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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가난한 시대에 내리는 단비

Los Angeles

2010.03.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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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Jesusinculture.com 운영자
LA 모 교회 목사님이 설교 중에 "여러분 은혜 받았다고 신학교 가지 마십시오. 요즘 이 업계(?)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미국 경제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교회나 종교계도 그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음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개하는 내용이다.

최근 미 육군 군목이 된 C목사님과 대화를 나눈 바 있다. C목사님은 "전에는 육군 현역 군목(Active Duty Chaplain)이 되는 게 자격조건(학력 경력 인터뷰 및 배경조사 결과)만 갖추면 비교적 쉬웠는데 요즘은 지원자가 많아 현역으로 선발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비역(Reserve) 군목을 거쳐야 현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C목사님의 말이었다. 실제 C목사님도 예비역 군목으로서 1년 동안 사역한 후 현역 군목이 됐다. 간접적으로 알게 된 백인 목사님도 미국 주방위군 군목으로 3-4년 근무하다가 최근 현역 군목 지원을 했는데 탈락했다고 한다. 미 군목 지원자가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많다는 소식이다.

유명한 교단의 어떤 백인 목사님은 수십 년 동안 목회만 했는데 최근 교단의 지원이 뚝 끊어지면서 일반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신학교에서 동급생이었던 R은 신학교 졸업을 앞두고 사역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이다. 선교지로 나가고 싶은데 지원해주는 선교단체나 교단이 재정적으로 꽁꽁 얼어붙어 있어 선교사로 선발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주류 사회 교회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얼마 전 새들백 교회의 릭 워렌 목사는 교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교회 재정 적자 상태를 호소한 바 있다. 아프리카의 한 국가를 대대적으로 돕고 있는 새들백 교회가 재정적으로 힘들다면 다른 교회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신학교들도 재정문제를 해결하고자 학비를 매년 올리고 있고 장학금은 그만큼 많이 줄어들었다. 미국 신학대학원에서 한 과목을 듣는데 1200달러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다. 모아둔 재산이 많지 않거나 음으로 양으로 학비 지원을 받지 않는 학생은 수만 달러의 빚을 지고 학교를 졸업하게 되는데 졸업하고 나면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황당할 노릇이다.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으니 이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목사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은혜 받았다고 신학교 가지 말라"고 했던 말이 헛되게 들리지 않는다.

세상도 어렵고 교회도 어렵고 가정도 어렵다. 그런데도 다들 먹고 살 수 있고 보금자리가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얼마 전 '단비'라는 MBC-TV 프로그램을 보니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는 수돗물과 우물물이 없어 구정물을 마시고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한국인의 도움으로 우물물을 마실 수 있게 된 현지인들은 기뻐하며 어찌할 줄 몰라했다. 마치 단비가 내릴 때처럼. 로널드 사이더의 표현처럼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자 그리스도인'에게 단비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그 단비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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