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AI 선생’은 정답만 알려줄까
#1 숏츠 동영상들을 보다 보면 제법 많은 광고를 접하게 된다. 온갖 제품과 서비스들이 홍보되는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AI(인공지능) 언어학습 앱들이다. 학습된 AI 선생과 대화를 통해 영어를 배우면 3주 만에 ‘원어민처럼’ 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세상에나. 게다가 예쁘장하고 발음도 또렷한 AI 로봇은 매우 친절하게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90년대에 언어습득 이론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언어 습득과 학습 이론이 가장 번창했던 2000년대 전후에 쌓인 모든 학자의 업적이 도서관 지하 창고에 영원히 수장되는 느낌이랄까. 정말 우리가 연구하고 이룩한 과학적 성과는 무한 훈련과 재생, 복제로 대체될 수 있을까. 수십 년 쌓아온 노력이 실용을 잃어버린 추억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면 과한 것일까. #2 챗지피티(ChatGPT)를 쓰다가 우연히 ‘신은 존재하는 것이냐’고 대뜸 물었다. 10초 정도 지나 데이터센터가 보내온 답은 흥미로웠다. 자신의 소신에 찬 확답보다는 기존 학자들이 고민한 내용에는 이런저런 것들이 있다는 백과사전식의 답변이 이어졌다. 맨 마지막 문장이 백미였다. “그런데 이용자님, 철학적 물리학적으로 신의 존재를 물으시나요? 아니면 요즘 좀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러신가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이런 학습은 어떤 방식으로 시켰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다른 AI들도 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일단 힘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답했더니 만약 힘들다면 상담할 장소와 연락 방법을 안내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신을 찾는 또는 궁금해하는 여러 이유를 우리는 위와 같은 답변을 이용해 복제 기계를 학습시키고 있다.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AI의 한계는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다. #3 우스운 이야기들을 모아서 전하는 인플루언서가 올린 휴대전화 캡처 사진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한 남성이 텍스트로 여자친구에게 사과하는 내용을 써서 보냈는데 말미에 챗지피티가 ‘더 완곡한 내용으로 감정적인 단어를 사용해 다시 써드릴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실수로 함께 보낸 것이다. 사실 직장과 사업체에서 AI를 이용해 글 내용을 다듬고 문법을 고치며, 더 설득력 있는 문구를 쓴 것은 꽤 오래전에 시작됐다. 받는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는 우리 정서를 표현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상당 부분 받고 있다. 라디오나 TV에서 뉴스 전달자로 AI를 동원하듯이 앞으로는 로봇이 화면상이나 실제로 존재하면서 우리를 대신해 사과도 하고 사랑표현도 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곧 편해질 것이라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다. 대규모의 학습 데이터와 인간을 흉내 내는 기술적 조합이 이제 인간보다 더 나은 기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외 선생도, 외국어 교사도, 하다못해 가드너에게 보내는 해고 텍스트 내용도 이제 AI에게 먼저 묻고 시작한다. 법적 분쟁은 물론 환자들은 자신의 심박수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근거로 투약 여부를 AI에게 묻고 결정한다. 옳고 그름을 따질 시간은 없이 언제 어떻게 먼저 수용하느냐가 관심의 중심이 된 것 같다. 언어를 사람과 만나 배우는 것이 가장 적합한 이유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 해당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은 우리만의 경험과 마음이 담기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AI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도구와 도구를 활용하는 주인은 구분하자는 것이다. 이 글은 AI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비슷한 주제로 비판적인 글을 써달라고 한다면 AI 선생이 더 나은 칼럼을 썼을까? 최인성 / 경제부 국장중앙칼럼 선생 정답 과외 선생 ai 선생 언어습득 이론
2026.02.17.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