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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군대보다 엄격한 '선후배' 관계

Washington DC

2010.06.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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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선배(先輩)는 하늘같다고들 말한다. 그 중에서도 아마 야구계의 선후배 관계가 가장 엄격하리라 생각 된다.

그것도 나이 많은 선배가 아니라 바로 일 년 위 선배가 가장 무섭다고들 생각 한다. 기합도 일 년 선배에게 제일 많이 받곤 했다.

이러한 선후배 관계는 평생을 같이 하게 된다. 학창시절에는 무서운 선배이지만 일단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후배들의 장래를 챙겨주는 몫까지 하는 게 선배들이다. 특히 야구계는 선후배간의 우애(友愛)가 깊어 감독자리나 코치자리가 나게 되면 솔선해서 직장을 마련해 주는 끈끈한 정을 베풀어 주는 것이 상례이다.

그래서 평소에 선배들이 무섭긴 하지만 선배들을 깎듯하게 대하고 진심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모습은 시합 중에도 나타나게 된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선배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플레이를 하게 된다.

특히 시합이 안 풀리는 상황이나 슬럼프에 빠진 선배에게는 더욱 배려를 하게 된다.

물론 프로 선수들은 상대 팀을 물리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러나 선배 선수에 대한 예우(禮遇)는 해가면서 시합을 풀어 나간다.

일례를 들면 많은 점수차로 상대팀을 이기고 있을 경우 번트 사인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번트까지 대면서 득점을 하지 않으므로 상대 팀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묵계(默契)가 있다.

만약 그 상황에서 번트 사인을 낼 경우 팬들 뿐 아니라 그 감독은 야구계에서 소인배(小人輩)로 몰리면서 비난은 물론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왕따’를 당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치졸(稚拙)한 작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시합 도중 심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시합 중 오심(誤審)이나 애매한 판정이 났을 경우 격한 감정이 앞서 선배인 심판에게 큰소리를 치며 심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합이 끝나게 되면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게 마련이다.

반대로 후배가 되는 심판이 오심을 했을 경우 시합이 끝나고 나서 선배 선수에게 전화로라도 사과를 하는 것이 오래도록 내려오는 야구계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그래서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이따금 보게 되는 주먹이 오가는 불상사는 없는 것이다.

그냥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정도이다. 이러한 선후배간의 돈독함이 수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일본이나 미국프로야구에 다소 뒤지지만 세계정상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온 밑거름인 것이다.

이것이 한국 야구인들이 갖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관습은 계속 이어 나가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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