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회관 1층 LA한인회 사무실 복도 입구는 차승표(74) 할아버지의 일터다. 복도 바닥에는 선풍기 한 대가 놓였을 뿐이다. 에어컨도 없는 복도에 놓인 책상에 차 할아버지는 5년째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자원봉사자로 매일 출근한다. 차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한인 시니어들이 가져온 각종 공과금 고지서 서류를 상담해주고, 교통카드 및 시니어 아파트 등 공공서비스 신청을 돕고 있다. 지난 7월 23일 만났을 때도 차 할아버지는 노트북을 켠 채 각종 서류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나는 본래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어요. 행정처리 능력이 몸에 뱄지요. 은퇴하고 집에만 있으면 뭐합니까. 이렇게 나와서 한인타운 주민들이 어려워하는 영문서류 처리를 돕고 있어요. 여기 오신 분들이 문제를 해결하면 되게 좋아하고, 나도 기분이 좋아져요.” 차 할아버지는 무보수 자원봉사라고 허투루 일하지 않는다. 그는 주중 오전 6시에 일어나 LA한인회 출근을 준비한다. 1시간 거리는 건강을 생각해 일부러 걷는다. 9시가 되면 복도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오후 3시까지 하루 평균 20여명의 생활민원 처리를 돕는다. 남의 서류를 대신 작성해준다는 책임감 덕분일까. 차 할아버지는 지난 5년 동안 한 건도 실수한 적이 없다며 웃었다. 차 할아버지가 풀타임 직원처럼 5년째 자원봉사에 나서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는 자원봉사를 통한 건강관리와 보람을 꼽았다. “한인 이민자와 시니어가 영어를 모르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집에 오는 우편물이 메디칼 서류인지, 캘프레시 서류인지, 광고지인지 그 자체를 모를 때가 많아요. 어떤 분은 영어 우편물이 오면 무엇인지 궁금하고 불안해서 잠을 못 잔다고 찾아오세요. 사연을 들어보면 참 답답하고 애처로울 때도 많다니까요. 어디 의지할 곳 없는 분들이 이곳에 와서 서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보람을 느껴요.” ▶곳곳 시니어 자원봉사 LA한인타운 곳곳에 60~80대 시니어 자원봉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LA한인회, 민족학교,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등 여러 비영리단체에서 남을 위한 일에 앞장선다. 7월 동안 본지가 만난 시니어 자원봉사자 10여명은 자원봉사에 나선 가장 큰 동기부여로 ‘건강한 노년생활과 남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꼽았다. 이들은 사람들을 상대하며 느끼는 스트레스와 부담도 토로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원봉사를 통해 본인 스스로 삶의 기쁨을 느낄 때가 많다고 전했다.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1층 안내데스크는 최기열(77)·정인숙(78)·윤영희(68)·빅토리아 이(69)·이효기(59)씨가 자원봉사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킨다. 이들이 맡은 역할은 센터 청소 및 관리, 메트로 교통카드 신청, 각종 이벤트 티켓 신청, 40여 무료 강좌 안내 및 신청 등 다양하다. 말 그대로 센터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일에 발 벗고 나선다. 매일 센터를 찾아오는 200명 이상 시니어 상담과 안내도 이들의 몫이다. 센터 오픈 때부터 13년째 자원봉사 중인 최기열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건강관리나 할 겸 왔다 갔다 하려고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며 “이곳에 나와서 여러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나 스스로가 밝아진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죽을 때까지 이곳을 찾은 분들을 위해 안내를 맡고 싶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이 할머니는 각종 서류처리 담당이다. 이 할머니는 “(영문)서류를 볼 수 있도록 공부시켜 준 아버지께 ‘댕큐’”라며 “덕분에 나는 어르신들 서류처리를 도울 수 있다. 청소도 운동 삼아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치매 예방 지름길 정인숙 할머니는 왕년에 비즈니스 우먼이었다. 정 할머니는 은퇴 후 우울증이 왔다고 한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삶 대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삶이 정 할머니 의욕을 꺾었다고 한다. 정 할머니는 “혼자 집에만 있잖아요. 그러면 힘들어져…”라며 “8년 전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제일 좋은 것은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치매 걱정도 없어지고, 삶의 모든 면에서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정 할머니는 자원봉사를 통해 “평생 일하던 습관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 센터에서 나이 드신 분들께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맞춤형 강좌도 권해드릴 때 내 역할에 자부심도 느낀다”고 전했다. 7년째 자원봉사 중인 윤영희 할머니는 ‘자존감 회복’을 자원봉사의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윤 할머니는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다. 자식들 다 키우고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 집안일도 오전이면 다 끝난다. 오후에 할 일이 없으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며 우울해졌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전했다. 그런 고민 끝에 윤 할머니는 자원봉사를 택했고, 곧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보람과 활력을 얻게 됐다고 한다. 윤 할머니는 “동네를 산책하고 쇼핑도 해봤지만, 재미는 금방 없어진다”며 “무엇보다 커뮤니티 센터 발전을 위해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자원봉사를 하면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사회성까지 기를 수 있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시니어 분들에게 자원봉사를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중앙-USC 자원봉사 황금기 자원봉사la한인타운 곳곳 시니어 자원봉사자 황금기 노년
2024.08.28. 20:07
한국에서 프로그레시브 록은 80~90년대 중반까지 10년동안 황금기였다. 지난 2월말 미주 한인 유영재 씨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프로그레시브 록 전문 서적 2권이 출간됐다. ‘프로그레시브 록 명반 가이드북’ 개정판과 ‘모던 프로그레시브 록 가이드북’(빈서재·사진)은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알라딘의 음악 전문서적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프로그레시브 록 애호가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5년 전 미국으로 이주한 유영재 씨는 프로그레시브 록뿐만 아니라 팝은 물론 힙합까지 즐겨 듣는 애호가로 프로그레시브 록 동호회인 ‘아일랜드’의 창립멤버였고 2013, 2014 네이버 음악 부문 파워블로거였다. 유영재 씨를 비롯해 UBC 울산방송 PD인 이진욱 씨, 음악 팬들 사이 알려진 파워 블로거 제해용씨, 음악 서적 전문 출판사인 빈서재 대표 정철씨 등 4명의 저자는 2017년 출간된 ‘프로그레시브 록 명반 가이드북’ 초판이 3년 만에 품절되자 50여편의 리뷰를 추가로 실어 이번에 개정판을 만들었다. 저자들은 “프로그레시브 록은 한국에서 8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동안 인기 있던 장르로 심야방송 라디오 청취자에게 사랑받았다”며 “그때 음악을 듣다가 3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왜 그 음악을 사랑했는지 적은 것이 이 책이다”고 소개했다. 저자들은 '프로그레시브 록 명반 가이드북'을 개정하면서 현재 진행형 프로그레시브 록을 다루자고 의견을 모았다. 고전 프로그의 시대가 68년부터 약 10년 정도였다고 하면 그 이후 프로그의 시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80, 90년대에도 있었고 프로그레시브 록의 부흥이라고 할 만한 시대는 2000년대 들면서 시작되었다"며 "이 모던 프로그의 시대는 40년 정도 되지만 팬들은 70년대 음악 위주로 듣고 있고 4명의 저자 모두 좋아했다"며 출간 의도를 밝혔다. 유영재 씨는 "들리는 음악만 듣는 게 아니라 찾아보면 정말 좋은 음악이 많다"며 "프로그레시브 록에 이어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80년대 팝 앨범 가이드북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영 기자프로그레시브 황금기 음악 전문서적 황금기 음악 음악 서적
2022.04.03.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