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아버지가 없이 어머니와 둘이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키우느라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드셨고 저는 참 많이 별나고 공부도 안 하는 아이였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많이 사랑하셨지만 그만큼 저에게 욕하고 매질도 많이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제가 당신 기준에 못 미치는 자식이라며 아주 못마땅해하며 욕까지 하십니다.
이제 저는 어머니와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데 어머니는 제게 배신이라고 화를 내십니다. 제가 어머니와 거리를 두어도 괜찮은지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저는 늘 외롭고 허한 마음이 많아서 힘들고 그 마음이 사람들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서 자주 상처로 남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 자신을 잘 다스리고 편안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요?
A: 어머니가 나를 두들겨 패서 키웠든 욕을 하면서 키웠든 아무튼 나를 키웠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모두 부모의 은혜를 입고 컸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만 갖는 게 제일 좋습니다. 키우는 과정에서 옷을 덜 사줬다든지 학교를 덜 보내줬다든지 말 안 듣는다고 매를 때렸다든지 하는 건 부차적인 것입니다.
만일 길 가는 사람한테 나 좀 두드려 패도 좋으니 키워달라고 하면 키워줄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자기가 어려서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 했다고 하는데 만약에 엄마 아닌 딴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딴 사람이 누가 아이를 데려다가 뒷바라지하는데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면 어떻게 할까요? 당장 쫓아내 버리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머니는 둘도 없는 은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해서는 따지면 안 됩니다. 어릴 때 사랑 안 해줬다 매질했다 뭐했다 이렇게 따지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 사니까 감사가 잘 안 된다면 떨어져 사는 게 좋고 떨어져 사니까 감사가 잘 안 되면 가까이 사는 게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이 사느냐 떨어져 사느냐가 아니라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모를수록 내가 괴로워지고 부모를 미워할수록 내가 괴롭습니다. 그러니까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나에게 자긍심이 생깁니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혼자서 나를 키웠다. 그 힘든 과정 속에서 나를 키웠다' 하고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해야 자랑스러운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내 자신도 자랑스러워지는 겁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자기가 외로운 거예요.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까지 미우니 내가 갈 데가 없어 마음이 늘 허전한 거예요. 그런 허전함을 채우려고 남자를 사귀거나 결혼을 해도 그 사람 또한 내 허전함을 채워줄 수가 없습니다.
결혼을 해도 생활이 재미가 없게 됩니다. 그런 재미없는 부부 사이에서 애들이 태어나면 애들도 또 가정이 재미가 없고 집안에 따뜻한 온기가 없습니다. 아이는 사랑을 먹고 살아가고 사랑이 따뜻한 온기가 돼서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겁니다. 그런데 본인이 어릴 때 그런 따뜻한 온기를 모르고 컸으니 나는 가정을 이루면 아이들에게 온기를 느끼도록 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나 또한 따뜻한 가정을 못 만들고 맙니다.
이제부터라도 따뜻한 온기가 있는 가정을 만들고 싶다면 첫째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자긍심이 생기면 허전함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허전함을 채우려고 남편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긍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남편을 이해하고 감싸 안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가정에 온기가 생기고 아이들이 따뜻함 속에서 안정적으로 잘 자랄 수가 있습니다. 둘째 나는 아무런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고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기에게 자꾸 암시를 주어야 합니다. 그다음에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과제로 삼고 생활해 나가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 100302_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