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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Key West와 회복탄력성

직원분들과 함께 플로리다 Key West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바다, 야자수, 노을, 신선한 해산물, 단합 파티까지… 모든 일정이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일정표 한 켠엔, 나같은 '맥주병'에겐 존재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스노클링. 사실 나에게 스노클링은 한 번의 뼈아픈 흑역사가 있다. 몇 년 전, COVID 시국 한복판에 가족들과 코스타리카 여행을 갔을 때였다. 수영을 못하는 아내와 딸은 바다 한가운데 들어가 잘만 놀고 있는데, 나는 잠깐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를 싣고 온 보트 옆 밧줄에 오른쪽 다리를 걸친 채로, 매달려 꼼짝도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이번 워크샵 계획을 듣고는 몇 달 전부터 수영 연습을 시작했다. 수영을 잘하시는 고객분께 부탁해서 개인 교습도 받고, 유튜브로 숨쉬는 법까지 혼자 공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몇 달을 꾸준히 연습해서 나름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Key West. 모두가 들뜬 분위기에서 스노클 마스크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가슴 높이의 실내 수영장 물밖에 몰랐던 나는, 깊고 투명한 바다 밑바닥이 내 눈 아래 펼쳐지는 걸 보는 순간 몸이 돌처럼 딱 굳어버렸다. 그래도 한참 동안 배 근처 물속에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물속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그 직후였다. 딸아이가 내 쪽으로 헤엄쳐 오자, 부딪힐 것 같은 공포감에 내 몸이 뒤집혔고, 그 순간 다섯 번쯤 짜디짠 바닷물을 연거푸 들이켰다. 파도는 세고, 시야는 흐리고, 호흡은 꼬이고, 지금까지 연습했던 모든 수영 기술은 뇌에서 싹 지워졌다. 팔은 허우적, 다리는 마비, 매일 ‘죽고 싶다.’고 버릇처럼 혼잣 말을 하던 나는, 그 순간, 죽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허우적거리다가 여직원 한분이 스노클 마스크를 벗겨줘서 간신히 배로 돌아왔다.   물에 젖은 수영복과, 바닷물을 잔뜩 먹어 튀어나온 배보다 더 무겁게 나를 짓누른 건… 자괴감이었다. '내가 그동안 뭘 연습한 거지? 왜 아무런 쓸모가 없지?'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창피했다. 젊은 직원들 앞에서 쩔쩔맨 것도 그렇고,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나 자신도 우스워졌다. 그러다보니 집으로 돌아와서도 수영장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회복탄력성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심리학에서 스트레스나 실패, 트라우마 같은 걸 겪은 후에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거나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능력을 말한다. 이 말은 원래 물리학에서 ‘외부 힘에 눌렸던 고무공이 다시 원형으로 돌아오는 성질’을 뜻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 이 단어는 인간의 내면을 설명하는데 더 자주 쓰인다. 미국 심리학자들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연구하면서 처음 썼고, 최근에 교육•심리•조직문화 같은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바다에서의 굴욕을 기억하며 다시 깨달았다. 성공의 정의는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중요한 건 '수영을 잘 했느냐'가 아니라, 바닷물을 그렇게 먹고도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갈 수있는 용기가 내게 남아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다시 바다에 들어가보자.’ 아침에 다시 수영장에 다녀왔다. 누굴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나 자신을 위해서다. 두 번 실패했다고 물러서지 말자. 무엇인가 때문에 괴롭거나 힘들다고 해서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말자. 누구는 물을 먹을 수도 있고, 누구는 비둘기에도 겁을 먹을 수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런 자신를 끌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는 힘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회복탄력성 손헌수 key west 실내 수영장 수영 연습

2025.06.1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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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공의 열쇠 ‘회복탄력성’

일명 ‘흙수저’로 태어나 포브스지 영향력 있는 인물로 이름을 올린 한인 2세 섀런 박씨의 이야기는 큰 인상을 남겼다.     트럭운전자 아버지와 봉제공장에서 바느질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읜 후 지독한 가난을 맛봤다.     정부지원금과 푸드스탬프로 생활하던 그녀는 친구들 앞에서 저소득 지원 급식을 먹으며 창피함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가난은 훗날 그녀의 성공을 더욱 빛나게 할 도구가 된다.     시급 17달러에 불과했던 그녀는 현재 연 매출 2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스타트업 ‘인서트 네임 히어(INH)’의 대표다.   세계적인 잡지 ‘마리끌레르’의 인터뷰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역경에 부딪혔을 때 박씨의 태도였다.     그녀의 저소득 가정 출신 배경을 지적하며 사귈 수 없다는 남자친구의 잔인한 말을 듣게 된 후 그녀가 했던 행동은 ‘감사’였다.     박씨는 “그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을 위해 해주신 모든 일에 감사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서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낙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이같은 태도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관련이 있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은 정신적 강인함과 동의어가 아니다. 고난과 역경을 통과하지만 거기서 유연하게 적응하는 동시에 인내심을 갖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이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은 1989년 심리학자 에이미 워너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워너는 1950년대 실업자와 알코올·마약 중독자, 사회부적응자가 넘쳤던 하와이의 카우아이섬에서 태어난 800여명의 신생아를 전수조사해 40년 동안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는데 대부분 가난과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약 35% 아이들에게 예외가 생겼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학생회장을 도맡는 등 모범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워너는 이 아이들의 비밀의 근원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이 회복탄력성은 오뚝이 같은 선천적인 기질적 특성도 있었지만, 양육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음을 워너는 케이스 구분을 통해 보여줬다.   심리학자들은 회복탄력성을 정의하는 5가지 원칙으로 ‘감사’와 ‘수용’, ‘연민’, ‘의미’, ‘용서’를 꼽는다. ▶일상에서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지 ▶타인에게 연민을 갖고 있는지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지 ▶용서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등을 통해 회복탄력성 여부를 보는 것이다.     성공한 수많은 인물을 보며 대부분은 큰 역경과 고난,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곤 한다. 하지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스토리는 다르게 쓰였다.      성공한 근성의 상징으로 불리는 커널 샌더스는 65세의 나이에 전 재산 105달러를 가지고 사업파트너를 찾아 1008번을 거절당하고도 1009번째 성공해 기적처럼 세계적인 기업 KFC를 창업했다.     그는 “현실이 슬픈 그림으로 다가올 때면, 그 현실을 보지 말고 멋진 미래를 꿈꿔라.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라. 인생 최대의 난관 뒤에는 인생 최대의 성공이 숨어 있다”는 말을 남겼다.     낙담 되는 현실을 보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직시하되 그 안에서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 감사하고, 그 시간 안에서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의미를 찾는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두운 시간들은 디딤돌이 되어 나를 한 단계 더 높여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장수아 / 사회부기자의 눈 회복탄력성 성공 회복탄력성은 정신적 회복탄력성 여부 트럭운전자 아버지

2024.01.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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