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쾌거를 이뤄낸 한국팀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극적인 16강 진출이 그렇고 붉은 악마와 함께하는 한인들의 응원전도 '4강 신화'를 일군 2002 한일월드컵 때와 다름없다.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2-2로 비긴 한국은 조 2위로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상대는 우루과이. 26일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맞붙는 우루과이는 물론 호락호락하지 않다. A조 세 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며 조 1위를 차지한 남미의 강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로 47위인 한국보다 한참 높다. A매치 역대 전적도 한국은 4전 전패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 차례 친선경기 세 차례 만난 우루과이는 한국에 4승을 거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분명히 우루과이가 한 수 위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네 골을 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우루과이는 원래 수비보다는 공격이 좋은 팀이다.
남미예선에서 20경기를 하는 동안 30골을 몰아쳐 브라질(33골) 칠레(32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간판 공격수는 디에고 포를란. 포를란은 올해 풀럼과 치른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혼자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고 리버풀과 준결승 원정 2차전에서도 연장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시즌 막판 매서운 발끝을 뽐냈던 선수다. 이밖에 멕시코와 3차전에서 1-0 승리에 득점을 올렸던 루이스 수아레스도 경계 대상이다. 남미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경기당 1골이 넘는 실점을 하는 등 수비는 탄탄하지 않은 편이었으나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세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어 부담된다.
한국은 이번 대결이 '20년 만의 설욕전'이 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나 0-1로 분패했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에는 조 3위로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2패였던 한국도 우루과이를 물리쳤더라면 16강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으나 후반 45분에 우루과이 다니엘 폰세카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3패로 탈락한 아픔이 있다. 특히 당시 우루과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이 지금도 우루과이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어 '설욕전'의 의미가 더하다.
성인 대표팀 경기는 아니지만 1983년 6월 멕시코 청소년(20세 이하)대회 8강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청소년 대표가 우루과이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긴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당시에도 우루과이를 꺾고 '4강 신화'를 썼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도 우루과이를 제물로 8강을 넘어 4강 신화를 다시 한 번 쓰길 팬들은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