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도 대출 상환 부담…연체율 두배 급등
엔지니어로 일하는 김선우(50)씨는 최근 무이자 크레딧 카드를 새로 2개 더 만들었다. 은퇴한 모친의 병원비가 올해 초 갑자기 불어났고, 학자금 융자도 부담이 돼 3만 달러 가량을 변통하려는 것이다. 김씨는 “아내와 함께 연간 18만 달러 정도 벌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물가가 오르고 추가 비용들이 발생하면서 모기지와 자동차 페이먼트를 1달 늦게 냈다. 크레딧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여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김 씨처럼 연소득 15만 달러 이상 고소득 가구의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평가회사 밴티지스코어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소득 15만 달러 이상 가구의 대출 연체율은 2023년 이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산층(연소득 4만5000~15만 달러)의 연체율 증가폭인 60%, 저소득층(연소득 4만5000달러 이하)의 22%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다. 그동안 경제적 여유를 지닌 계층으로 여겨졌던 고소득층마저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가계 전반의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이 높을수록 연체율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는 이례적인 현상인 셈이다. 리카드 반데보 밴티지스코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BS머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고소득층도 이제는 경제적 충격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사무직 일자리의 부진과 주택 비용 상승, 고금리로 인한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팬데믹 이전 5년간 미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의 38%는 평균 이상의 고임금 일자리였지만, 2025년 들어 이 비중은 7%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소득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경우 재취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밴티지스코어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고소득층의 대출 연체율은 0.34%로 여전히 중산층(약 0.7%)이나 저소득층(1.75%)보다는 낮다. 그러나 연체율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 불안이 상류층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고소득층이 국내 소비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990년대에는 상위 소득층이 전체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50%에 육박한다. 이들의 소비 위축은 결국 국내 소비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편, 중산층 이하 계층도 여전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금융회사 프라이메리카의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 가구 10명 중 6명은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3분의 1 이상이 신용카드 사용을 늘렸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절약 소비 성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P&G의 안드레 슐텐 최고재무책임자는 “소비자들이 더 작은 용량을 찾거나 묶음 상품, 온라인 대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여파도 감지된다. 2024년 대선에서 인플레이션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CBS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가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대응에 불만족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고소득층의 연체 증가가 경기 둔화의 전조일 수 있다며, 향후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대응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인성 기자고소득자 연체율 대출 연체율 연체율 증가 현재 고소득층
2025.07.30.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