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성공 보다 안정을 바라는 젊은이들
아메리칸 드림은 다양한 것이 특징이자 매력이다. 성공하겠다는 꿈의 크기도 다르고, 국가에 대한 애정과 헌신의 깊이도 차이가 있다. 이민자들은 특히 큰 바람을 갖는다. 돈도 많이 벌면 좋겠고,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아 성공하며, 모든 것이 풍요롭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민자들의 꿈은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세대와 미국 사회가 달라지고 있으니 아메리칸 드림의 개념도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70~90년대 한인들이 미국에 도착하면 일상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생존’이 아니었을까. 남의 나라,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각오다. 이런 질긴 버팀이 성공의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도 같은 생각일까? 지금 젊은 세대는 생존을 넘어 ‘안정’을 중요한 목표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으로 ‘화려한 성공’을 위한 무리한 투자보다는 꾸준하고 편안한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사바나 예술대학(SCAD)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Z세대(1996~2012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생)는 아메리칸 드림을 주택 마련, 안정적인 직업, 의료 접근성, 교육 기회 등 기본적인 삶의 안정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힘들고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아메리칸 드림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멀게 느껴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특히 ‘재정적 안정’이 젊은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영화배우가 되거나 저택에 사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이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그런 수준의 꿈을 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세대가 느끼는 가장 큰 장애물은 주거비와 의료비다. 조사에 따르면 69%의 젊은 응답자가 주택 소유를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 요소로 꼽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장벽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현재 40세로 높아졌으며, 많은 젊은 층이 주택 구매 자체를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엔 “꼭 무리해서라도 집을 살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들어있다. 주택 구매를 목표로 허리띠를 졸라매던 부모 이민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또한 젊은 응답자의 69%가 ‘의료 접근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답해 전체 성인 평균(43%)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런 인식에는 달라진 경제 환경이 큰 몫을 했다. 일단 취업 시장 위축, 고물가, AI(인공지능)로 인한 일자리 경쟁, 정치·지정학적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젊은 응답자 100%가 학자금 대출을 주요 장애물로 꼽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은퇴 후 소셜연금에서도 삭감할 정도로 학자금 융자는 실제 평생 족쇄가 되기도 한다. 한 분석에 따르면 현재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평생 약 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물가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편안한 삶’의 기준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자동차, 양질의 의료 서비스, 자녀 교육, 보육 비용, 은퇴 준비 등이 모두 필수 요소로 인식되면서 기본적인 안정에 필요한 비용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야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라고 본다. 성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먼저 월 페이먼트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의미가 변한 것이다. 청년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성공을 안정적인 삶, 공동체 소속감, 개인의 행복 추구 등 다양한 형태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의 꿈을 한인 어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최인성 / 경제부 국장중앙칼럼 젊은이 성공 아메리칸 드림 현재 아메리칸 주택 구매자
2026.03.17.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