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전체

최신기사

미시간 호수 온도 크게 올랐다

지난 11월 미시간 호수의 수온이 평균보다 6도 이상 오른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1995년 전국해양대기청이 오대호의 수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12월 들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평균 기온에 비해서는 여전히 2도에서 4도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오대호의 수온이 평균보다 높은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올해 내내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이는 오대호의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대호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평균 수온은 평균보다 6.8도 높은 34.9도로 나타났다. 지난 2월은 시카고에서 150년만에 가장 따뜻한 달이었다.     오대호는 직전 겨울의 온도 여파를 일정 기간 유지하기 때문에 지난 겨울의 높은 온도가 올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올해 기온 역시 높은 것도 오대호 수온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아울러 올 가을 날씨 역시 예년보다 올라 오대호 수온 상승에 기여했다.     오대호의 수면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있다. 지난 2020년 미시간 호수의 수면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올해는 평균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호수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증발량이 많아져 수면이 낮아지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수면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호수를 덮는 얼음 면적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호변 침식 작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호수의 얼음은 물고기의 산란에도 영향이 있어 수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오대호의 수면 상승은 상수원 보호와도 관련이 있다. 10년 전 오하이오주 톨리도 시에서는 상수원인 이리호의 알게 붐이 일면서 호수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는 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현상이 수페리어와 미시간호수에서도 발생하게 되면 시카고 주민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Nathan Park 기자미시간 호수 미시간 호수 수면 온도 온도 여파

2024.12.17. 13:49

썸네일

미시간 호수 수위 최근 10년래 최저

미시간 호수의 수위가 최근 10년새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겨울에는 라 니냐(La Niña)의 영향이 얼마나 미치느냐에 따라 호수 수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육군 공병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미시간과 휴런호의 수위는 평균 수위에 비해 2인치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시간과 휴런호수는 매키노 해협을 기준으로 갈라지지만 사실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수위 관측은 하나로 한다. 오대호의 다른 호수 역시 10월 수위는 평균에 비해 3인치에서 7인치 가량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현재 수위는 지난 2014년 이후 최저치다.     호수의 수위는 강수량과 호수에 유입되는 수량, 증발량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강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호수 수위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로 인해 향후 미시간 호수의 수위가 얼마나 줄어들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올해는 라 니냐의 영향이 예상되면서 대륙 서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이지만 시카고를 포함한 중서부에는 얼마나 많은 비나 눈이 내릴지에 따라 호수 수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가을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호수에서 증발되는 물의 양이 높아지면 수위도 떨어질 수 있다.     중서부는 현재 완만한 가뭄 상태를 겪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호수 수면에 얼음이 얼마나 형성되느냐도 호수 수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겨울철 최저 기온과 바람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결빙 상태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해 미시간 호수는 약 20%의 표면에 얼음이 생겼는데 이는 평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미시간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 상업용 선박의 운행과 도크 접근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수위가 낮아지면 그만큼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면서 운행당 3만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결과도 나온 바 있다.   Nathan Park 기자미시간 호수 미시간 호수 호수 수위 기준 미시간

2024.11.25. 14:10

썸네일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에 주름이 생기는 이유

한 줄 나이를 먹으며 / 나무도 키가 크고 / 너도 깊어지곤 했지 /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 흩어진 물방울을 모으려 하면 / 쏟아지는 비가 되어 돌아오곤 했지 / 흠뻑 젖은 호수 위로 / 겹겹이 작은 파문을 만들고 / 네 위로 흐르던 하늘 / 보이지 않는 너의 심연 속으로 / 자꾸자꾸 내리다 보면 / 그대라는 마음 떨구지 못해 / 마음 한구석 화석으로 남아 /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재촉하곤 했지 / 책장을 넘기며 궁금한 널 찾아내려고 / 거울 속 길들여지지 않는 너를 향해 / 한 줄 주름을 그리곤 살아야 했지 / 만날 수 없는 네가 더 소중하고 그리워 / 하늘 먼 길 네게로 가곤 했지 / 호수엔 주름 하나 깊어지고       비가 내리는 호수를 향해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호수는 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하늘은 둥근 호수를 향해 비를 뿌리고 있구나. 둘 중 누구 하나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구나.“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호수엔 파장이 셀 수도 없이 번져 간다. 파장은 모든 기억과 시간을 가장자리로 밀어내려 한다. 불가항력의 원칙처럼 끊임없이 밀려지다 보면 호수의 턱에 걸치게 된다. 어느 사이 파장은 다시 호수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빗방울이 떨어진 곳으로부터 동그랗게 번지고 있다.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가장자리에서 다시 중심으로 반복하고 있다. 와중에도 물결 사이 사이로 하늘이 비친다. 그렇게 하늘은 호수로 내려와 앉고, 호수는 하늘이 된다. 서로에게 자신을 비추고 투영해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내 이마엔 주름이 세줄 그어져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발견하게 되었다. 눈가에 잔주름도, 입가에 팔자 주름도, 목에 늘어진 주름도 보게 되었다. 거울에 비친 주름은 그날 생긴 게 아닌 것을 알기에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야 했다. 햇빛에 눈을 찡그렸던지, 이마를 누르고 잠을 잤던 습관 때문인지 나도 모른다. 단지 오랜 시간 지나면서 훈장처럼, 상처처럼 만들어진 흔적, 나뭇잎에 단풍이 들듯 세월이 천천히 만들어간 결과임에 틀림이 없다.     호수의 주름과 거울에 비친 이마의 깊은 주름을 보았다.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피카소의 고독했던 ‘청색시대’를 떠올렸다. 그의 창작기간 중 가장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 청색의 하늘과 푸른 호수의 시간에 나는 푸른 얼굴을 가지고 기타를 치는 한 노인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작품명은 ‘늙은 기타 연주자’이다. 마티스에게 빨강이 중요한 색이듯 구스타프 클림트에게는 황금색이, 초창기 피카소는 청색이 중심이었다. 피카소의 청색은 특별하고도 개별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청색은 밤의 색이고 바다의 색이며 하늘의 색이었다. 나는 이것에 호수의 색을 더하고 싶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생명과 열정을 표현하는 따뜻한 색이라면, 파란색은 깊고도 차가우며 허무와 빈곤, 그리고 절망에 직면한 고독의 색이었다. 블루는 캔버스에 칠해진 색을 넘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고독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고독 없이는 어떤 예술도 창조될 수 없다. 나는 나 스스로 고독을 지켜 왔다.”라고 그는 독백했다. 노인의 깊은 주름이 오늘 호수에 주름이 생기는 이유가 된다면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호수와 하늘이 하나로 투영되듯이 그는 깊고도 우울한 청색의 시간을 이겨내며 호수에 주름이 생겨난 이유를 알아차린 세기의 화가가 아니었을까.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 주름 호수 위로 팔자 주름 오늘 호수

2024.09.30. 14:25

썸네일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LA서 1시간, 숲과 호수를 만나다

LA 인근에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할 수 있는 자연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말리부크릭 주립공원(Malibu Creek State Park)은 LA한인타운에서 북서쪽으로 30마일 거리로 차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초록의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야생화 가득한 언덕이 있고, 오크나무 숲 사이로 시냇물이 흘러 영화 속 장면 같은 경치를 만날 수 있다.   많은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고 초장이 펼쳐진 이곳은 오랫동안 추매시(Chumash) 원주민의 고향이었다. 추매시는 풍부한 자원을 갖춘 이지역에서 큰 부족을 이루며 문화 종교적으로 뛰어난 부족이었다. 하지만 모든 아메리카 대륙이 그러하듯 스페인 탐험대와 유럽 이민자들이 온후 추매시 사람들도 새로운 문화에 동화되게 된다.   산세가 수려하고 호수가 많은 이곳에서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는데, 공상과학 영화에서부터 한국과 중국의 변방 모습도 모두 표현 가능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 연유로 주립공원으로 변경되기 전까지 20세기 폭스 영화사의 야외 세트장으로 사용되었다.   공원 측에서는 한국전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매시(MASH)의 촬영 장소를 보존해놓아 많은 방문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주차한 후 넓은 비포장길로 들어서면 둥그스름한 산들이 병풍처럼 서있고 가운데로 시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침 일찍 온다면 시원한 공기가 가득해 상쾌한 산책을 경험하게 된다.   약 0.5마일 지점에 방문자 센터가 있는데 센터 안에는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각종 동물들의 박제를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안내판을 통해 1900년대 초부터 이곳 공원에서 찍은 수많은 영화의 목록을 볼 수 있다.   방문자 센터 위쪽에 록 풀(Rock Pool)이라는 연못이 나온다.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이 수영을 하기도하고 더위를 식히는 장소이다. 또한 호수 주변에 직벽의 바위들이 많아 암벽등반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좀더 오르면 센츄리 호수(Century Lake)가 나오는데 이곳은 유인원들의 행성으로 변한 지구를 무대로 한 공상과학 영화 1968년작 행성탈출의 세트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계속해서 시냇물을 따라가다 보면 매시 세트장에 도착한다. 한국전쟁 당시 야전병원을 소재로 한 코미디극인 MASH는 당시 인기가 많은 작품이었다. 이곳에는 당시 촬영에 사용되었던 앰뷸런스 트럭과 이정표를 마련해두고 자세한 사진과 안내문을 통해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촬영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계속해서 0.6마일 정도를 더 올라가면 말리부 호수댐 아래편에 도착한다. 말리부 호수는 공원 경계에 있어 직접 통하는 길이 없지만 공원 밖으로 나가 둘러볼 수 있다. 경치가 수려한 말리부 호수는 LA에서 가까우면서도 아름답고 아늑한 분위기를 보여주어 수많은 영화 및 텔레비전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이용되었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 안에는 큰 오크 나무들과 초장이 있고, 여러 곳의 길고 짧은 등산로가 있어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와 함께 걷기에도 좋다. 특히 강우량이 많은 해에는 캘리포니아 포피를 비롯하여 각종 야생화들이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기도 한다. 또한, 공원 안에 있는 캠핑장은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63곳의 캠핑자리와 수세식 화장실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공원입장료는 차량당 12달러며 오전 8시에서 밤 10시까지 개장한다. 햇볕이 뜨거운 낮 시간을 피해 아침에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는 길은 LA에서 101 프리웨이를 타고 북상하다가 라스 버지네스 로드(Las Virgenes Road)에서 내려 좌회전하거나, 샌타모니카 해안의 1번 국도(Pacific Coast Hwy)를 통해 말리부캐년 로드(Malibu Canyon Road)에서 우회전해 가는 방법이 있다.   ━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호수 말리부 센츄리 호수 호수 주변 가운데 말리부크릭

2024.06.13. 19:42

썸네일

래니어 호수 지역서 또 지진... 일주일 새 4번째

13일 오전 7시 15분 조지아주 북부 래니어 호수 남쪽 끝에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뷰포드·래니어 호수 인근에서 소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일 동안 벌써 4번째다.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규모는 2.2로 약하지만, 지진이 흔하지 않은 조지아에서 소규모 지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이어진 약한 지진으로 몇 시간 동안 진동을 느꼈다는 뷰포드 주민이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일요일 같은 지역에서 규모 2.0 지진이 발생했으며, 6일 뷰포드에서 규모 2.5 지진이 관측되기도 했다.   조지아는 광대한 북미판 중앙에 위치해 캘리포니아처럼 큰 지진이 흔하지 않지만, 소규모 지진은 흔한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최근 잦은 소규모 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윤지아 기자지진 호수 호수 인근 호수 남쪽 조지아주 북부

2024.06.13. 15:13

달튼·뷰포드·래니어 등서 소규모 지진 왜?

잇따른 지진 원인 아직 밝혀지지 않아 매년 규모 2.0 이상 지진 10~20회 발생   지난주 조지아 북부 지역에서 작은 지진이 이어진데 이어 지난 10일 밤에도 래니어 호수 남쪽 끝에서 2.3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조지아는 지진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곳이어서 최근의 잦은 지진은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래니어 호수 인근 주민 수백 명이 지진 진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나 부상은 없었지만, 지진의 원인과 다음 지진이 또 올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래니어 호수에서 가까운 뷰포드에서는 지난 7일 두 차례 지진이 발생했었다. 강도는 각각 2.5와 2.1 규모로 주변 지역에서 몇 시간 동안 진동이 느껴졌다. 또 지난 3일에는 북서부 달튼 외곽에서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처럼 주요 판의 경계에 있는 지역에 강한 지진이 주로 발생지만, 조지아는 북미판 중앙에 있어서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아에서는 소규모 지진이 흔한 편이다.   앤디 뉴먼 조지아텍 교수(지구물리학)에 따르면 조지아는 일반적으로 매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을 10~20회 경험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차례 이어진 지진의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마틴 채프먼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래니어 호수는 ‘브레바드 존’이라고 알려진 수억 년 전 애팔래치아 산맥이 형성될 때 활성화됐던 주요 단층계 근처에 있다”고 애틀랜타 저널(AJC)에 설명했다. 단, 이런 고대 단층은 대부분 더이상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호수 근처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지진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작은 단층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달튼 근처에서 발생한 지진은 테네시주 동부 지진대 남쪽 끝에서 시작됐다. 토마스 프랫 USGS 연구원은 “이곳과 조지아 북서쪽 지진이 연관됐을 수 있지만, 해당 지진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일반적으로 훨씬 더 깊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전했다.   다른 가설은 인공 저수지다. 래니어 호수는 애틀랜타의 주요 수원인데, 일반적으로 저수지가 채워지거나 큰 수위 변동이 발생하면 지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수를 관리하는 미 육군공병대의 데이터에 의하면 래니어 호수의 수위는 올들어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진이 또 발생할까. 뉴먼 교수는 “다음 지진이 어디에서 발생할지 짐작하기 가장 좋은 곳은 바로 같은 위치 근처”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작은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일 수 있지만, 조지아에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채프먼 교수는 “지나치게 걱정할 것 없이, 강한 흔들림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윤지아 기자지진 호수 호수 근처 호수 남쪽 조지아 북서쪽

2024.06.11. 15:20

썸네일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로 가는 길

호수로 가는 길     호수로 가려면 / 남기는 기대일랑 져버려야 하지 / 무거움 버리고 가벼워질 때 / 흔들리는 모든 건 순리가 되지 / 조건이 많을수록 바람 드세고 / 드센 바람 맞을수록 걸음은 무뎌질 테니 / 손 베일 칼을 쥐어선 안되겠지 / 무턱대고 다가섰단 통째 / 그를 잃게 되기도 하지 / 떠나보내기도 하겠지 // 호수로 가려면 / 속삭이는 사랑이 되어야 하지 / 관계가 힘들 땐 사랑을 택하고 /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 서로의 등이 짐이 된다면 / 소리 없는 균열이 시작 되겠지만 / 그에게 다가서는 길을 걸어야 하지 / 마음의 거리는 무관심과 비례하니 / 거리를 좁히고 얼굴 앞까지 가서 / 그의 숨소리로 숨을 쉬고, 잠 들고 / 그의 눈에 내 눈을 포개야 하지 // 사랑을 하려면 / 손 내밀어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 혹여 뿌리치는 그 물결 감싸 쥐어야지 / 냉랭했든 관계에 물꼬가 트이고 / 거리를 좁혀 한나절 흐르다 보면 어느새 / 우리 사이 어우르는 물길이 되고 / 끊이지 않는 물소리 노래가 되리 // 등과 등 사이 깊은 골은 사라지고 / 서로를 바라보다 사랑에 빠지게 되지 / 물길도 깊고 내 마음도 깊어 마침내 / 마음의 거리는 한 길 되지 / 언제라도 달려가면 넓은 가슴 / 속삭이는 사랑이 되지 //     호수로 향하는 길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다. 마음이 가는 대로 걷다 보면 어느새 호수가 보이는 비밀의 정원을 걷게 된다. 호수로 가는 길은 고요하고 적막한 들 길이다. 누가 가꾸지도 않은 좁고 아득한 길이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내 안에 가득 채워지는 행복의 시간들. 호수에 가는 내내 기특하고 신기한 들꽃들을 만나게 된다. 노랗고 보랏빛이 나는 들꽃과, 하얗고 별 모양을 한 작은 꽃들을 보면서 세상을 지으시고 참 좋았더라 하셨던 조물주의 마음이 전해 온다. 조금 후 펼쳐질 호수의 풍경만큼이나 가슴 벅찬 풍경이다.   겨울 내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황량한 빈 들에 꽃들이 피어나고 바람에 쏠리는 들풀들의 유희는 누구도 연출할 수 없는 장관이다. 하늘이 너무 파래 구름이 흐르는 모습이 꼭 푸른 물 위를 흐르는 작은 돛단배 같이 보인다. 들풀이 한쪽으로 밀리는 걸 보니 호수가 가까이에 있다는 징후다. 휘어진 길 끝엔 자그마한 모래 언덕이 있고, 이제 몇 그루의 나무를 지나면 푸른 호수 그 잔잔한 물결 앞에 소개된다. 호수가 내게 달려온다. 나는 두 팔을 벌려 호수를 안는다.     왜 자주 찾아오지 못했을까? 이곳에 올 때마다 호수처럼 마음이 파랗게 물든다. 이 느낌이 너무 좋아 겨울에도 눈길을 헤치며 호수와 마주했었다. 자세히 보면 호수는 늘 푸르지 않다. 어떤 날은 짙은 프러시안 블루였다가 코발트의 청량한 블루가 되기도 한다. 한 날은 어디가 호수의 끝인지 어디가 하늘의 시작인지 모르게 호수와 하늘은 한색이 되기도 한다. 호수는 하늘 위에서 구름을 그리고, 하늘은 호수 아래 물결과 놀기도 한다. 호수도 인생처럼 늘 잔잔하고 평화스럽지만은 않다. 바람이 몹시 심하고 추운 날 점퍼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호수를 찾은 적이 있었다. 눈길에 푹푹 빠지며 호수 앞에 섰는데 호수는 화가 나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의 폭이 내 키를 넘는 듯했다. 온통 회색빛의 호수와, 호수를 누르고 있는 하늘과, 나를 날려 보낼 것 같은 살을 에이는 찬 바람에 넋이 나가기도 했다. 몸을 움추리고 서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변화무쌍한 호수는 만날 때마다 무언의 말을 남겨 주었다. 삶은 그런 거라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펑펑 울고, 사랑하려면 뜨겁게 사랑하라고. 결코 물러서지 말라고, 한 걸음도 뒤로 주춤하지 말라고….   이곳에 오면 많은 일들이 생각나기도 지워지기도 한다. 꾸밈없는 이 호수가 좋다. 끊임없이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호수가 믿음직하다, 지난겨울도 올 봄도 오늘도 변함없는 호수의 손짓은 그리운 이의 손짓만 같다.   떠내려온 나무 등걸에 앉아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물결을 바라 보다 보면 삶은 어느덧 밀려 오고 빠져 나가는 호수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깨우쳐지는, 세상 소리는 사라지고 물결이 밀려 오고 부서지고 또 빠져나가는 동안 선명하게 남겨지는 파도 소리며, 그 적막함이며, 모래알 구르는 소리만 가득하다. 오른쪽 해변으로부터 멀리 왼쪽 해변까지 걸으며 남겨진 외로움을 생각해 본다. 얼마나 더 살아가게 될지. 우리 앞에 펼쳐질 희로애락의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느리게 살아 가고 싶다. 젊은 날 시카고에 와 이제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걸음을 아껴야겠다. 두 걸음을 한 걸음으로 줄이며 살아야겠다. 아침이 깨어나는 시간을 느끼며 아침의 고요를 셈하며 살아야겠다. 호수의 깊은 푸르름이 나의 남은 삶의 푸르름으로 이어진다면 호수로 가는 길은 이때껏 걸어왔던 길 중 나의 최애의 길이 되지 않을까?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 호수도 인생 내일인 호수 호수 아래

2024.06.10. 13:38

썸네일

추위에 얼어버린 호수

    17일 워싱턴 지역 아침 기온이 화씨 10도를 기록하며 버지니아 페어팩스 지역 호수도 꽁꽁 얼었다.  북국 고기압 영향으로 미 전역에 발생한 전례없는 이번 한파는 대부분 지역에서 주말까지 이어지다가 다음주 화요일께 평년기온을 회복하며 진정될 것이라고 기상당국은 내다봤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추위 호수 워싱턴 지역 버지니아 페어팩스 북국 고기압

2024.01.22. 7:34

썸네일

[글마당] 꿈꾸는 호수

보랏빛 구름       꿈꾸며 머무는 곳       갈 길 없는 나그네     걸음 멈추는 곳       잔잔한 물결은   고독과 외로움         거기       속삭임이 있다   흐느낌이 있다       함께 하는   친구의 마음이 있다       괜찮아 괜찮아   하늘을 봐       노래 불러 봐   꿈은 사라졌다고       멀어져 간 꿈   피어날 거야   먼 산 아지랑이같이       친구야   네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꿈꾸는 구름이 있다   곰산 호숫가에 있다 이강민 / 뉴저지글마당 호수 보랏빛 구름 곰산 호숫가

2023.12.01. 17:53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죽음의 계곡서 만난 소금밭 호수

데스밸리, 죽음의 계곡이라는 이름은 서부 개척자들이 뜨겁고 황량한 이곳을 지나오면서 죽도록 고생했다는 연유에서 붙여졌다.   알래스카를 제외하고는 미주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은 겉으로 보기에 무척 황량하다. 공원의 중심을 끝없이 달려보지만 지평선으로 회색의 산맥을 배경으로 광야가 끝없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그저 생소하고 삭막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형의 이면에는 어디에서도 보지못한 색다르고도 오묘한 풍경이 나타난다. 기기묘묘한 색감의 바위산을 보면서 놀라게 되고 푸근하면서 아늑한 공기에 매료된다.   데스밸리는 혹성의 한 장면 같은 거친 갈색의 바위산이 늘어선 가운데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언덕이 나타난다. 그리고 바다보다 낮은 해저 282피트의 장소가 있는가 하면 1만1000피트가 넘는 고산이 함께 공존한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광활함과 신비함이 국립공원이라는 명소로 재탄생된 곳이 데스밸리이다.   ▶여행준비   데스밸리 여행은 여느 곳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한다. 숙박과 편의시설이 적어 숙박장소, 주행거리, 방문장소들을 미리 정하고 자동차도 점검해 놓는 게 좋다.   '데스밸리를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나 걸리나요?'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방문하는 장소들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만약 데스밸리의 주요 장소를 잠깐씩 들러 본다면 이틀에도 가능하다.   ▶숙박장소   공원 안에 숙박 장소는 선택지가 많지않다. 호텔은 가장 큰 마을인 퍼니스 크릭과 스토브 파이프 웰스에있다.   관광을 위한 가장 좋은 중심지인 퍼니스 크릭에는 2개의 호텔이 있는데 Ranch at Death Valley가 약 300달러, Inn at Death Valley가 400달러 정도 한다. 좀 더 낮은 가격의 모텔은 네바다 쪽에 있는 Beaty란 마을인데 100달러 정도다.   캠핑장도 많다. 공용 캠핑장으로는 예약 가능한 퍼니스 크릭 캠핑장과 선착순으로 사용하는 텍사스 스프링스과 선셋 캠핑장이있다. 겨울 성수기에는 대부분이 거의 만원이다.   하지만 거대한 주차장인 선셋 캠핑장은 항상 빈자리가있다. 테이블도 없는 곳이지만 수세식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어 아쉬운 데로 지낼만하다. 어느 캠핑장도 샤워 시설은 없다.   ▶음식 및 자동차 개스준비   공원안에는 편의 시설이 많지않기에 호텔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마켓이나 식당이 없다. 여행하는 동안 필요한 음식과 물을 충분히 준비하도록 한다. 그리고 자동차의 개스도 항상 가득히 채우고 다녀야한다. 가는 목적지에 따라 100마일 이상 주유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방문 시기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메마른 곳으로 알려진 데스밸리는 여름철에는 살인적인 온도로 유명하다. 당연히 봄 가을 겨울에 여행을 하는 게 좋지만 데스밸리는 겨울철이 가장 방문하기에 좋다. 선선한 기후에 청명한 공기가 흐르는 겨울철은 LA의 가을 날씨와 같다.     ▶데스밸리 출입구   데스밸리에 들어가는 입구는 주로 5~6군데가 사용되는데 가장 남쪽의 15번 프리웨이 선상의 베이커에서 127번 국도를 따라 들어가는 길, 395번 선상에서 178번을 통해 릿지크레스트를 경유하여 가는 방법, 올란차나 론파인에서 190번 국도로 들어가는 길, 395번 선상의 빅 파인에서 데스밸리 북쪽 끝으로 들어가는 길, 그리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95번 혹은 160번 도로를  통해 들어오는 방법이 있다. 2023년 현재 127번이 막혀있어 우회하여 테코파로 들어가야 한다.   LA에서 데스밸리 중심지인 퍼니스 크릭 까지는 5시간 정도 소요되며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봐야할 장소   데스밸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장소로 배드 워터 베이슨이있다. 북미에서 가장 낮은 해저 (-282피트)에 하얀 소금밭으로 덮여있다. 2023년에는 이곳에 물이 차서 신비한 모습의 호수가 형성되어있다.   다음으로는 아티스트 팔레트이다. 들어가는 길부터 우아하면서도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은 각양 각색의 광물질이 무지갯빛으로 드러난 곳이다. 멀리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잠시 걸어들어가 현란한 색상의 언덕을 걸어보는 멋이 좋다.   이후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들러보자 밝은 갈색의 지형이 펼쳐진 이곳은 무척 인상적이다.  상어 지느러미 같은 형상의 언덕도 보이는데 일출을 보는 장소로 유명하다.   시간이 허락되면 자브리스키 포인트에서 골든 캐년까지 하이킹을 해보자 황금색으로 뒤덮은 계곡을 지나면서 흔히 보지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이곳은 해가 뜨는 일출 광경이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 단테스 뷰를 방문하자 아래편은 배드워터 베이슨인데 끝없이 펼쳐지는 소금밭이 보인다. 건너편으로 데스밸리에서 가장 높은 텔레스코프 픽이 속한 산맥이 펼쳐진다. 단테스 뷰는 석양이 지는 모습이 멋지다.   이외에 악마만이 골프를 칠 수 있는 장소라는 데블스 골프 코스를 둘러보고 퍼니스 크릭 리조트 안에 있는 보렉스 박물관을 들러보자. 이곳에는 보렉스를 채굴할 때 사용했던 구조물, 장비를 전시해 놓고 이를 운반하던 웨건과 기차도 함께 전시해 놓았다. 인근에 식당과 기념품점이 있다. 그리고 190번 도로를 올라가면서 1883년 보렉스를 채굴했던 하모니 보렉스 웤스(Harmony Borex Works)도 볼만하다.   데스밸리에는 몇 개의 모래언덕이 있다. 그중 가장 출입이 편한 곳이 스토브 파이프 웰스에 있는 메스큇 샌드 듄이다. 맨발로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 위를 걸어보면 편하다. 이곳은 석양이 멋진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비경이 숨어있다. 만약 4륜 구동 자동차로 어드벤처 여행을 원한다면 타이투스 캐년, 레이스 트렉, 유레카 모래 언덕에 다녀 올 수 있다.   거칠고 메마른 땅 같지만 평온함과 영감을 주는 데스밸리는 가슴에 채우지 못할 많은 볼거리와 미스터리로 많은 방문객에게 잊지못할 추억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단지 여유있는 여행 계획을 세워서 즐겁고도 안전한 여행을 하도록 하자.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소금밭 호수 데스밸리 여행 데스밸리 죽음 데스밸리 출입구

2023.11.30. 20:00

썸네일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의 얼굴

수직 수평의 선들이 지나간다 / 길게 둥글게 연결되어 한 선처럼 / 당신은 잔잔한 물결을 이루며 눈을 뜬다 // 흔들리는 풀같이 고단한 하루 / 앞으로 다가서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 평면의 그녀는 일어나 입체로 접어진다 / 빛의 방향으로 그림자가 길게 눕고 / 지우는 것도 그리는 것이어서 / 어둔 그림자 속에 빛의 존재가 어렴풋하다 / 양 면으로 팔을 뻗어 하늘을 들이 마시면 / 풍경은 저 멀리서 빠르게 눈 앞으로 다가온다 / 빠른 손 끝의 움직임에 호수는 멀고 가까워진다 // 호숫가 잘려나간 나무 밑둥에 앉는다 / 오른쪽 끝을 만지다 왼쪽 끝으로 / 머리를 매만지다 턱밑이 깊어진다 / 눈 가장자리를 바라보다 귀 매무새를 정리하고 / 눈동자, 코끝의 정점을 콕 찍는다 / 눈매가 살아나고 갸름한 양볼, 돌출 같은 웨이브 / 지울수록 섬세히 그려지는 호수의 얼굴 // 지우는 것도 그리는 것이어서 / 호수는 당신 얼굴로 깊어 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나뭇잎이 떨어진다’로 시작되는 시입니다. 이어서 시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저기 아득한 곳에서 떨어진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밤마다 무거운 대지가 모든 별들로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우리 모두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허지만 이 떨어짐을 한없이 부드럽게 두 손으로 받아 내는 어느 한 사람이 있다’로 이 시는 끝나고 있습니다. 이 깊은 가을 떨어지는 것들을 두 손으로 받아 내는 사람이 된다는 것. 턱을 고이고 당신의 문 앞에서 당신의 문이 열리길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창조주의 눈 속에 담겨있는 깊은 가을의 의미, 떨어진다는 의미는 살아야 하는 마지막 결단이었으리라 생각 됩니다. 모든 것을 떠나 보내지 않으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없기에 보이는 것들을 떠나 보이지 않는 아래로 더 깊이 뿌리내리는 것이다. 윗잎이 자신의 위치를 내려 놓을 때 봄이 되면 새잎이 그 위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호수의 얼굴은 평온합니다. 잔잔한 물결위로 가을이 짙게 묻어납니다. 호숫가 잘려진 나무둥지에 앉아 있습니다. 호수의 표면에 겹쳐오는 한 사람의 얼굴이 거기 있습니다. 길다면 긴 생을 통해 한결같은 몸짓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무릎으로 하루를 마감하신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손잡음이 벌써 9년째로 접어듭니다. 안녕 하신지요?   누군가 이 땅에서의 삶은 ‘영원한 본향에서의 삶을 위하여 준비된 경기장 같다’란 말이 생각납니다. 어떤 분은 험난하고 치열하게, 어떤 이는 미래가 없다는 듯 자신의 욕망을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길게 살아가고 어떤 분은 짧은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삶은 잔잔하고 고요했습니다. 불현듯 밀려오는 두려움과 절망을 따뜻한 손으로 받아 내며 속으로 속으로 울음을 삼켰습니다. 그러나 얼굴은 늘 평온했고 손은 늘 따뜻했습니다.   기다린다는 것. 그곳에 도달할 순 없지만 눈을 감아도 뵈고 귀를 막아도 들려옵니다. 몇 날, 몇 밤이 지나고, 또 한 달, 한 해가 지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당신을 손잡을 수 있는 순간이 오겠죠.     나에게는 편안하게 몸을 기댈 수 있는 나만의 쿼렌시아가 있습니다. 거리에 가로등이 줄지어 켜집니다. 저마다 저 가로등의 끝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퀸튼 길을 따라 가다 팔레타인 길을 지나면 언덕길을 오르게 됩니다. 오른쪽으로 동산이 보이고 그 길로 접어들면 양쪽으로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노을이 하늘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때나, 눈송이가 펄펄 유희를 즐길 때, 언덕 위 나무가 오랜지 빛으로 변해가는 요즈음엔 자연히 발걸음이 옮겨집니다. 그곳에서 종종 밤을 맞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네 주변에 있는 작은 호수. 수 백 번도 더 찿아간 호수의 얼굴은 항상 다른 얼굴을 띄고 있습니다. 호수의 얼굴은 내 마음의 얼굴을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늘 반갑게 맞아줍니다.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시 한 편을 물결처럼 마음에 전해 주기도 합니다. 호수의 얼굴이 당신의 얼굴과 겹쳐져 올 때면 내 속에서 나직하고 떨리는 음성으로 당신 이름을 부릅니다. “엄마~~”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 얼굴 당신 얼굴 물결위로 가을 어둔 그림자

2023.11.20. 14:38

썸네일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의 호수에 돌을 던지면

영혼도 눈물 흘린다. 슬프면 혼자 운다. 밤새 어둠 속을 헤매다가 새벽이면 별빛 받아 반짝인다. 이슬은 영혼이 흘린 눈물이다. 영혼의 호수에 돌을 던지면 풍덩 소리 나지 않는다. 잔잔한 진동으로, 작은 파장으로 호수를 빙그르르 돌며 퍼져나간다. 사는 게 지치고 허기지면 영혼이 흐느낀다. 마음이 병들면 영혼을 갉아먹는다. 영혼은 정신과 구별되는 생명 원리다. 산 사람의 육신에 깃들어서 생명을 지탱해 주는 기(氣)로 인식된다. 육신의 죽음과 무관하게 그 자체의 실체를 존속시키는 능력이 있어 초월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사람의 몸 속에는 공기나 불 같은 것이 들어있어 그것이 신체를 지배하며, 잠들었을 때와 기절했을 때는 이것이 잠시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죽게 되면 몸에서 빠져 나와 그림자나 망령이 되어 허공에 떠돌아 다닌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이고 있었다.’ 신곡 (Devine Coedy) 지옥편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르네상스의 여명을 밝힌 선구자로 신곡은 중세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신곡은 단테가 1302년에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유랑 생활 중 1308년 시작해 죽기 1년 전인 1320년에 완성한 1만4233행으로 된 서사시다. 단테는 위대한 시인이고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와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의 인도로 지옥 연옥 천국을 순례한다.   단테는 아홉 살 때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나 천사를 보는듯한 환상에 빠지는데 9년 뒤 베키오 다리 위에서 스치는 듯 다시 만나지만 베아트리체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단테의 나이 37세, 피렌체 최고의 권력자로 부상하지만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빵을 얻어먹는 망명자로 전락한다. ‘천국’편에서 ‘남의 빵이란 얼마나 쓴 것인지, 또 남의 층층대를 오르고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라고 단테는 인생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별을 찾아 불멸의 대작을 완성한다.   지옥편에서 단테는 ‘나 이전에 창조된 곳은 영원한 것뿐이니,/ 나도 영원히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고 적고 있다. 단테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 지옥이라고 말한다. 희망의 징조는 어디든지 있다. 모진 지옥불 속에서도 영혼은 불타 오르고, 믿고 사랑하는 것들 속에 희망의 씨앗은 싹을 틔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지옥과 천국을 오고 가는 순례자의 길인지 모른다. 그 길이 멀고 힘들고, 발길이 무거워도 되돌아 갈 수는 없다. 다만 믿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허리 굽혀 땅에 입맞추며, 각자의 어깨에 지워진 고행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영혼은 죽지 않는다. 고통 속에 꽃을 피운다. 육체가 망가지고 죽음이 어둔 그림자를 창문에 드리울 때 어쩌면 영혼은 하얀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날아가지 않을까. 소멸은 잠시 형체만 바뀌는 것. 가지려 애썼던 모든 것들이 허공에 흩날리다 땅 속 깊이 묻힌다.     어릴 적 동무들과 물수제비 튕기는 내기를 했다. 동무들의 던진 조약돌은 반원을 그리며 물 위를 사뿐히 걸어갔다. 내가 던진 조약돌은 물에 빠져 작은 파장으로 번져나갔다. 조약돌이 물 위를 걷지 못해도 작은 원으로 번지는, 물이 그리는 그림은 아름다웠다.     ‘가을엔 곡식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천개의 바람이 되어’중에서 영혼이 일탈을 꿈꾸는 아침, 가슴 밑바닥으로 찬바람이 분다.     청춘 시절에는 몰랐다. 바람이 비를 몰고 온다는 것을. 작은 슬픔이 큰 파도로 인(Q7 Editions 대표, 작가) 생길을 덮친다는 걸. 남은 시간이 살아온 날들 보다 적다는 것도 이제 깨닫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 호수 사랑 베아트리체 단테 알리기에리 editions 대표

2023.09.19. 14:08

썸네일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해발 6000피트 호수로 폭염 탈출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6759 피트 (2060m) 고도의 빅베어 호수는 여름철에는 시원한 공기가 흐르는 숲 속에서 하이킹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호수에서는 유람선 여행뿐 아니라 패들보드 카약 낚시 보트 등 모든 장비를 빌릴 수 있다.   호수를 한바퀴 돌아오는 순환 도로는 자전거 타기에도 좋고 산속으로 거미줄처럼 나있는 비포장 도를 따라 오프 로드를 즐길 수 있다.   숲 속 시원한 그늘 아래 멋진 캠핑장들이 있으며 타운에는 수많은 캐빈과 호텔들 그리고 전통적인 미국 식당들을 비롯하여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많아 하루 혹은 며칠 피서를 지낼 곳으로 손색이 없다.   일 년 내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데 가을 주말에는 옥토버페스트가 열려 독일 맥주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잠시 짬을 내어 당일로 다녀올 예정이라면 다음 장소를 찾아보면 좋다.    ▶보울더 베이팍(Boulder B-ay Park)에서 피크닉 즐기기   18번 도로 선상에 위치한 보울더 베이 공원은 빅 베어 호수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멋진 곳이다. 보울더 베이 공원은 2010년에 새로이 단장했는데 푸른 잔디 위로 가제보가 달린 피크닉 테이블들이 마련되어있고 물놀이 낚시 카약 등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가을이 되면 날씨가 선선해지고 공원의 무성한 녹지가 단풍으로 멋지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빅베어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가 된다. 봄 여름은 따사로운 햇살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호수를 따라 하이킹을 하거나 고요한 물 위에서 카약이나 카누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된다.   언제 방문하든 보울더 베이 파크에서 즐기는 피크닉이나 휴식은 빅베어가 유럽의 알파인 산속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단지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므로 조금 일찍 서둘러 도착하는 게 좋다.    ▶블러프 호수 (Bluff Lake Reserve) 둘러보기   빅베어 호수에서 많은 야외 활동이 가능하지만 초록의 수초가 가득하고 세쿼이아 숲 기분이 나는 랏지폴 소나무 숲 속을 호젓하게 걸어 볼 수 있는 블러프 호수 방문도 좋은 방문지이다.   오래전부터 서부 개척자들의 보금자리였고 보이스카우트나 YMCA 야영장으로 각광을 받던 자리였다. 이곳은 시즌에 따라 형성되는 호수가 있었고 1900년대에 이곳에 캐빈 리조트가 형성되면서 둑을 조성하여 잔잔한 푸른 물결이 아름다운 호수가 만들어진다.   블러프란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인데 오래전 이곳 주인이 호수에 물이 없었음에도 물이 가득 찬 호수가 너무 아름답다고 허세를 부리는 바람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비영리 단체 소유로 되어있는데 낚시나 수영은 금지되어있고 5월에서 10월 사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 (Cougar Crest Trail) 산행하기   빅베어 주변에는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등산로가 여러 군데 있지만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만큼 파노라믹한 경관을 제공하는 곳은 드물다. 뭉게구름 하늘 아래 초록으로 산을 덮고 있는 피뇬 파인과 주니퍼 사이로 청량한 공기가 감도는 이곳은 창조주가 등산을 위해 마련해놓은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등산로는 넓고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초보자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단지 등산로 마지막 부분인 버르타 픽(Bertha Peak)의 급경사는 옵션으로 오를 수 있다.   등산로 시작점에서 높이 자란 파인트리 사이로 잠시 올라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왼쪽 길로 올라가도록 한다. 오른편 포장도로는 디스커버리 센터(Discovery Center)로 연결이 되는데 이곳은 샌버나디노 국유림(U.S. Forest Service)의 방문자 센터이며 자연보호 교육관의 역할도 겸해 각종 지도와 책자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등산로의 처음 1마일 정도는 길이 넓고 완만하다. 이후로는 지그재그로 산기슭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이 즈음해서 빅베어 호수와 주변의 리조트 시설들이 더욱 넓게 시야로 들어온다.   약 2.2 마일 지점에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과 만나면서 이 등산로는 끝이 난다. 여기서부터는 우측으로 PCT를 따라 1마일 정도 거리에 있는 8201 피트의 버르타 픽(Bertha Peak)에 도전해 보자.   버르타 픽으로 올라가는 도중 등산로 아래로 펼쳐지는 빅베어 호수의 푸른 물결과 주변경치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호수 너머 웅장하게 솟아 있는 샌버나디노 산맥(San Bernardino Mountains)의 고고함이 그 멋을 더해준다. 샌버나디노 산맥에는 남가주 최고봉인 샌고고니오 산(1만1502피트)이 있으며 많은 봉우리들이 1만피트(3000미터)가 넘는다.   버르타 픽 정상에서 호수 반대편으로는 수목이 울창한 홀콤 밸리(Holcomb Valley)와 모하비 사막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간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야외활동을 구가할 수 있는 빅베어 호수는 남가주 최고의 휴양지가 아닐 수 없다. 위에 설명한 장소들은 구글 지도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 갈 수 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호수 탈출 빅베어 호수 호수 방문 이때 빅베어

2023.08.17. 18:30

썸네일

레이니어 호수 편의 시설 폐쇄될 수도

애틀랜타 메트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레이니어 호숫가의 편의시설이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레이니어 호숫가의 공원, 캠핑장 등의 총 40개의 구역은 지방 정부가 아닌, 미 육군 공병대(USACE)가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공병대는 현재 자금으로는 공원을 계속 운영할 수 없다고 밝히며 지방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팀 레이니 공병대 운영 담당자는 지역매체채널2액션뉴스에 "예산이 삭감된 것이 아니라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며 "현재 세출 예산으로는 우리가 운영하는 모든 공원에서 동일한 관리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고 전했다.     레이니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지연된 시설 수리 및 유지 비용은 7000만 달러에 달한다.     공병대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설을 폐쇄하는 대신 지방 정부와 관리 계약을 체결하는 해결책을 택했다. 레이니 담당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손, 포사이스, 홀 카운티가 캠프장과 공원 관리 및 유지 비용을 분담한다는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아직 합의 과정 중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지방 정부는 시설 사용 요금 수익을 최대 100% 가져갈 수 있다.  윤지아 기자레이니어 호수 레이니어 호수 레이니어 호숫가 시설 수리

2023.07.18. 14:53

썸네일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는 잔잔합니다

나를 잃어버리기로 한 후 편해졌습니다 / 비 내리는 Lake Geneva에 서있습니다/ 마음 두드리는 빗소리가 나를 멀리 밀어냅니다 / 무대에는 호수가 나와 헨델의 미뉴에트를 연주합니다 / 관객은 흔들리는 배 한 척, 노란 부리의 새 가족, 그리고 나 / 호수는 빗줄기를 먹고 꽃이 되었습니다 // 호수는 잔잔합니다 / 이곳을 향했던 마음 같이 잔잔합니다 / 일렬로 갈아놓은 밭고랑같이 적막하기도 해서 / 차창에 부딛혀오는 빗방울 피해 막다른 길 / 호수가 내려보이는 통나무집에 삽니다 // “당신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어” /거침없이 직진하는 당신은 내게 산입니다 / 따져보면 틀릴 게 없는 당신은 안개입니다 / 지난 후 선명하게 올 곧은 당신은 스승입니다 // 꽃이 되지 않아도 피어나는 모든 건 꽃이랍니다 / 호수는 비에 젖어 하늘로 올라가려 하고 / 나는 비에 젖어 호수가 되려합니다 / 모두는 살아나는 지느러미가 되었습니다 / 호수는 큰 호흡 속에 잔잔합니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포치에 앉아 있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한번도 와본 적 없는 생소하고 낯선 곳. Lake Geneva 맞은편에 위치한 한적한 작은 마을입니다. 요란한 불빛도 없고 사람들의 소리도 끊긴 마을 간혹 트레일러에 보트를 달고 들어오는 차량소리가 적막을 깨웁니다. 저녁 늦게,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간간히 비가 뿌렸고 하늘엔 별하나 뜨지 않았습니다. 호수의 물결은 푸른빛 하나 없었고, 도시의 소음은 찿아볼 수 없는 적막한 밤이었습니다. 밤새 호수는 잔잔했습니다.   오늘 아침엔 비가 그치고 산들한 바람이 스치는 날씨, 아침 일찍 물가로 나왔습니다. 호수로 향한 나무 데크 끝에 앉아 오랫동안 찰랑거리는 물결을 바라 보았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이는 바람도, 반가운 새소리도, 조용한 고요 속에 젖어 들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랜 시간 앉아 있었습니다. 눈 녹듯 사라지는 시름과 걱정들은 호수의 표면에 아롱지는 작은 파장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좁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서 꽃은 피워서 꽃이 아니라 자라나는 모든 것은 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수의 물결 소리도, 바람에 눕는 들풀도, 귓전에 울리는 새소리도, 눈에 비쳐오는 풍경도, 그곳을 지나 걷고 있는 한 사람도 꽃이 될 수 있다는. 이어폰을 끼고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곡 Hendel의 ‘Menuetto in G Minor’를 들으며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스쳐가며 쉼을 누렸습니다. 계획된 일도 없으니 조급할 이유도 없어 긴 아침을 즐겼습니다.   음악 용어 중에 불타오르듯이 연주하라는 아세소(access)가 있는 반면 천천히 연주하라는 아다지오(adagio)가 있습니다. 활발하고 쾌활하게 노래하라는 알레그로(allegro)가 있고 노래하듯 서정적으로 부르라는 칸타빌레(cantabile)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마음가는대로 부르라는 리비텀(libitum)도 있습니다. 음악 용어를 찿아 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우리 삶의 모습들을 단면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용어들을 노래로 혹은 연주로 시작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음악부호가 있습니다. 그것은 쉰다는 의미의 쉼표(rest)입니다. 이 쉼표를 무시하면 음악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삶의 일상에서도 이 쉼(rest)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목표를 향해가는 길목에 거침이 됩니다. 쉼 없이 달리면 삶이 힘들어집니다. 어쩌면 균형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친 후엔 늘 잔잔한 파장이 옵니다. 자라나는 모든 것들은 겨울이라는, 단단한 씨앗의 껍질이라는 쉼을 지난 후 싹을 냅니다. 오늘 잔잔한 호수를 바라다보며 쉼을 배웁니다. 그리고 나도 긴 호흡을 쉬어봅니다. 레이크 제네바에서.(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호수 밤새 호수 언덕 통나무집 피아노 연주곡

2023.05.15. 14:38

썸네일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세상에 없는 신비함을 만나다

캐나다 로키산맥 내  또 하나의 국립공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요호 국립공원이다.     인디언 언어로 '아주 신비한' 혹은 '신난다' 라는 뜻이니까 우리의 '야호~'와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곳에 예쁜 호수가 있는데 바로 에메랄드 호수다. 작은 호수이지만 호수의 빛이 에메랄드 색 보석 같은 모습인데,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2시간 정도 돌아보면서 숲 향에 취해 볼 수도, 작은 보트나 카누를 빌려 호수를 가로질러 볼 수도 있는 감동의 장소다.   그런데 이곳에 올때 마다 기억나는 관광객과의 만남이 있다. 벌써 25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많은 관광객을 인솔해 이곳 에메랄드 호수를 평소와 다름없이 찾았는데 그때  관광객 중 3형제가 있었다. 큰형님이 80세 정도, 둘째 형님이 65세정도 그리고 막내가 60세 정도 되신 고객들이었다. 큰형님이 연세에 비해 상당히 건강하고 잘 걸으셨고 둘째 되시는 분이 꼭 아버님처럼 형님을 공손히 부축하면서 모시기에 궁금해서 여쭤 본적이 있다. "형님이라고 하면서 꼭 아버님처럼 모시네요" 그랬더니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북사투리의 억양으로 "네, 형님이 저희에게는 아버님이나 다름 없습네다. 저희에게는 8형제가 있었디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큰형님께서 우리를 가르쳐 주시고 길러 주셨디요, 그러니까 아버님이나 다름업디요, 근데 저는 저 형님과 다른 형제들을 못보고 죽는 줄 알았어요"  당시 그렇게 말하는 그분의 눈에는 무언가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궁금증에 다시 물었다. "아니 건강이 좋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분이 다시 "그게 아니고, 사실은 저는 김일성 대학의 교수 였었디요" 김일성 대학의 교수였었다는 그분의 이야기가 왜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는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고 있는 내 마음의 동요도 아랑 곳 없이 다시 그는 "전 김일성 대학의 교수였고, 제 형제들은 전부 남한으로 피난가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형제들의 소식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살아 생전에 만날 수 없으리란 생각뿐 이였지요. 그러다가 제가 동베를린 대학으로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지요. 당시 동독과 서독에는 철의 장막이 가로막고 있던 때였습니다만 어느 날인가 전혀 생각지도 않게 동독과 서독의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말았지요. 그 바람에 남한에 있던 형제들을 만나게 되고 이렇게 여행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도 필자는 에메랄드 색의 호수위에 보트를 타고 흘러가는 3형제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먼 곳, 내나라 내 형제들이 그렇게 만나기를 갈망하면서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장소. 그러나 그들은 독일의 통일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호수에서 보트에 몸을 맡기고 있던 것이었다. 에메랄드 호수의 솔향 짙은 숲길에서 바라 본 3형제의 모습은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진한 감동으로 명화의 한 장면처럼 내 추억의 장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여행은 자연이라는 책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곳이며, 공간을 읽는 법을 깨닫는 시간이다. 마음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다시 찾는 것이며,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에메랄드 호수 에메랄드 호수 김일성 대학 호수 주변

2023.05.04. 21:20

썸네일

조지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알라투나'

조지아 북서부에 위치한 알라투나 호수가 조지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뽑혔다.   인터넷 매체 인사이더가 최근 발표한 '각 주의 가장 아름다운 호수' 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에서는 알라투나 호수가 선정됐다.     알라투나(Allatoona)는 둘루스에서 약 1시간 30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케네소 북쪽, 에크워스 인근에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이알라투나 호수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수는 1만2000 에이커 크기이며, 호숫가는 270마일에 달한다. 호수와 주변 지역 대부분은 미 육군 공병대에서 관리한다.     호수 주변에는 공공 캠프장, 선착장, 공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보트를 판매, 대여, 보관하는 서비스도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병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인근에 캠프장 589개, 피크닉 장소 188개, 주립공원 1개, 카운티 및 도시공원 9개 등이 있어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편 다른 동남부 주의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앨라배마 버밍햄의 레이 호수,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인근 노먼 호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11만 에이커 크기의 마리온 호수, 플로리다 올랜도 도심 인근 이올라 호수가 있다. 윤지아 기자조지아 호수 조지아 북서부 호수 사우스캐롤라이나 호수 플로리다

2023.04.27. 15:01

썸네일

매머드 호수에 '오로라' 현상 나타나 화제

매머드 호수(Mammoth Lakes) 지역에서 지난 주말 동안 북극의 오로라 현상이 잠시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 늦은 밤 눈부신 빛이 하늘을 덮는 광경이 펼쳐졌다. 일부는 이 장면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국립해양대기국(NOAA) 관계자는 지난 주 태양 폭풍이 강렬했기 때문에 이 영향으로 훨씬 남쪽 지역에서도 오로라 현상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나타난 현상이 2019년 이후 3번째로 규모가 큰 '지자기 폭풍(geomagnetic storm)'이라고 말했다.   UCLA 우주 연구소의 설립자인 제이콥 보트닉은 "아직 솔라 사이클의 최대치에 도달하려면 1~2년은 더 있어야 한다"면서 "따라서 향후 1~2년 안에 이와 같은 오로라 현상을 조금 더 남쪽 지역에서 더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s)로도도 불리는 오로라 현상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플라즈마 입자가 지구 대기권 상층부의 자기장과 마찰하여 빛을 내는 광전 현상을 말한다. 김병일 기자매머드 호수 매머드 호수 남쪽 지역 태양 폭풍

2023.04.25. 10:33

썸네일

[글마당] 안개 속에 잠긴 호수

안개꽃 가득 핀 새벽   묵묵히 피어있는 마른풀 숲   날마다의 그림을 담으러 간다       살아있는 꿈을 둘러맨 길은   먹이 찾는 물오리에 붙들려   갈등하는 사이   예민해진 지그재그 반응으로   바람의 흔적으로 떠났다       호수가 호수와 맞닿아   또 다른 호수가 열리는   숨겨진 숲길이 해맑아서   가끔씩 심호흡하는   낚시꾼들의 터전       그리운 것은 모두 떠나고   지각한 해님이 서성이는   안개 속에 잠긴 호수       희미한 자막으로   점 찍어 섬이 된 이름으로   물속으로 불어가는 그림자에   단단한 마음으로 아득한 것은   길게 늘여서 잡아 왔다 박선원 / 시인·웨스트체스터글마당 안개 호수 지그재그 반응

2022.11.04. 17:2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세상의 끝, 호수 위에 뜬 동굴

40년 가까이 매일 밥 먹듯 여행하며 살아왔음에도 매번 느끼는 것이 '세상은 넓고 여행할 곳은 많다'는 사실이다.     남미 대륙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파타고니아는 '세상의 끝(fin del mundo)'이라 불리는 곳이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초록 숲, 아직 살아있는 거대한 빙하와 그 빙하가 녹으며 형성된 호수… 파타고니아는 자연이 오롯이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다. 특히 11~2월의 파타고니아는 바야흐로 꽃 피는 여름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청명한 하늘, 따사로운 햇볕 아래 야생화가 꽃망울을 '툭툭' 하고 터뜨린다.     파타고니아의 명소로는 바릴로체 캄파나리오 언덕, 토레스델파이네, 푸에르토 나탈레스, 피츠로이산, 모레노 빙하, 마블 동굴을 꼽을 수 있고 바릴로체, 엘칼라파테, 엘찬텐, 푼타아레나스, 땅끝마을 우수아이아가 대표 도시다.     시선을 압도하는 풍광들로 가득한 파타고니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관 중 하나는 단연 모레노 빙하다.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모레노 빙하는 바다에 둥둥 뜬 빙하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일단 규모부터가 길이 19마일, 높이 240피트, 두께 560 피트로 압도적이다.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가장 큰 모레노 빙하는 문자 그대로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나이테로 나무의 나이를 가늠하듯, 거대한 얼음 평원은 켜켜이 눈이 쌓이고 그 눈이 얼어서 만들어진 시간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1981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모레노 빙하는 빙하가 계속 움직이는 신비로움으로 더욱 특별하다. 때때로 빙하들은 '우르르 쾅쾅' 땅이 갈라지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린다. 호수 면과 맞닿은 빙하 끝자락은 거대 빙하에서 떨어져 나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품이 된다. 아이젠을 신고 얼음 산을 오르는 미니 빙하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파타고니아의 또 다른 명물로는 주저 없이 헤네랄 카레라 호에 떠 있는 ‘마블 동굴(Marble Caves)’을 꼽을 수 있다. 보트를 타고 잔잔한 호수를 가로지르면 빙하의 압력과 긴 세월 침식작용으로 기묘한 자태를 뽐내는 바위들이 우뚝 서 있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황홀한 별천지가 펼쳐진다. 동굴 속은 선명한 블루를 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청록 물빛이다. 굴과 터널, 대리석 기둥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지형은 긴 세월 빙하와 파도에 의해 깎여서 형성된 것이다. 호수가 옥색 융단처럼 흐르고, 호수가 마블 터널과 벽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일렁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천국 같기도 하고, 우주 같기도 한 이곳에서는 잡념이 말끔히 사라지고 저절로 힐링이 된다. 그러한 기막힌 세상이기에 여행자들은 남미 대륙 깊숙한 곳에 있는 마블 동굴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호수 동굴 모레노 빙하 마블 동굴 빙하 끝자락

2022.09.15. 18:3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