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한인들을 연결하고 정체성을 함께 찾는 ‘하피(Halfie) 프로젝트’가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거진 포브스는 최신호에 한국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네브래스카 출신 베키화이트씨의 ‘더 하피 프로젝트’가 전세계에 거주하는 혼혈 한인들의 관심을 끌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 하피 프로젝트’의 ‘하피’는 절반이라는 뜻을 의미한다. 화이트씨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직업으로 서울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반 한국인’인 자신의 정체성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성인이 된 후 한국의 대기업에서 일할 때 혼혈 한국인으로서의 차별을 경험한 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평범한 질문의 답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자신의 이야기를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화이트씨는 이전까지는 혼혈 한인에 관해 관심이 없었던 한국인들이 자신의 영상을 보며 공감하는 댓글을 읽으며 한국과 미국에 사는 자신과 같은 혼혈 한인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하피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 하피 프로젝트’ 웹사이트에는 화이트씨의 블로그, 사진, 팟캐스트 및 혼혈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비디오 인터뷰가 올라가 있다. 흑인과 한국인 혼혈인 비디오그래퍼이자 화이트씨의 약혼자인 세드릭 스타우트의 이야기를 비롯해 한국계 프랑스 와인 기업가, 한국계 모로코 모델, 베이징에서 자란 한국계 인도 가수 등 각국의 혼혈 한국인들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화이트는 “많은 사람이 혼혈 한국인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보다 더 다양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시야가 넓어지고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 디아스포라는 약 730만 명에 달하며, 주로 중국, 미국, 캐나다, 일본,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고 있다. 약혼자와 함께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화이트는 “하피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일부는 주제가 너무 고통스럽다며 다루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첫 인터뷰 영상을 본 후 오히려 이해한다고 다가왔다. 이 주제가 충분히 신중하게 다뤄진다면 혼혈이라는 배경 때문에 상처를 받은 많은 사람이 치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혼혈 한인 혼혈 한국인들 한국인 혼혈인 혼혈 한인들
2024.06.25. 20:37
“앤더슨 박인 데 코리안이야.” 2~3년 전인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아들이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오자 잘 아는 가수라며 알려준다. “유명해?”라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궁금해 자료를 찾아봤다. 본명은 브랜든 박 앤더슨이지만 앤더슨 박(Anderson .Paa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Paak은 ‘팩’ 또는 ‘박’으로 발음하지만 박으로 표기한다.) 그는 LA 북쪽, 벤투라카운티 옥스나드 출신이다. 가계도를 보니 외할머니가 한국인, 어머니는 ‘하프 코리안’, 아버지는 흑인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쿼터 코리안’이다. 한인과 결혼했고 2명의 자녀가 있다. 그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라는 그래미상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내리받았다. 특히 올해는 4개 부문 수상의 기염을 토했다. 지난 2월 LA에서 열린 제56회 수퍼보울 공연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명 백인 래퍼 에미넘의 공연 때 드럼을 연주한 게 그다. 앤더슨 박을 보면서 하인즈 워드가 떠올랐다. 어머니가 한인인 그는 2006년 제40회 수퍼보울 MVP를 받으며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홀어미니에 가난한 이민자 가정 출신, 혼혈…. 스토리가 있는 그의 삶에 팬들은 열광했고 웬일인지 한국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그는 엄청난 조명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한국계 혼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그 후 한국정부나 한인사회나 혼혈들에 대한 관심은 다시 시들해졌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다시 한국계를 주목하는 일이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에 한국계 선수의 발탁도 고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WBC는 다른 대회에 비해 선수의 국적 기준이 느슨하다. 부모나 심지어 조부모 국적의 국가 대표로도 참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야구 불모지인 이스라엘이 WBC에 참가하고 미국 출생 선수가 멕시코 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한 번도 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폐쇄성과 ‘병역면제’라는 당근 때문에 한국 내에서만 선수를 뽑았다. 공교롭게도 성적은 갈수록 떨어졌다. 그런데 내년 대회에는 문호를 열겠다고 한다. 병역 혜택이 없어져 고육책일 수도 있지만, 한국계 선수들에 시선을 돌렸다는 것 자체가 과거에 비해 달라진 모습이다. 메이저리그(MLB)에는 많은 한국계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확인된 주전급 선수만 해도 미치 화이트(LA다저스 투수), 데인 더닝(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토니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내야수), 조 로스(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코너 조(콜로라도 로키스 좌익수·1루수) 등이다. 특히 데닝은 “한국 대표팀에서 불러만 주면 뛰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데닝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선수가 부모의 나라, 조부모의 나라인 한국 대표팀 참여 의사를 밝혔었다. 한인사회의 이민 연륜이 깊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종과의 결혼도 많아지고 있다. 부모들이야 은근히 자녀들의 배우자로 한인을 바라지만 어디 희망대로 될 일인가.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연방 센서스의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3만2223명이던 한인 혼혈인구는 2020년 44만9183명으로 5년간 11만 명 이상 늘었다. 이 기간 혼혈을 제외한 한인 인구 증가율이 1.2%에 그쳤지만, 혼혈 인구는 33%나 급증했다. 앞으로 증가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혼혈’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사용이 망설여진다.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한인이면 ‘한인 혼혈’이라는 말 대신 그냥 한인, 또는 한국계라고 부르면 어떨까. 내년 WBC대회에서는 많은 한국계 선수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한국계 혼혈 한국계 선수들 한국계 혼혈들 한국 대표팀
2022.07.21.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