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독립유공자 이하전 옹의 '3·1절 90주년'…'한국 사랑이 바로 삼일정신'
Los Angeles
2009.02.27 19:55
독립운동으로 2년반 감옥살이
한국전쟁 중엔 미군에 한글교육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선조의 희생정신을 본 받았으면 합니다."
북가주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이하전(88)옹이 말하는 3.1절 90주년의 감회다.
1919년의 3.1운동은 한민족의 겨레정신을 일깨워 10여년 동안의 일제 강점에 전국 규모로 처음 조직적으로 저항한 독립운동이다.
이 옹은 "어디에서 태어났든 조상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민사회에서 쉽게 잊을 수 있는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며 한국에 대한 애정도 함께 키워 가는 것"이 3.1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옹은 1938년 러.일 전쟁의 승리에 도취한 일제가 경축행사까지 열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아무 생각 없이 행사에 참석했던 17세 소년은 그날 대성통곡을 하는 어머니와 실의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신문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 날은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이 운명한 날이었다.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할 만큼 위대한 도산 선생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6명의 동지를 만나 '장학축산계'라는 독립운동 조직을 만들고 체계적인 독립운동을 펼칠 준비를 했던 것.
그러나 일제 경찰에 발각돼 체포됐고 구타와 물과 채찍으로 모진 고문을 당한 후 1942년 투옥 2년 반의 옥살이를 했다.
해방 당시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이 옹은 미국 유학생으로 선발돼 1948년 샌프란시스코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패서디나 칼리지를 거쳐 한국전쟁 당시에는 몬트레이의 국방어학대학교에서 미군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 거주하는 곳은 새크라멘토 인근 그라나이트 베이.
해방 당시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는 이 옹은 "대한민국이라는 '든든한 뿌리'가 있기에 힘든 이민생활도 헤쳐나갈 수 있었다"며 "한인 2~3세들이 조국의 말과 문화를 배워 한인 커뮤니티에 공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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