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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재현 예수의 생애, 신세대 사로잡다

  ━   원문은 LA타임스 11월27일자 “Can an AI Jesus draw young Christians?” 기사입니다.    오렌지카운티 크라이스트 대성당 내 문화센터 2층. 차분하고 미소를 띤, 인공지능(AI)가 렌더링한 예수의 모습이 방 한쪽 벽을 가득 채운다. 예수는 납작한 빵을 두 조각으로 떼어 12명의 제자들에게 나눠 주는데, 제자들 역시 방의 네 벽 전체에 확장된 형태로 투사된다. 바닥에는 양고기, 채소, 올리브, 딥 소스 등 푸짐한 음식 이미지가 깔려 있다.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AI 예수가 말하면, 실물 관람객들은 방 중앙에 놓인 26개의 회전의자에 앉아 사방에서 펼쳐진 초대형 ‘최후의 만찬’을 둘러본다. 관람객들은 이미 갈릴리 바다에서 예수가 물위를 걷는 장면과 산 위에서의 변모(Transfiguration) 장면까지 목격한 상태다. 전시 주최 측은 이를 “믿음과 과학이 만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박물관”이라고 소개한다.   디즈니랜드에서 5마일 떨어진 이 공간은 한때 TV 전도사 로버트 슐러의 크리스털 대성당 사역 본부가 있던 곳이다. 여기에 들어선 ‘토리노 수의(Shroud of Turin) 체험전’은 오렌지카운티의 새로운 기독교 관광 명소를 표방한다. 1만 제곱피트 규모의 전시는 디지털 프로젝션, AI, 특수효과를 활용해 복음서 속 예수의 삶과, 십자가 처형 후 그의 몸을 감싼 것으로 신자들이 믿고 있는 수수께끼의 아마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시 후원자 팻 파워스는 “약간 디즈니 느낌도 있지만, 여러분이 그 장면 안에 있는 듯한 감각을 주고 싶었다”며 “전체 경험을 시각적으로 압도하도록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몰입형 콘텐츠는 기술 발전과 대면 경험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2021년 LA에 상륙해 폭발적 반응을 얻은 ‘반 고흐: 몰입형 체험’,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의 360도 엔터테인먼트’ 등은 특히 젊은 층의 취향을 바꾸어 놓았다. 가톨릭교회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인지하고, 성경 속 예수와 토리노 수의의 신비를 잘 모르는 새로운 세대의 기독교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디지털적 접근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워스는 “사람들이 오늘날 익숙한 방식,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처음부터 디지털 요소를 필수 조건으로 했다. 오렌지교구는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정적 전시”가 아니라 더 몰입도 높은 상호작용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이 민간 자금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부교구장 티머시 프라이어 주교는 “정적인 사진은 안 된다, 너무 지루하다”며 “벽에 포스터만 걸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금 교구가 자리한 34에이커 규모의 크라이스트 대성당 캠퍼스 곳곳에는 “토리노 수의 체험전” 광고가 영화 포스터처럼 붙어 있다. “피를 발견하라. 미스터리를 풀어라. 빛을 만나라.”   길이 약 14피트, 폭 3피트의 토리노 수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논쟁의 대상이 된 종교 유물 중 하나다. 어떤 이들에게는 성물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중세의 위조품이다. 불에 탄 흔적과 물 얼룩이 남아 있는 이 아마포에는 예수가 십자가형 당시 입은 상처와 일치한다고 여겨지는 수백 개의 혈흔이 있다. 더욱 신비로운 것은, 수의에 수염 난 남성의 희미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일부 신자들은 이것이 예수의 부활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물증이라고 믿는다. 가톨릭교회는 진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시 기획자들은 수의가 가진 ‘신적 기원’에 대한 증거가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본다.   수의 연구자 노라 크리치는 “우리 입장은, 수의가 부활의 증거는 되지만 ‘증명’은 아니다”라며 “전시 목적은 관람객이 스스로 여정을 시작하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객이 실제 수의를 볼 수는 없다. 토리노 성 요한 대성당에 보관된 실물은 수세기 동안 외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주최 측은 토리노 대주교의 허락을 받아 실물 크기의 고해상도 복제품을 들여왔다. 전시 해설자들은 관람객에게 아이폰 카메라의 네거티브 설정을 바꾸는 법을 알려주며, 수의 속 인물의 희미한 형상을 더 잘 볼 수 있게 돕는다.   “아이들은 늘 그걸 멋있어해요.” 크리치는 말했다.   전시 입장료는 성인 기준 20달러이며, 관람 시간은 최소 90분이 필요하다. 첫 번째 몰입형 전시방에서는 360도 영상으로 예수의 생애를 세례부터 십자가형까지 빠르게 훑는데, 초대형 ‘최후의 만찬’ 장면도 포함된다. 20분 영상이 끝나면, 무대에 투사된 돌문이 굴러가며 두 번째 방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예수의 무덤을 재현한 공간이다. 돌 제단 위의 인물 모형에는 흰 천이 덮여 있으며, 관람객은 이곳에서 18분짜리 수의 과학 연구 다큐멘터리를 본다. 이어지는 세 번째 ‘채플’ 공간에서는 AI가 구현한 예수가 부활 이후 성경 속에서 목격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 후반부는 좀 더 전통적이다. 예수에게 고통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여러 형구(형틀) 복제품을 직접 볼 수 있다. 못, 가시관, 로마 창 등이 포함된다. 상호작용형 키오스크에서는 수의의 각 층을 디지털로 분리해 혈흔만, 화상 자국만, 혹은 인물의 그림자만 따로 분석할 수 있다. 더 깊이 알고 싶은 관람객은 가상 신부 로버트 스피처와 대화하듯, “수의 이미지 형성에 초자연적 원인이 필요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수의가 노화·용제에 강한 이유를 중성자가 설명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의 녹음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방은 관람객의 묵상을 위해 마련됐으며, 이탈리아 작가 루이지 엔초 마테가 수의 속 인물의 신체 치수를 기반으로 제작한 실물 크기 청동 예수상이 놓여 있다.   종교적 성격이 분명한 전시이지만, 크리치는 “전시 목적은 예수와 수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 누구를 개종시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수의가 실제로 예수의 시신을 감싼 천이라는 데까지는 설득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믿음은 결국 각자가 선택해야 하는 신앙의 문제입니다.” 글=데보라 넷번신세대 생애 ai 예수 토리노 수의 실물 관람객들

2025.12.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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