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화성
화성은 태양의 여덟 행성 중 지구 다음 궤도를 도는 네 번째 행성이다. 태양계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의 바깥쪽에 걸쳐 있어서 지금부터 1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성에 우리 지구처럼 지적 생명체가 사는지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19세기가 거의 저물 무렵 영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H. G. 웰스는 〈The War of the Worlds〉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우리보다 문명이 발달한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줄거리다. 결국, 지구 세균에 저항력이 없던 화성인이 온갖 병에 걸려 스스로 궤멸하는 바람에 지구는 위기를 넘겼고 패퇴한 화성인은 지구를 포기하고 금성으로 목표를 바꿨다는 이야기다. 〈타임머신〉과 〈투명인간〉으로 유명한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구에서 약 5천 6백만Km 떨어진 화성까지 로켓으로 가는 데만 7달 정도 걸린다. 일주일 걸린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사람이 좁은 우주선 안에서 수개월을 버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숙식이 해결된다고 해도 갇힌 공간에서 그렇게 오래 생활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화성은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지구 밖 식민지 0순위에 올라 있다. 그나마 화성이 거리상 시간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그렇다. 지금 화성에는 로버라고 불리는 무인 탐사 차량이 다니고 한때는 드론이 날기도 했다. 비록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이었지만 무인 우주선에 의한 화성 탐사는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소련은 마스 1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고 2년 후 후발 주자가 된 미국의 매리너 4호도 화성 궤도에 안착했다. 구소련은 마스 2호와 3호를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미국의 바이킹 1호와 2호가 1976년 연달아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그동안 소저너, 오퍼튜니티, 스피릿 등의 탐사 로버가 성공적으로 화성 표면을 달렸고 지금은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 중국의 주룽이 운행 중이다. 또 인제뉴어티란 이름의 드론이 대기가 옅은 화성을 날면서 각종 자료를 수집해서 보내기도 했다. 태양을 공전하는 여덟 개의 행성은 타원 궤도를 돌기 때문에 서로 떨어진 거리도 들쑥날쑥하다. 궤도 순으로 수성, 금성, 지구 순이어서 지구에서 보면 당연히 금성이 더 가까워야겠지만 실제로는 수성이 금성보다 지구에 더 가까울 때가 많다. 화성을 향하는 로켓도 아무 때나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기의 공전 궤도를 돌다가 우연히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질 때 발사해야 최단 거리를 날아서 도착한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두 행성이 가장 가깝게 위치할 때는 지구를 떠난 빛이 화성에 도착하는데 편도 당 3분 정도 걸리지만,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14분 정도 걸리는 큰 차이를 보인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⅓ 정도 되므로 지구에서 몸무게가 75kg인 사람은 화성에서는 25kg 정도 나간다. 화성에는 옅은 대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화성 표면의 온도는 영하 140°C에서 20°C의 분포를 보여서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추운 곳이다. 화성 지각 깊숙한 곳에 대량의 물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너무 깊이 있어서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전술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에서 오는 해로운 방사선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화성 궤도 화성 표면 화성 탐사
2025.06.20. 1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