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은퇴 준비] 현실이된 장수시대, '평생 벌이' 설계하라
최근 한 금융사의 조사에서 미국인의 절반이 자신이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절반 이상은 오히려 ‘100세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는 장수가 가져다줄 즐거움보다 그로 인한 부담과 리스크를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은 장수가 곧 건강 악화와 기능 상실,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흔히 언급된 불안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돈이 바닥나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렵다고 한 응답자가 무려 62%에 달했다.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삶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수는 이제 확률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고, 이 현실은 이제 모두에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길어진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가 실제로 오해하고 있는 은퇴 기간의 길이 장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은퇴 기간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짧게 가정하는 것은 은퇴 계획의 가장 심각한 오류 중 하나다. 조사에서는 무려 절반의 응답자가 은퇴 후 20년 이하만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평균적으로 60대 중반에 은퇴하는 미국인의 현실과 완전히 괴리되어 있다. 현대인의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은퇴 후 30년, 경우에 따라 40년을 살아갈 가능성도 충분히 높다. 특히 젊은 세대는 더 일찍 은퇴하기를 꿈꾸면서도 더 오래 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은퇴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산이 예상보다 빨리 고갈될 위험이 높고, 이는 은퇴자가 은퇴 기간 내내 소비를 억제하거나 사소한 지출에도 불안을 느끼도록 만들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어떤 자산 규모가 자신의 은퇴 기간을 지탱해줄지 현실적으로 계산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대수명과 실제 지출 구조를 기반으로 한 은퇴 기간 재추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수 리스크 곧 재무 리스크 은퇴 이후의 삶에서 건강 문제와 재정 문제는 서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요소는 밀접하게 얽혀 있다. 하나가 악화되면 다른 하나도 동시에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인들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기간’이 평균 약 12.4년이라는 사실은 노년기 의료비와 돌봄 비용이 상당히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다. 만성질환, 약물 비용, 병원 방문 증가, 장기요양 가능성 등은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돌발적인 의료비는 은퇴자산을 빠른 속도로 소진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반대로 재정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건강 상태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다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노후의 건강을 단순히 의료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은퇴 자산은 단순 생활비를 위한 자금이 아니라 장기화되는 건강 관리와 돌봄 리스크를 함께 견뎌내기 위한 보호막 역할을 해야 한다. ▶은퇴 설계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소득 구조’를 만드는 것 은퇴에 돌입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정기적인 월급이다. 사람들은 돈이 없는 것보다 ‘돈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 자체를 더 크게 불안해한다. 그래서 은퇴 설계의 핵심은 자산 규모 자체가 아니라 그 자산이 어떻게 평생 동안 소득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에 있다. 조사에서도 가장 큰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요인은 ‘평생소득’이었다. 사회보장이 평생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그 외에 또 하나의 안정적인 월 정기소득을 확보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현재의 재무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낮았다. 특히 연금을 보유한 사람들은 ‘내 돈이 평생 갈 것 같다’는 확신을 갖는 비율이 매우 높았고, 이는 소비와 생활 전반에 대한 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은퇴자들이 여행, 취미, 가족과의 시간, 사회 활동 등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반은 결국 예측 가능한 소득 흐름이다. 자산이 많아도 소득 흐름이 없다면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자산이 많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있다면 은퇴자의 심리적 안정성과 삶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진다.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실천 단계들 길어진 은퇴 기간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우선 기대수명을 다시 바라보고 자신이 실제로 얼마나 오랫동안 은퇴 자산에 의존해야 할지 현실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리고 주거비, 식비, 유틸리티 비용처럼 반드시 발생하는 지출은 주식시장과 경기 변동성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평생소득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비와 장기요양 리스크는 은퇴 계획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영역이지만 이를 대비하지 않는 계획은 근본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또한 은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다. 배우자나 자녀와 은퇴 후 주거 계획, 돌봄 계획, 자산 현황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갈등을 예방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와 함께 자신만의 은퇴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복잡한 변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100세 시대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더 오래 산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떤 질로 살아낼 것인가에 있다. 장수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미래이며, 더 나아가 적절히 준비되면 인생의 제2막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삶을 짓누르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변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를 시작하는 것이다. 더 길어진 삶을 스스로 설계할 때 비로소 장수는 축복이 된다. 계획을 결과로 바꾸는 힘은 결국 행동에서 나온다. 켄 최 아피스 자산관리 대표 [email protected]세 시대 은퇴 준비 장수 설계 은퇴 자산 은퇴 기간 은퇴 계획
2025.12.10. 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