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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권의 에스크로 기간] 폼나는 사인

Los Angeles

2010.03.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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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권/프리마 에스크로 대표
보통사람들은 직업상 한 두가지의 버릇이 있게 마련이다. 필자가 가진 나쁜 습관중의 하나를 고백하면 상대방의 사인을 보고 단숨에 '성격'과 '생김새'를 간파해 버리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제껏 대부분 둘중 하나 정도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더러는 둘 다 맞다고 스스로 신통해 하는 때가 있다.

미국인과 영어권 한인 그리고 한국인 등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세 교인 그룹들이 한 분의 담임 목사님을 중심으로 예쁘게 교회생활을 해 나가는 우리 교회의 지난 해 여름 성경학교가 생각난다. 등록 차트에 아이들의 이름과 학부모의 사인이 한면의 리스트로 작성이 되는데 굳이 한인 자녀 타인종 자녀를 구별할 필요가 없이 한인 자녀들이 얼마나 되는 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부모들의 사인이 어찌 그리도 다른 지 어떤 이들은 사인만 보고도 이름을 읽을 수 있지만 한인들의 것은 그렇지 않았다. 사인을 뚫어져라 보아도 알파벳을 짐작하기 어렵고 심지어 한글과 한자를 멋있게 응용한 것들이 많아서 전문 용어를 쓰자면 '판독 가능'이 못되었다.

쉽게 예를 들었지만 사실 에스크로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개인의 사인은 100% 본인의 개성이고 창조적인 것임은 틀림없다. 타인종 손님과도 종종 사인으로 설명에 애를 먹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한인 고객들의 융자 서류 사인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복잡해지는 경우가 훨씬 많은 이유는 서류의 조건이 '판독 가능'한 사인이다보니 갑작스런 에스크로 오피서의 주문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수년을 습관적으로 해온 사인을 어떻게 고칠 것이며 도저히 손이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고 하기도 한다.

특히 그저 한 줄 긋거나 동그라미 정도로 극도로 간단한 사인의 경우 참으로 곤란하다. 손님의 ID를 은행에 팩스하고 승인을 기다려서 OK사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니셜에 가까운 사인의 경우엔 대부분 곤란하다.

가장 환영받는 사인은 본인의 이름이 읽어지는 평범한 사인이고 그 어떤 폼나는 작품보다 오피서에게는 환영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도 도장보다 사인으로 결제하는 문화가 많이 보편화되었다.

집도 몇 번 매매해 보고 융자 서류도 낯설지 않은 분들의 경우엔 속성으로 사인을 하지만 그보다 훨씬 서류 문화에 익숙한 타인종 손님들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한 장 한 장 성의있게 대통령이 서류에 인준하듯히 말이다. 그것도 어린 시절부터 해온 같은 사인으로.

상대방의 사인을 보고 '성격'과 '생김새'를 짐작하는 필자의 직업병은 전적으로 그릇된 것임을 안다. 씨름선수같은 체격의 손님이 개미같은 사인을 하기도 하고 소녀같은 손님이 지면이 부족할 충격적인 사인도 한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오늘 당장 자신의 사인을 만들어 보라고 해야겠다.

▷문의:(213)365-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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