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컨설팅] K-푸드 전성시대의 역설
K-드라마와 K-팝이 한류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K-Food다. 지난달 24~25일 세리토스에서 열린 ‘2025 LA K-Food Fair’ 현장은 그 사실을 증명하듯 열기로 가득했다. ‘Taste of Korea’ 무대 아래에서는 시식 행사가 이어지고, 한편에서는 바이어와 수출업체 간의 1:1 미팅이 쉼없이 돌아갔다. 김치, 라면, 떡볶이, 건강식품, 소주까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Food의 위상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인기 뒤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전쟁, 지식재산권(IP) 리스크다. K-Food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자 유사·모방 상품도 급증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한국 라면과 비슷한 포장·이름을 단 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됐다. 실제로 ‘불닭 볶음면’은 수차례 짝퉁 제품으로 시장 혼란을 겪었고, 현지 업체와의 상표권 분쟁에 휘말린 적도 있다. 김치와 소주 같은 전통 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규정하려는 논란이 있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Soju’라는 명칭이 외국 기업에 먼저 등록돼 한국 기업이 뒤늦게 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만약 이런 시도가 성공했다면, 정작 한국 기업이 자국의 대표 식품 이름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문제는 상표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제 상담 사례로, 한 업체는 해외 시장에서 유사한 패키지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현지 유통업자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초기 대응으로 큰 분쟁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포장 디자인조차 지식재산 보호의 중요한 영역임을 실감한 사례다. 이처럼 디자인·포장 문제는 저작권적 성격과 상품권적 성격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기업은 이 부분도 주의 깊게 대비해야 한다. 음식 자체의 제조법도 특허나 영업비밀로 보호해야 한다. 라면의 조리 공정, 소스 배합 비율, 발효 과정 등은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가 100년 넘게 비밀 레시피를 철저히 영업비밀로 관리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켜온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K-Food 역시 ‘맛의 비결’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모방 제품에 의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결국 상표권, 저작권, 영업비밀, 특허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오늘날에는 오프라인 유통만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한국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얻자마자 유사한 모방 상품이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가 흔하다. 포장과 제품명이 교묘하게 변형된 가짜 상품이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고, 정작 원조 기업은 판매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다. e커머스 시대의 지재권 분쟁은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한 번 이미지가 훼손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K-Food Fair가 보여준 활기는 한국 식품 산업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이 가능성이 오래 지속되려면 반드시 지재권이라는 보이지 않는 방패가 필요하다. 브랜드는 이름만이 아니라 포장, 레시피, 심지어 스토리텔링까지도 포함된다. IP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Food, 이제는 그 가치를 권리로 지켜야 할 때다. 한국의 식탁에서 자란 맛이 세계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기업의 노력과 문화적 자산이 녹아 있다. 그 노력이 모방과 분쟁으로 희석되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 기관이 함께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질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K-Food는 지속 가능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정 / 미국 특허변호사·KOIPA LA IP CENTER 센터장지식재산 컨설팅 전성시대 푸드 포장 디자인 food fair 글로벌 인기
2025.10.07.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