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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봄꽃 히야신스

햇볕이 따뜻하여 마당에 나가 지난 가을에 떨어져 수북히 쌓인 감나무 낙엽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헤쳐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낙엽더미 속에서 가녀린 연두색 잎과 꽃대가 연한 보라색 꽃망울을 달고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기쁨으로 차올랐다. 햇볕을 받을 수 있게 낙엽들을 걷어 주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지나면 우리 집 작은 마당에는 가장 먼저 봄을 알려 주는 꽃이 있다. 보라색 히야신스다. 오래전에 지인이 들고 온 화분이다. 꽃을 실컷 보고 구근을 감나무 밑에 심었더니 해마다 더 번져가며 꽃을 피우고 봄을 알려준다. 난초와 비슷하게 양옆으로 실한 초록 잎이 나오고 가운데로 꽃대가 꽃망울을 달고 올라온다. 수십 개의 꽃이 질서 정연하게 꽃대에 붙어, 말고 올라가 한 봉오리 꽃을 만든다. 아침마다 다르게 여기저기서 쑥쑥 꽃대가 올라와 보라색 꽃봉오리의 향연을 이룬다. 너무 아름다워 화폭에도 담아보는데 어디 실물에다 댈까!     꽃말을 찾아보았다. 영원한 사랑이란다. 거기에 얽힌 애틋한 전설까지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아폴론의 태양신과 봄을 몰고 오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히아킨토스라는 소년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었다. 그 소년은 빼어난 미남에다 운동도 잘하고 전쟁터에서도 용맹을 떨쳤다. 결국 태양신인 아폴론과 소년 히아킨토스가 사랑하게 되었다. 하루는 둘이 들판에서 원반을 누가 더 멀리 던지나 시합을 했다. 히아킨토스가 멋지게 던진 원반을 아폴론이 받아 다시 히아킨토스에게 하늘 높이 던지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제피로스가 질투심에 바람을 불게 해 원반이 소년의 이마를 맞추는 바람에 소년은 죽고 말았다.  아폴론은 소년을 끓어 안고 슬퍼하며 머리에서 나는 피를 잔디에 뿌리고 울부짖으며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피로 물든 풀이 자라나 한 송이 꽃을 피웠는데 그 꽃이 바로 보라색 히야신스라고 한다.     색깔별로 여러 꽃말이 있는데 사랑에 관한 말이다.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과 슬픈 사랑, 붉은색은 당신의 사랑이 나의 마음에 머물다, 노란색은 용기와 승부, 파란색은 사랑의 기쁨, 흰색은 마음 편안하게 당신을 사랑하는 기쁨, 분홍색은 귀여움 등이다. 이런 표현들이 각기 다른 것 같지만 사실 누구를 사랑할 때면 모두 느끼는 감정이 아니겠는가.     한바탕 히야신스가 피고 난 후엔 심지도 않은 사랑초가 화단을 덮는다. 못다 한 사랑의 여운일까?  이제 감나무가 새잎을 틔우고, 대추나무의 어린잎이 고개를 내밀고, 장미가 몽우리를 내비치면 우리 집 마당은 완연한 봄이다. 이들을 바라보노라면 내 몸과 마음도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하얀색들로 피어올라 선한 것들로 채워짐을 느낀다.   꽃과 풀과 나무는 봄이 되면 최선을 다해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사랑을 받는다. 그들에겐 필요한 것이 많지도 않다. 며칠 만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생각나면 몇 톨의 비료를 뿌려준다. 비료는 일 년 내내 한 번도 안 줄 때도 많다. 그래도 그들은 봄만 되면 약속을 지키려는 듯 매일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우리도 누군가에게 갚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화단의 꽃과 나무들처럼 누군가에게 꽃을 피우고 싹을 틔워야 하지 않을까? 그건 어렵지 않다.  먼저 꽃처럼 화사하게 인사하고 마켙에서 줄을 서서 계산 할 때도 물건이 적은 사람에게  양보하고 남의 것과 비교하지 않으며 욕심부리지 않고 상대를 얕보지 않으면 된다.      꽃을 피우는데 어떤 대단한 영양분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일이다. AI(인공지능) 시대라고 사람 대신 컴퓨터에만 의존해 살아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컴퓨터로 아무리 꽃을 예쁘게 만든다 해도 그것은 꽃이 아니다. AI 로봇을 아무리 잘 만든다 해도 어찌 인간과 같겠는가!  아무리 악한 사람에게도 눈물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만 달려서는 안 되는 때가 있다. 앞에 무서운 절벽이 있는데 계속 달리다 보면 떨어져 변을 당할 수가 있다. 모든 분야에서 AI가 판을 치는 세상을 보면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생각난다. 그는 문명, 학문, 예술의 지나친 발달이 인간을 위험하게 만들고 타락시키고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한번 새겨봄 직한 이론이다. 우리처럼 점점 느려져야 하는 시니어들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 왠지 걱정스럽다.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우리에게 경고라고 생각한다. 인간 본연의 순수성과 자율성, 도덕적 직관을 회복하자는 외침이다. 악한 로봇이 나와 인간을 해칠까 봐 겁이 난다. 우리 인간에겐 지구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느님은 우주에서 지구라는 에덴동산을 주셨다. 꽃들이 저마다 특징이 있듯이 인간도 개성과 특성을 발휘해서 아름다운 낙원을 만들어야겠다.  이영희 / 수필가문예마당 히야신스 봄꽃 봄꽃 히야신스 사랑초가 화단 소년 히아킨토스

2026.02.12. 18:15

[글마당] 히야신스

봄 단장을 하는 중일까   아직도 4월의 뉴욕은   겨울옷을 입은 채   싸늘한 바람에 외투 깃을 여민다   창가에 찾아 드는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천지가 봄볕으로 타던 날   냉큼 히야신스 화분 하나 사들여 놓았다   자주 들여다보며 이쁘다고 칭찬해주었더니   어느새 연한 잎새 사이로 연보랏빛곱디고운   꽃을 피웠네   가녀린 그 몸매에 어찌 저리도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생겨날까   안쓰럽기그지없건만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향수보다 진한 꽃향기로   새봄을 전하는 히야신스. 이옥희 / 롱아일랜드글마당 히야신스 히야신스 화분 진한 꽃향기 연한 잎새

2022.04.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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