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지금 큰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끊임없는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자료의 평가와 분석을 거쳐 과학적 근거를 정립하고, 타당성·신뢰성을 갖춘 결론은 최적화된 진료를 위한 근거중심의학의 토대가 된다. 올해에는 고혈압과 관련해 새로운 전환이 제시된바,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환자들이 자주 문의하는 사항인데, 하루 중 혈압약을 복용하기 좋은 시간대는 언제냐는 것이다.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해 복용하는 시간대는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5월에 발표됐다. 캐나다에서 진행한 ‘BedMed’ 임상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 3,400명을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아침군과 저녁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저녁군으로 나누었다. 이들을 5년간 추적한 결과, 사망·뇌졸중·심근경색·심부전 등 혈관성 질환을 비롯해 낙상·치매·병원 입원 발생률에 있어서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혈압약을 아침에 복용하든 저녁에 복용하든 매일 같은 시간에 일관성 있게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돌이켜 보면 과거 대부분의 혈압에 관한 연구가 아침 복용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불충분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으로 아침 투여가 보편적이었다. 앞서 2022년 진행된 ‘TIME’ 연구에서도 2만 1000명을 아침군과 저녁군으로 나누어 5년간 관찰했는데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및 사망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번에 발표된 ‘BedMed’ 연구는 혈압약 투여시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확인하면서 오래전부터이어져 온 논쟁을 마무리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미국심장협회와 대한고혈압학회는 특별한 투여 권장시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올해 8월 미국심장협회가 새로운 고혈압 임상 진료지침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요점은 약물치료 시작점이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기존 2017년 지침은 일반 환자는 140/90 mmHg 이상일 때 약을 추천했으나, 새로운 개정안에서는 130/80 mmHg 이상일 경우, 단기간 내로 개선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고령층 등 고위험군 환자는 130/80 mmHg 이상일 때 투약을 시작하기로 한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또한, 모든 환자의 목표 혈압은 연령·기저질환 여부와 무관하게 130/80 mmHg 미만으로 통일했다. 이는 고혈압의 분류 및 치료 기준이 점점 엄격해지는 최근 세계적 추세와 맞닿아 있다. 혈압을 낮게 유지하면 심혈관질환·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연이은 임상연구를 통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령사회에서 치매 예방이 절실해진 가운데 고혈압이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점도 한몫했다. 앞서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일반 환자는 목표 혈압을 140/90 mmHg, 고위험 환자는 130/80 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내년에는 새롭게 개정된 임상 진료지침이 발표될 예정이다. 고혈압처럼 흔한 만성질환에 대한 접근방식은 집단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인을 위한 지침은 해외 한인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문의: (213) 674-7500 정준 내과 전문의 / 정준 내과서울메디칼그룹과 함께하는 건강 이야기 혈압약 일정 혈압약 투여시간 고혈압 환자 고혈압 임상
2025.10.14. 18:14
고혈압을 조절하고 고지혈증을 조절하는 것이 심장병이나 중풍 등의 혈관 질환뿐 아니라 신장 질환 등의 말초기관 장애를 예방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그런데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보면 가끔 혈압이 너무 낮다고 느낄 때, 환자 임의로 혈압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식당업을 하는 50대 중반의 구씨는 개인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몹시 받았다. 구씨는 항상 두통에 시달렸고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해 본 결과 혈압은 180/110mmHg 으로 매우 높았다. 의사의 권유대로 구씨는 혈압약을 복용하자 혈압은 곧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두통도 사라졌다.그러던 중 구씨는 최근 들어서 자주 어지럼증을 느꼈다. 특히 오후만 되면 맥이 빠지는 것을 느꼈고 앉아있다가 일어서면 어지러웠다. 혈압을 재보니 95/60mmHg로 조금 낮게 나왔다. 자신의 혈압이 너무 낮다고 생각한 구씨는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혈압약을 끊었다. 한 달 후에 주치의를 방문한 구씨는 자신의 혈압이 150/100mmHg 으로 다시 높아져 있는 것을 알았다. 고혈압 치료에 관한 최신 자료들을 보면 바람직한 혈압은 당뇨나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는 130/80mmHg 이하로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140/90mmHg 이하로 조절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혈압이 115/75mmHg 이하로 유지가 될 때 심혈관 합병증이 더욱 감소한다는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혈압 치료를 지나치게 하다가 보면 혈압이 너무 낮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압이나 혈중 콜레스테롤은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혈압이 너무 낮게 되면 기립 저혈압으로 어지러울 수 있는데 이는 특히 노인들에게서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너무 낮게 유지되어서 생기는 심각한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콜레스테롤 약으로 인한 근육통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수축기 혈압의 조절이 혈압 조절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혈압을 5mmHg만 낮추어도 심혈관계 합병증을 낮출 수 있다. 고지혈증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는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수치를 낮추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은 '위험군'의 경우 LDL을 100mg/dl 이하로 조절하고 '고위험군(very high risk group)'인 경우 LDL 수치를 70mg/dl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여기서 고위험군이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당뇨, 흡연, 고중성지방증 등의 위험 인자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문의: (213)383-9388 이영직 원장 / 이영직 내과건강 칼럼 혈압약 중단 심혈관 질환 고혈압 치료 혈압 조절
2021.11.09.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