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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서 하프로, 연주에서 지휘로…한인 음악가 김채린씨 화제

한인 음악가가 한 무대에서 하프와 피아노 두 악기를 협연한 데 이어, 하프를 연주하며 동시에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화제다.   매사추세츠주립대(이하 UMass) 보스턴 캠퍼스에 따르면 이 대학 음악 강사 김채린(48·사진) 씨는 지난 5월 베네수엘라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과 자신이 작곡한 ‘랑데부(Rendezvous)’를 각각 피아노와 하프로 연주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에스토니아 국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서 하프를 연주하며 동시에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하프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된 자신의 작품 ‘랑데부’를 유럽에서 초연하며 지휘와 연주를 병행한 것이다.   매사추세츠주립대 측은 “솔리스트가 한 무대에서 두 악기를 연주하고, 하프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펼친 음악가는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음악 인생은 여섯 살 때 집에 있던 피아노에서 시작됐다.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를 피아노로 그대로 연주하자, 부모가 절대음감을 알아보고 피아노 레슨을 시켰다. 이후 첼로와 바이올린을 익히며 악기의 폭을 넓혔고, 예원학교와 계원예술고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기초를 다졌다.   18세 때 처음 접한 하프의 음색에 매료된 그는 피아노 전공에서 하프로 전향했다. 김씨는 “하프의 울림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했고, 그 소리가 오래도록 남았다”고 회상했다. 불과 6개월 만에 하프 독주 무대에 오르며 두 번째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이화여대에서 하프를 전공해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연주 디플로마 과정을 마쳤다. 이후 예일대에서 하프 연주 석사, 보스턴대에서 하프 연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는 피아노와 하프를 비롯해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드럼, 아코디언, 기타, 트럼펫 등 10여 가지 악기를 다룬다. 김 씨는 “영국 왕립음악원 시절 하루 12시간씩 연습했지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며 “어릴 때부터 연습이 일상이었고, 그 몰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휘는 13살 때 교내 합창단 지휘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피아노와 하프는 동시에 여러 줄의 악보를 읽어야 하는데, 그게 오케스트라 악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여러 악기를 익히며 각 악기의 소리를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지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작곡은 남동생의 권유로 시작됐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랑데부’다. 김 씨는 “2013년 한밤중, 피아노 앞에서 즉흥적으로 쓴 곡으로 단 한 번의 수정도 하지 않았다”며 “삶과 죽음, 이별과 재회를 주제로 한 이 곡은 제목처럼 ‘다시 만남’을 뜻하는 프랑스어 ‘랑데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곡을 하프, 피아노, 보컬,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하고, 직접 가사를 써 80개 언어로 녹음했다. 전 세계 청중이 각자의 언어로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지금도 음악의 본질을 ‘치유’로 본다. 그는 “공연을 마친 뒤 한 남성이 ‘당신의 연주 덕분에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고 했다.   현재 김씨는 UMass 보스턴 공연예술학과에서 하프와 피아노를 가르치며, 여름에는 유럽 등지에서 마스터클래스와 연주 활동을 병행한다. 지난해에는 에스토니아 국제 음악 페스티벌 상임 지휘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김씨는 “결국 내가 하는 일은 음악으로 사람을 잇는 일이다. 언어가 달라도, 악기가 달라도 감정은 전해진다”며 “마음을 울리는 음악은 대체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윤재 기자음악가 예비 한인 음악가 하프 피아노 협연 기록

2025.10.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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