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기를 끌었던 '교회 성장학'이 쇠퇴해 가고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교회 성장학'은 선교학을 사회학적인 측면서 접근한 것으로 도날드 맥가브란의 영향력이 만든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교회는 죽은 교회"라고 하면서 교회 성장은 하나님에 대한 '성실성'(faithfulness to God)의 표현이며 더 나아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교회 성장학'은 20세기 후반 교회의 양적 성장을 강하게 주도하였고 그 결과 세계 도처에 수많은 대형 교회들이 세워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주장했던 '교회 성장학'은 양적으로 성장하는 이론과 방법을 제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심각한 문제점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 역기능은 교회 지도자들이 양적인 성장을 위해 심지어 세속적 경영 마인드와 비즈니스 감각으로 교회를 접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머무르면 '영적인 것'조차 '효율성'의 관점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교회의 프로그램도 반드시 효율적이어야 하고 그 결과 가시적인 성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교회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필요를 효율적으로 만족시킬 것인가"를 묻게 되고 교인들은 교회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효율적인 종교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로 전락되는 것이다. 심지어 '선교'라는 거룩한 행위도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고 드러내는 사역이 아니라 교회의 등록된 회원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다루는 사역이 된다. 또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교인들의 욕구를 절대화 하여 복음 메시지조차 개인적 성취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교회 성장학의 역기능은 같은 지역 내의 교회들이 서로 경쟁자 혹은 심지어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이 무너져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살벌한 경쟁 논리로 인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웃 교회들 간에 치열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 결과 같은 지역 내에 세워진 교회들이 예수 안에서 한 형제 한 자매라는 하나 됨의 연합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대립 국면으로 들어간다. 최근 교회가 대형화되어가는 현실 뒤에는 작은 교회의 엄청난 희생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회가 대형화되는 이유는 작은 교회로부터 큰 교회로 교인들의 수평이동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작은 나라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작은 것에 대한 뭔지 모르는 열등감이 있다. 그래서 대형 백화점 대형 아파트 대형 교회 등 언제나 큰 것을 선호한다. 젊은이들이 취직할 때도 꼭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한다. 그러나 큰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작으면서도 알차고 충실한 경우가 많다. 신약 교회는 가정 중심으로 모이는 아주 작은 교회였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예루살렘 교회'도 한 장소에 수 천 명이 모이는 어떤 대형 교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예루살렘 지역 여러 곳에 흩어져 모이는 작은 교회의 연합을 의미한다. 작은 교회가 오히려 아름답고 성서적인 교회일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된다.
# 100420_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