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가드를 부르고 육두문자가 사무실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 지난 주 발생했다. 직원들의 SOS를 받고 부랴부랴 달려와 보니 셀러와 바이어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프렌차이즈 식당을 심사숙고해 결정한 바이어 C씨 부부는 모두 이 사업체 매입에 전적으로 매달려 오다가 날벼락을 맞았노라는 소리였고 결국 물질적으로 손해본 것이 뭐가 있냐고 따지는 셀러였다.
셀러의 사연인즉 본인이 전적으로 혼자 가게를 운영해 오면서 모든 결정을 거의 단독으로 처리하다보니 가게의 실소유자인 고모의 존재를 잊고 있다가 결국은 그 반대에 부딪혀 못팔게 되었으니 어쩔 수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부동산 계약서와 에스크로에 제출한 해약서에도 본인의 서명과 정확한 이름을 셀러로 기재하였다. 처음 오픈 당시 셀러는 에스크로에서 가게 명의에 대해 주식회사로 되어있는 소유주에 그냥 고모님이 들어있을 뿐 본인이 모든 사인과 결정을 직접하므로 자신이 대표로 사인하여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러나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원하는 깐깐한 에스크로 때문에 여행중인 고모가 들어 오는대로 서류에 사인하겠노라고 미루다 결국 이 사업체의 '회장님'인 고모의 반대로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대로 가업으로 이어오는 사업체의 경우 이런 상황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가게나 공장에 걸려있는 사업체 승인 혹은 라이센스의 이름이 주인의 한국이름인 것으로 종업원들에게 착각이 되기도 한다. 연로한 부모님은 2세에게 물려주고 실제 영업은 후손들이 운영해온 경우에는 흔한 일이다. 불황과 폭동 등 온갖 어려운 고초를 겪으면서 사업체를 일궈온 1세들에겐 영광의 상처로 크레딧에 흠이 난 경우가 많아 자격이 된 자녀들의 이름을 사장님으로 앞세운다.
이름보다 성으로 불리우는 우리네 문화에서는 아들도 김사장이고 아버지도 김사장이다. 수표나 모든 서류에도 '위임장' 없이 자연스럽게 사인하고 거래처나 고객들에게도 언제나 '사장님'으로 통하므로 '회장님'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결국 그 몫은 에스크로에 고스란히 돌아와 두번의 설명과 반복을 해야하는 일이 참으로 비일비재하다.
문서와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선을 지키지 못하는 우리네 나쁜 습관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타인종의 경우 부부 혹은 부모자식간에도 지분까지 갈라서 파트너쉽을 만들어 사업이나 건물을 소유하는 오너들이 일반적이다. 부모나 배우자의 유고시 너무도 당연하게 상속을 예상하는 우리네와 달리 교회나 복지기관에 헌납하기도 하고 자식이 아니 손자에게 트러스트를 설정하기도 한다. 다행히 바이어 C부부의 이해와 셀러들의 적절한 사과로사건은 잘 마무리되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여러 번 방문한 셀러들의 비용이 사뭇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