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자 뉴스위크지는 표지 제목을 '미국 교육을 살리는 열쇠 (The Key to Saving American Education)'이라고 붙였다. 그 배경에는 분필로 "나쁜 교사들은 해고해야만 한다 (We must fire bad teachers)"라고 마치 벌 설 때 학생들이 반성문을 쓰는 것처럼 칠판에 가득 적힌 그림이 깔려 있다.
초.중.고 미국 공립 교육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는 세계에서 앞서 갔던 미국의 교육이 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률을 보나 영어 수학 과학 시험 성적을 보나 현재는 창피할 정도로 뒤떨어져 있다.
특히 LA 뉴욕 시카고 같은 대도시는 더 심해서 어떤 통계를 보면 겨우 고등학교 학생의 반 정도만 졸업을 한다고 나와 있을 지경이다. 물론 미국에 훌륭한 학교도 많고 대부분 중류 이상 백인과 아시안 학생들은 좋은 환경에 있는 이런 학교에서 뛰어난 교육을 받고 있지만 많은 흑인이나 라티노학생들은 단지 가난한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같은 공립학교인데도 형편없는 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은 그야말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공립 교육이 이렇게 문제가 된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뉴스위크지가 지적하고 있는 대로 교사들의 책임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학급 정원 교과서 교수법 교과 과정 그 어느 것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사라고 한다. 어떤 환경의 학생도 좋은 교사를 계속 2~4년 만나면 성공할 수 있고 나쁜 교사는 2년만 계속 만나도 실패한다는 놀라운 보고도 있다. 그래서 좋은 교사를 채용하고 나쁜 교사는 해고하는 것이 공립 교육을 개혁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그것이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있다.
워싱턴 DC의 미셸 리 교육감은 훌륭한 교사들은 보수를 훨씬 더 주고 나쁜 교사들은 해고시키는 새 계약을 교사 노조와 합의하려고 시도해 왔지만 잘 알려진 대로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2년 이상의 힘든 과정을 거쳐서 얼마 전 합의에 성공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지만 원래 그가 원했던 대로 다 해결된 것은 아니고 우수한 교사들에게 보너스를 주기는 하지만 교사들이 직업 보장권(Tenure)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어서 노조에서 원했던 대로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고 한다.
전보다 나쁜 교사를 해고하는 것이 조금은 쉬워졌다고 하는데 실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성공을 한다면 앞으로 미국 전체에서 교육의 개혁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는 교사 노조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 23년 이상 되어 Tenure를 가진 교사를 해고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8년 한해 3만명 교사를 가진 뉴욕에서 해고된 교사는 겨우 3명이며 2005년에서 2008년까지 3년간 시카고에서도 0.3% 콜로라도 덴버는 한명도 없다는 통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잘 못 가르치는 교사들을 해고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보니 결국 좋은 교사들을 처음부터 뽑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는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워낙 보수도 적고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다 보니 주위에서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있어도 선뜻 직업으로 택하는 것은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여러 직업들이 다 중요하겠지만 우리들의 미래를 결정할 학생들을 길러내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공립 교육이라고 생각할 때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20년전 프린스턴 대학생이었던 웬디 캅이 시작한 'Teach for America' 프로그램은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우수한 대학생들을 졸업 후 2년 동안 환경이 나쁜 공립학교에서 교사활동을 하게 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인데 아무리 머리가 좋고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더라도 일이 워낙 어렵다 보니 2년 후 교직에 남는 경우는 60%가 조금 넘는다고 한다.
어느 분야에서도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교육계에서도 인력 개발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한다는 이야기이다. 주위에 훌륭한 교사들이 너무도 많은데 몇몇 문제 교사들 때문에 교사 전체의 자질이 항상 교육의 문제점으로 거론이 된다면 그 우수한 교사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새 오바마 정부에서도 여러 교육개혁안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부디 성공해서 미국 전체 공립교육에 획신적인 변화가 속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 교장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