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Bad Fish in 3 Days
‘3일 지난 나쁜 생선’이라는 영어 슬랭이 귓전을 때린다. 논리의 비약이 일어난다. 처음 얼떨결에 매력적이던 사람의 언행이 3번쯤 반복되면서 식상해진다. 식언(飾言, 거짓으로 꾸며 하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나쁜 사람에게서 오래된 생선 냄새가 난다는 상상에 사로잡힌다. 이 험담은 고대 로마 시대 극작가 ‘Plautus’가 원조로 손꼽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The guest is like fish: after 3 days it stinks.” (손님은 생선처럼 3일이 지나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현대에 이르러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 격언을 약간 수정했고, 요즘은 다섯 단어의 짧은 경구로 통한다. 신선한 생선이건 반가운 손님이건 3일이 지나면 호감의 신선도가 뚝 떨어지거늘, 하물며 빈번한 허언(虛言, 거짓말)은 더 말해서 무엇하랴. 야구경기 규칙, “3 strikes, you’re out!”가 우리의 일상에 늘 적용되고 있다. SNS에서 ‘관종(關種)’이라는 말을 접한다. ‘관심종자(關心種子)’의 줄임말. ‘3일 지난 생선’ 사고방식에 의하면, 한 사람이 감언이설이나 거짓말로 당신의 관심을 끈다 해도 같은 수법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관종’ 취급을 당하기 마련. ‘관심종자’를 사전은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풀이한다. 이때 ‘행동’에는 말까지 포함된다. 우리는 왜 남의 관심을 받으려 안달하는가.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결과일까. 관종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유전적인 컨셉에 매달리는 마당에서. 종자(種子): ①식물에서 나온 씨 또는 씨앗. ②동물의 혈통이나 품종, 또는 그로부터 번식된 새끼. ③사람의 혈통을 낮잡아 이르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 ‘씨 種’은 찰스 다윈의 엄청난 저서 “종(種)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1859), 그리고 사업가들이 장사 밑천으로 묵혀두는 ‘종잣돈, seed money’의 ‘종’에서처럼 ‘씨 種’이다. 그나저나 위에 인용한 ③은 듣기에 좀 거시기하지. 당신이 걸핏하면 들먹이는 혈통이며 사람을 품종(品種)으로 취급하는 사고방식이. 영어에서는 종을 ‘species’라 한다. 믿거나 말거나 ‘species’는 양념이라는 뜻의 ‘spice’와 말 뿌리가 같다. 원래 라틴어로 물품, 제품이라는 의미였다가 18세기에 양념이라는 뜻으로 변한 ‘spice’! 사람의 씨앗에도 양념처럼 각양각색의 미각(味覺)이 숨어있는 게 아닌가 싶다니까. 한 사람을 종자, 상품, 양념 취급하는 태도에는 어쩔 수 없이 모욕적인 구석이 있다. 그것은 한쪽이 다른 쪽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망의 결과이기도 하다. 관종들은 곡마단에서 눈길을 끄는 광대처럼 어떤 동정심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괜스레 어설프게 같은 내용으로 ‘시선 강탈’을 하는 행동은 역겹기가 일쑤다. 3일 지난 나쁜 생선이 따로 없어요. 정치인들도 생선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곧잘 목격한다. 우리 민요 밀양아리랑,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하는 시작 부분이 한참 애절하다. 자기를 봐 달라는 간청을 3번씩이나 하다니. 정치인들이 아닌 남녀 간에 터지는 사랑 타령일지도.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관종이라는 컨셉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거다. 요새 세상에 성희롱 취급을 받을 수는 있어도.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fish days bad fish 생선 취급 생선 냄새
2025.06.24.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