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LA한인타운 올림픽길과 버몬트길의 현재 '엘 뽀요 로코(El Pollo Loco)' 자리에는 '아메리칸 버거(American Burger)'라는 식당이 있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당시 한인 청소년들의 집합소였다. 그곳에 모인 소위 불량 청소년들은 업소명의 이니셜을 써서 'AB파'라 칭하곤 했다. 한인 최초의 청소년 갱이었다. 그 뒤를 이어 다소 험악한 이름의 'KK(Korean Killers)', 'LGKK(Last Generation KK)' 등이 등장했는데, 공식적으로 LA경찰국(LAPD)은 이 한인 갱들을 '깡패(Gang-pae)'라고 불렀다. 일본계 야쿠자, 중국계 와칭과 대비되는 고유명사였다. 길 건너 호돌이 식당 건물에는 '올림픽 버거'가 유명했다. 버거도 훌륭했지만,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멕시칸 스타일 부리토가 일품이었다. 착한 가격과 푸짐한 양의 인심 좋은 식당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현재도 타운내 햄버거 경쟁은 치열하다. 전체 시장에서는 인앤아웃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타운에서만큼은 '칼스 주니어(Carl's Jr.)'가 선전 중이다. 5가와 웨스턴, 6가와 웨스트모어랜드 2개 지점에서 1파운드에 달하는 두꺼운 앵거스 패티의 6달러 버거, 과카몰리 베이컨 버거 등 프리미엄 메뉴를 앞세워 입지를 다진다. 모두가 건강식을 외칠 때 "나는 내 길을 간다"는 뚝심의 '타미스 오리지널 버거(Tommy's Original Burger)'는 베벌리 길에서 내년이면 80년째 성업 중이다. 1600칼로리에 달하는 더블 칠리 치즈버거 콤보가 나의 최애 메뉴다. 칠리 버거 한 입에 노란 칠리 페퍼를 곁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이름부터 건강식을 포기한 '팻버거(Fat Burger)' 역시 윌셔와 하일랜드 코너를 지키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도 꿈틀댄다. 5가와 웨스턴에는 비건 버거계의 인앤아웃이라 불리는 '몬티스 버거(Monty's Good Burger)'가 힙한 명소로 떠올랐다. 또 다른 최신 유행은 '스매시 버거'다. 정형하지 않은 패티를 그릴에 던지듯 눌러 굽는 방식이다. 웨스턴과 워싱턴 인근에 'LA 스매시 버거'가 있다. 제퍼슨과 후버 인근에 한인이 운영하는 '소프티스(Softies)'가 인기다. 최근 오렌지카운티(OC)에 '롯데리아'가 문을 열어 대박이 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개업 초기의 '오픈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한다. 현재는 그 열기가 다소 식었다고 들었다. 햄버거 하나를 위해 OC까지 가는 수고는 하지 않아 아직 맛을 보지는 못했으나, 한국에서 경험했던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롯데리아가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업체가 있다.뼈아픈 실패 사례다. 5~6년 전 우리 회사 에이전트가 한국의 유명 체인 '맘스터치' 미국 1호점을 가디나에 리스를 주선해줬다.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2호점까지 냈다고 들었으나, 최근 두 곳 모두 폐업했다. 문을 닫기 전 메뉴를 살펴보니 치킨버거 위주로 현지화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국 본연의 메뉴와는 사뭇 달랐는데, 과연 본사가 동의한 전략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한국 대기업 CJ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의 미주 시장 철수도 아쉽다. 그들은 진출 초기 주류 시장만을 타깃으로 삼아 한인타운을 배제했다. 로컬 한인 업소와의 경쟁을 피하겠다는 취지였으나, 1호점을 웨스트우드(UCLA), 2호점을 베벌리힐스, 3호점을 센추리시티 푸드코트에 낸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한인타운에 1호점, 라치몬트에 2호점을 내고 서서히 대학가나 파워센터로 확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필리핀의 맥도날드'라 불리는 '졸리비(Jollibee)'는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그들은 필리핀 현지와 동일한 메뉴를 고수한다.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필리핀 교포들에게 익숙한 '고향의 맛'을 변질시키지 않겠다는 경영 철학을 천명했다. 현재 졸리비는 미국 내 80여 개 지점과 40여 개의 '레드 리본 베이커리'를 운영 중이며, 미국 커피빈과 한국의 컴포즈 커피까지 인수한 거대 기업이 되었다. 롯데리아는 새로운 한인타운인 OC에 첫 둥지를 틀었다. 이 선택도 좋지만 한인들의 저력이 응집된 LA 한인타운을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곳을 발판으로 미국 전역에 진출해 한국 외식 업계 1위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롯데 한인타운 la한인타운 올림픽길 햄버거 경쟁 칠리 버거
2025.11.23. 18:00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소셜미디어(SNS)에서 주목 받는 한인 1.5세와 2세 소상공인들이 마음을 모아서 한인타운 한복판에 ‘장터(플리 마켓)’를 열어 화제다. 한인 브랜드 업체와 한인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쳐서 동반 성장과 상생을 목적으로 플리 마켓을 기획했다. 행사 주최는 ‘메이드 위드 마음(공동 설립자 아놀드 변·박기오)’이라는 업체다. 지난달 22일 할리우드 헬렌 제이 갤러리에서 첫 장터를 열었을 당시 500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호응이 컸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같은 좋은 반응에 힘입어 오는 13일엔 LA한인타운 올림픽길 선상의 M플라자(2789 W. Olympic Blvd.)에서 갖게 된다. 장터 이벤트 기획자 가운데 한 명인 박기오 공동 설립자는 “한인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의 정성을 담은 마켓을 열게 됐다”며 “장터를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제품들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시간 대별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등 방역에도 신경을 쓴다”고 덧붙였다. 13일 열리는 장터의 공식 명칭은 ‘마켓 위드 마음’으로 M플라자 외부 패티오에서 진행된다. 행사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M플라자는 올림픽 불러바드와 카탈리나가 만나는 코너에 있다. 한 블록 떨어진 곳에 한남체인이 인근에 위치했다. 장터에는 33개의 한인 브랜드 제품과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도자기와 꽃이 주제인 1층에는 화소반, INS세라믹스, 문자(Moon Jar) 디자인 등 8개 업체 업소가 자신들의 독특한 제품을 전시한다. 2층엔 럭셔리 수제 양초 제작 업체인 블루밍데이 캔들과 LAIT, 의류 브랜드인 애프릴미트옥토버는 물론 아동 의류 브랜드 스트라이프스와 올리브, 노씨보자기 등 12개 업소가 자신들만의 색채가 담긴 공예품과 제품을 선보인다. 3층에는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TV 푸드 네트워크의 '더 그레이트 푸드 트럭 레이스 시즌 3'에서 명성을 떨친 서울소시지를 비롯한 한국의 전통 떡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라이스블로섬, 로스터인 정 커피, 연꽃잎 차와 쑥차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잡은 기오티 등이 포진해 있다. 수제 막걸리 브랜드 Makku, 부티크 베이커리인 로프랭귀지와 디더티위스크, 비건 김밥을 내세운 간식, 집(ZIP)반찬 등 소비자의 오감을 끌어당기는 다채로운 음식 한상이 차려질 예정이다.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이며 13세 이상의 입장료는 1인당 5달러다. 티켓 구매는 웹사이트(www.exploretock.com/maum)에서 할 수 있으며 당일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진성철 기자한인타운 현대판 la한인타운 올림픽길 한인타운 한복판 장터 이벤트
2022.02.08.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