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향한 적대감은 외국인이 없는 곳에서 가장 크다. 이슬람을 향한 적대감도 이슬람교도가 없는 곳에서 가장 크다. 우파 포퓰리즘 정당 투표자에 대한 혐오 또한 그들이 거의 없는 대도시에서 가장 크다. 부재하는 자들이 공포를 유발하고 증오를 불러온다. 바스티안 베르브너 『혐오 없는 삶』 필터 버블에 갇혀 서로 적대하고 혐오하던 이들이 편견을 넘어 친구가 된 현장을 찾아다닌 독일 저널리스트의 책이다. 답은 ‘접촉’이다. 그에게 한 취재원은 이렇게 말한다. “일단 사람을 진짜 알게 되면, 더는 그를 증오하지 못한다는 거죠.” 저자는 한 집회에서 거짓 언론과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남성도 만났다. 대화를 시작했고, 지금껏 남자는 어떤 기자와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30분 후 남자는 “정치적으로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화는 매우 좋았다”며 악수를 청했다. “구내식당에서 우리와 함께 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벌거나 적게 버는 사람들, 유튜브에서 다른 알고리즘이 뜨는 사람들, 또는 다른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들… 가끔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너무 당연하게 무시하면서 투표일 개표 방송 그래프에 나오는 다양한 막대 색깔을 보고 묻는다. 저런 인간들은 도대체 누구지?” 저자는 이렇게도 묻는다. “당신은, 당신과 완전히 다르거나 최소한 의견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마지막으로 언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가? …어떤 집단을 극단적이고 위험한 집단으로 정의하는 사람은 사회를 파멸로 이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혐오 투표일 개표 독일 저널리스트 우파 포퓰리즘
2025.05.21. 19:21
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총기 피격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고, 11월 대통령 선거 판세도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인근에서 유세 도중 총격 피습을 당했다. 사라져야 할 정치 테러가 또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트럼프는 총알이 귀를 스치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고,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는 20세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이번 사건의 구체적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범인이 숨져 신속한 규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숨진 크룩스가 평소 외톨이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수사 기관에서는 일단 단독 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인 테러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암살된 현직 대통령만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등 4명에 이를 정도다. 또 로널드 레이건 등 현직 대통령의 암살 위기 모면 사례도 많다. 범인들은 일부 정신 이상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극단적 이념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인물들은 이성적 방법이 아니라 폭력적 수단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는 치열한 접전이 예견됐다. 2020년 맞붙었던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인 데다 지지율도 팽팽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자 양측은 원색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했다. ‘혐오의 정치’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였다. 선거전이 양극화, 극단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양측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건이 트럼프 캠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장 공화당은 사건 직후 열린 전당대회에서 단합을 강조하며 결집했다. 내달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 역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양측의 공방전은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는 ‘선거 승리’가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극단적 지지자들로 인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오염시키고 있다. 선동 대신 정책으로 표를 얻어야 한다.사설 극단주의 혐오 정치인 테러 정치 테러 대통령 선거
2024.07.17. 19:15
영상 무법천지 혐오 혐오 범죄
2023.01.25. 11:33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AARP, Right To Be 그리고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 협회 ( AAJC)가 공동으로 인종 차별 괴롭힘을 인지하고 안전하게 개입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영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인종차별 혐옴범죄 연구결과에 따르면 Right To Be의 교육에 참석한 후 괴롭힘을 목격한 사람들 중 75%가 실제로 방관자가 아닌 혐오범죄에 개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2년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은 끔찍한 폭력과 언어 공격의 희생자가 됐다. FBI의 보고에 따르면 2020년 아시아인 혐오에 기반한 혐오 범죄는 2019년에 비해 76% 증가했다. 이번 애니메이션 영상은 Right To Be의 “주변인 개입의 5대 원칙”을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유형의 괴롭힘에 대처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 협회 – AAJC의 전략기획팀 시니어 디렉터 Marita Etcubañez는 “AAJC는 COVID-19 전염병이 시작되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혐오와 괴롭힘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고, 아시아인 혐오와 괴롭힘에 대처하기 위해 Right To Be와 협력하여 방관자 개입 교육을 활용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2020년 4월 교육 시리즈를 시작한 이후 Right To Be와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 협회 – AAJC는 120,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Right To Be의 방법론은 방관자 개입의 다섯 가지 방법이 기초가 된다. 각 애니메이션은 지난 10년 동안 Right To Be가 개발하고 테스트한 다섯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런 교육 세션을 통해 수십만 명의 미국인들이 “내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얻게했다. “일상의 은밀하고 미묘한 인종 차별부터 직장에서의 노골적인 성차별까지,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을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진정시키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자주 있다.”라며 Right To Be의 Emily May 공동 설립자는 설명했다.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주변인으로서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대처할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주변인을 협력자로 바꾸는 것이죠!” 많은 유색인종이 그러하듯,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위협을 느끼며 공포 속에 살고 있다. 파트너들은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주변인 개입 교육 과정에 등록하며 열렬한 지원을 보내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제 파트너 조직들은 이 새로운 영상이 매체를 통해 더욱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 협회를 대표하여 시리즈 감독에 자원한 NBC 뉴스/MSNBC 앵커 Richard Lui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인 혐오와 흑인, 라티노,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다룬 보도를 하면서 주변인들이 도움을 주고 싶은데도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를 보았다”라고 전하며 “사람들에게 안전하게 개입하고 상황을 진정시킬 방법을 알리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라고 언급했다. 다섯 개의 영상은 Right To Be가 개발한 방관자 개입의 5대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 관심 돌리기: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관심을 돌린다. ● 도움 구하기: 도움을 줄 사람을 찾는다 ● 상황 기록하기: 사건에 대해 기록하고 괴롭힘을 당한 사람에게 기록을 전한다. ● 후속 조치하기: 괴롭힘당하는 사람의 안전을 살핀다. ● 직접 개입하기: 괴롭힘을 저지르는 사람과 선을 긋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의를 돌린다. 다섯 개의 영상은 영화 사전 상영 동안 전국의 AMC 극장이나 Comcast NBCUniversal 플랫폼에서도 공공 서비스 광고의 형태로 영상이 상영될 예정이다. 베테랑 애니메이터 Davy Liu(디즈니 미녀와 야수, 뮬란 등 담당)가 세 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었으며 수상 경력이 있는 작곡가 Zev Burrows가 5부작 시리즈의 작곡을 맡았다. 캐릭터들은 모든 주요 인종 그룹(아시아인, 흑인, 라티노, 북미 원주민, 백인 미국인)과 미국 전 지역(북부, 남부, 동부, 서부, 태평양 제도)을 대표한다. 영상은 만다린, 광둥어, 태국어, 힌디어, 한국어, 베트남어, 타갈로그어, 영어, 스페인어로 제공된다. AARP의 다양성 공정성 및 포괄성 담당 VP Daphne Kwok은 “이렇게 중요한 방관자 개입 교육에서 언어 지원 자료를 제공하면 취약한 특히 노인들과 제한된 영어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의 진흥 협회와 로스앤젤레스와의 제휴로 제작된 공공 서비스 광고에 나타난 5대 원칙에 대한 짧은 설명은 배우 Ken Jeong이 해설을 맡았고 수상 경력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James Yang이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공공 서비스 광고에 더해 이번 새로운 영상은 Right To Be와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 협회가 방관자 개입 교육을 전국적으로 널리 홍보하기 위해 이루어진 긴밀한 협력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Right To Be와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 협회 – AAJC가 진행하는 방관자 개입 교육의 무료 공개 과정에 등록하는 방법을 포함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려면 https://righttobe.org/trainings/bystander-intervention-to-addess-antiasian-harassment/를 참조하면 된다. 애니메이션 혐오 애니메이션 시리즈 혐오 범죄 아시아인 혐오
2022.06.09. 16:36
유명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의 검열 정책이 종교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선밸리 지역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 존 맥아더 목사의 지난 15일 주일예배 설교 영상이 유튜브측으로부터 삭제 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날 맥아더 목사는 설교 도중 남성과 여성에 대한 관점을 설명하면서 "성전환자 같은 것은 없다. 우리의 염색체는 'XX(여성)' 'XY(남성)' 둘 중 하나일 뿐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남성 여성으로 창조하셨다"며 "성별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이게 생리이며 과학이자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튜브측은 맥아더 목사의 설교 영상 내용과 관련 해당 부분을 '혐오 발언(hate speech)'으로 규정하고 콘텐츠 삭제를 결정했다. 유튜브측이 맥아더 목사의 설교 영상을 삭제하자 곧바로 논란이 커졌다. 보수 기독교 법률 단체인 토마스모어소사이어티(TMS) 제나 엘리스 변호사는 "'유튜브와 같은 빅테크(big tech)'가 이제는 목사가 성경을 통해 가르치는 권리까지 검열하고 있다"며 "빅테크의 횡포를 막지 않는다면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권이 박탈되고 그로 인한 영향은 상당히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이 커지자 일단 유튜브측은 맥아더 목사의 해당 영상을 복원시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LA지역 한인 교계 한 목회자는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해서 기독교내에서도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욕을 한 것도 아닌데 유튜브가 발언조차 못하게 막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은 단순히 '내 생각'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대가 됐다.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유튜브의 검열 정책은 그동안 계속 논란이 돼왔다. 최근에는 특정 정치 진영의 콘텐츠 코로나 관련 백신 문제 등의 영상에 대해 계속해서 경고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튜브측은 이중잣대 정책으로도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흑인 래퍼 YG의 노래 '미트 더 플라커스(Meet the Flockers)'가 아시안을 노골적으로 비하하고 아시안에 대한 범죄를 부추기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었다. 이때 유튜브내 일부 직원이 이 노래가 인종차별적이라며 해당 영상을 플랫폼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내 임원들로부터 거부당한 바 있다. 당시 유튜브 경영진이 콘텐츠 삭제를 거부한 이유로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고 해당 영상을 삭제할 경우 다른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례'가 남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알림= '한인 교회가 사라진다' 시리즈는 에브리데이교회 최홍주 목사 인터뷰로 인해 한 주 쉽니다. 장열 기자염색체 혐오 혐오 발언 맥아더 목사 콘텐츠 코로나
2022.01.31. 18:22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지쳐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물리적 면역체계보다 사회적, 심리적 면역체계의 문제다. 인간은 좋지 않은 소식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정신 건강이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불안 역시 심화한다. 병에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순응주의자나 인종주의자가 되게 한다. 이민이나 성 평등 같은 주제에서 도덕적 판단은 더 가혹해지고 사회적 태도 역시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마크 샬러 교수는 위협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을 ‘행동 면역체계’라고 정의한다. 이는 잠재적 병원체와 접촉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한다. 혐오 반응은 명백한 행동 면역체계의 하나다. 나쁜 냄새나 더러워 보이는 음식을 피하는 것은 잠재적인 감염을 피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본능적 반응이다. 이미 상한 음식을 먹었다면 구토를 유도한다. 몸에 병균이 자리 잡기 전에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혐오감을 유발하는 물질을 더 잘 기억한다. 이 덕분에 병에 걸릴 위험이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며 살아온 사회적 동물이지만 질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종의 본능적인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특정 반응을 형성케 한다. 이 반응은 불순응에 기인한 두려움에 의해 생겨난다. 이로써 사람들은 외부인이 무의식적으로나 고의적으로 질병을 퍼트릴까 봐 두려워했다. 오늘날, 이는 편견과 외국인 혐오로 이어진다.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급증 같은 사회적, 심리적 태도의 영향을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레네 아로 교수는 “행동 면역체계는 ‘미안함보다는 안전함이 낫다’는 논리하에 작동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행동 면역체계 반응 중에서 잘못된 경우가 많으며 관련 없는 정보들에 잘못 작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위협과 상관없는 주제를 듣고 나서 도덕적 의사 결정이나 정치적 의견을 바꾸는 식이다. 이런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사회적 규범을 더 존중하고 외부인을 더 불신하는 경향이 크다. 질병 위험이 증가할수록 이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확실하고 분명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하지만 행동 면역체계 이론은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토론토 대학의 요엘 인바는 “행동 면역체계가 사회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견해를 바꾼다”라고 주장한다. 올해는 한국의 대선이 다가온다. 면역 행동체계가 후보자들이나 특정 정당 지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행동 면역체계가 국가적 차원의 선거에 영향을 못 미치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볼 수 있겠다. 지금 세계는 대면 문화를 가상공간의 비대면 문화로 몰아가고 있다. 심리학은 건강과 질병에서 문화의 역할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구가 심리사회적 요인과 건강·질병의 연계를 입증해 왔다. 특히 미국 같은 다문화 국가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건강은 사회적, 심리적 문제로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송조이 / 정신건강상담사전문가 칼럼 면역체계 혐오 행동 면역체계 물리적 면역체계 혐오 반응
2022.01.24. 20:28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지쳐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물리적 면역체계보다 사회적, 심리적 면역체계의 문제다. 인간은 좋지 않은 소식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정신 건강이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불안 역시 심화한다. 병에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순응주의자나 인종주의자가 되게 한다. 이민이나 성 평등 같은 주제에서 도덕적 판단은 더 가혹해지고 사회적 태도 역시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마크 샬러 교수는 위협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을 ‘행동 면역체계’라고 정의한다. 이는 잠재적 병원체와 접촉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한다. 혐오 반응은 명백한 행동 면역체계의 하나다. 나쁜 냄새나 더러워 보이는 음식을 피하는 것은 잠재적인 감염을 피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본능적 반응이다. 이미 상한 음식을 먹었다면 구토를 유도한다. 몸에 병균이 자리 잡기 전에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혐오감을 유발하는 물질을 더 잘 기억한다. 이 덕분에 병에 걸릴 위험이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며 살아온 사회적 동물이지만 질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종의 본능적인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특정 반응을 형성케 한다. 이 반응은 불순응에 기인한 두려움에 의해 생겨난다. 이로써 사람들은 외부인이 무의식적으로나 고의적으로 질병을 퍼트릴까 봐 두려워했다. 오늘날, 이는 편견과 외국인 혐오로 이어진다.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급증 같은 사회적, 심리적 태도의 영향을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레네 아로 교수는 “행동 면역체계는 ‘미안함보다는 안전함이 낫다’는 논리하에 작동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행동 면역체계 반응 중에서 잘못된 경우가 많으며 관련 없는 정보들에 잘못 작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위협과 상관없는 주제를 듣고 나서 도덕적 의사 결정이나 정치적 의견을 바꾸는 식이다. 이런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사회적 규범을 더 존중하고 외부인을 더 불신하는 경향이 크다. 질병 위험이 증가할수록 이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확실하고 분명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하지만 행동 면역체계 이론은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토론토 대학의 요엘 인바는 “행동 면역체계가 사회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견해를 바꾼다”라고 주장한다. 올해는 한국의 대선과 이곳 LA시장 선거가 다가온다. 면역 행동체계가 후보자들이나 특정 정당 지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행동 면역체계가 국가적 차원의 선거에 영향을 못 미치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볼 수 있겠다. 지금 세계는 대면 문화를 가상공간의 비대면 문화로 몰아가고 있다. 심리학은 건강과 질병에서 문화의 역할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구가 심리사회적 요인과 건강·질병의 연계를 입증해 왔다. 특히 미국 같은 다문화 국가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건강은 사회적, 심리적 문제로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송조이 / 정신건강상담사전문가 칼럼 면역체계 혐오 행동 면역체계 물리적 면역체계 혐오 반응
2022.01.17.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