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교육칼럼] 정보 전달식 대화와 공감적 대화

눈 폭풍과 한파가 일상을 지배하는 겨울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환경 조건이 인간의 심리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한다. 인간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시에, 인지적·정서적 조절을 통해 그 영향을 완화하거나 증폭시킨다. 이 과정에서 언어는 개인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핵심 도구로 기능한다. 이해와 공감을 담은 언어는 혹독한 계절적 스트레스 속에서도 심리적 안녕을 지탱하는 중요한 보호 요인이다.   사회언어학자 데보라태넌(Deborah Tannen)은 『You Just Don’t Understand: Women and Men in Conversation』(1990)이라는 책에서 남성과 여성의 대화 양식을 정보 전달식 대화(Report Talk)와 공감적 대화(Rapport Talk)로 개념화하며 학문적·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태넌에 따르면 여성은 대화를 정서적 유대 형성과 관계의 유지·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경험의 공유, 감정의 명명, 상대에 대한 반응적 경청은 친밀성을 구축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반면 남성은 대화를 정보 전달과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대화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언어는 정서적 연결보다는 독립성과 역량,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그 결과 여성은 공감 없는 문제 해결 중심의 반응을 정서적 거리감으로 느끼는 반면, 남성은 감정 공유를 요구하는 대화를 비효율적이거나 부담스러운 상호작용으로 인식하기 쉽다. 이러한 인식의 불일치는 대화의 내용 자체보다 대화가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에 대한 기대 차이에서 비롯되며,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 반복적인 오해와 갈등을 낳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성차를 남녀의 본질적 특성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다수의 연구는 인지, 정서, 성격 및 행동 영역 전반에서 성차보다 개인차가 더 크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 방식에서 일정한 성별 경향성이 관찰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정서 처리를 담당하는 두뇌 변연계(Limbic System)와 언어 중추의 발달적 특성,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내면화되는 사회·문화적 성 역할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정서 표현과 공감, 돌봄을 강조하는 환경에 노출되며, 이러한 경험은 대인 관계에서의 언어 사용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정보 전달식 대화와 공감적 대화는 상호 배타적인 기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두 방식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통합할 때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능력은 언어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유아기부터의 반복적 상호작용과 교육을 통해 형성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그 폭넓은 활용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정보 전달을 넘어 정서적 공감과 위안을 주는 대화의 상대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공감은 통계적 예측과 패턴 모방에 기반한 반응일 뿐, 관계적 책임이나 윤리적 판단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진다 해도 인간의 감정을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관계적 책임을 동반한 공감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결국 사회적 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능력이며, 이러한 공감적 소통이야말로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근원적인 힘일 것이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교육칼럼 talk 대화 공감적 대화 rapport talk report talk

2026.02.11. 17:4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