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노년층 "이민으로 인한 사회 변화에 위협" 이민자 많은 대도시서 자란 20~30대는 '수용적'
애리조나 주가 시행하고 있는 반 이민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또 이와는 달리 어떤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 법에 반대하는 것일까.
뉴욕 타임스가 최근 자사와 CBS 방송 등이 애리조나의 반 이민법을 주제로 실시한 여론 조사를 심층 분석한 기사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민법에 대한 찬반은 세대간의 인식 차이에 따라 주로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베이비 붐 세대를 포함한 장년층과 노년층이 이민에 거부감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20대를 전후한 젊은 세대들은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을 중심으로 향후 미국의 세대간 갈등이 크게 증폭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플로리다의 한 대학 3학년인 매건 패트릭은 "이민에 관해서 나이든 친척들과 토의하는 것은 벽에 대고 머리를 찢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나이든 사람들과의 사이에 서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얘기이다.
애리조나 대학 졸업반인 캐슬린 맥카시는 이민은 부모나 조부모 세대와 폭발적인 논쟁을 불러올 수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이민 등에 관해 좀 더 수용적인 세계관에 노출된 반면 나이든 사람들은 이민으로 인해 초래되는 미국 사회의 변화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난 달 28일에서 지난 2일 사이 실시된 뉴욕타임스와 CBS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민에 대한 이 같은 찬반 여론은 대체로 45세를 경계로 나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여론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각종 사안과 관련해 여론의 캐스팅 보트를 쥔 45~64세 연령층 즉 베이비 붐 세대들이 노년층보다 더 이민 문제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이민자들을 줄여야 한다는 데 대해 41%가 찬성해 자신들의 전후 세대보다 더 찬성이 많았다. 65세 이상 노령층과 44세 이하 세대는 각각 36%와 24%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타임스는 베이비 붐 세대가 이민에 대해 불편해 하는 것은 자라온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분석했다. 베이비 붐 세대의 경우 미국 역사상 이민자의 비율이 가장 적은 60~70년대에 청년기 혹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한 예로 1970년대 미국인 가운데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4.6%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최근의 12.5%에 비하면 1/3 남짓한 수치로 당시가 미국인들에게는 가장 동질적인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와 20~30대를 가르는 또 다른 차이는 주거 환경이 달랐다는 점이다.
오늘날 20~30대들의 경우 절대 다수가 도시에서 성장한 반면 베이비 붐 세대들은 도시 외곽이나 소도시 농촌 등에서 성장기를 보낸 사람이 많다.
이민자들의 절대 다수가 대도시에 밀집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재학 때 양 세대간의 인종 경험 등이 전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미국에서 이 같은 세대간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주는 애리조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는 노년층의 경우 인구의 83%가 백인이며 18세 미만은 반대로 마이너리티 인종이 57%를 차지하고 있다.
애리조나를 필두로 플로리다 등 세대 갈등이 큰 주는 최근 십 수년 사이 이민자와 은퇴자가 폭증한 주라는 점이 특징이다. 따뜻한 기후 때문에 아이오와 몬태나 등에서 대거 남하한 백인을 중심으로 한 은퇴 노년층과 멕시코계 등을 비롯한 이민층이 집결하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애리조나의 반 이민법을 둘러싼 극단적인 의견 충돌은 향후 세대간의 문화 충돌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네바다 등의 거점 도시에서는 향후 다양한 형태로 세대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65세 백인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애리조나의 피닉스와 캘리포니아의 샌버나디노 프레즈노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의 댈러스 등은 인구 구성에서 비율 차이가 40% 안팎에 달하는 곳들로 세대간의 문화 등이 크게 이질적인 곳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