하게 우려하지는 않지만, 소비 둔화 조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루이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스코델레스는 “과거에는 대량 해고가 발생해야 중산층의 소비가 줄었지만, 이번에는 경제 심리 악화가 소비 위축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2022년보다 완화됐지만, 팬데믹 이후 누적 물가 상승률이 27%에 달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여전하다. KPMG의 다이앤 스웽크는 최근 경기 보고서에서 “이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수준을 넘어 극단적 양극화로 번질 경우, 사회 불만과 갈등이 커지고 경제의 지속 성장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인성 기자양극화 경제 경제학자 피터 양극화 현상 현재 경제
2025.11.06.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