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격 횟수, 일본의 1.5배…조직적 수비전술 수립이 과제 한국보다 많이 뛰는 일본, 믿을 만한 공격수 없어 문제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에 이어 일본도 남아공 월드컵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차범근 SBS 해설위원과 나카타 히데토시 전 일본 대표팀 주장의 눈으로 양국의 가능성과 한계를 들여다봤다.
◆공격은 한국= 차범근 위원은 일본-파라과이전 후 "일본은 공격이 문제였다. 위협적인 찬스를 별로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났다.
차 위원은 "가끔 빠른 역습이 눈에 띄었지만 그것뿐이었다. 반면 한국의 공격은 날카롭고도 지속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 공격 지향성의 격차는 수치로 확실히 드러난다. 한국이 1.5배 이상 공격 횟수가 많았다.
단독 돌파는 일본의 두 배를 넘었다. 최전방에 포진한 선수들의 공격 지향도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페널티 지역 침투도 한국이 1.75배 많았다. 한국이 4경기에서 6골을 넣어 일본보다 경기당 0.5골이 많았던 이유다.
오카다 다케시 일본 감독은 공격 자원을 골고루 뽑았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겸하는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를 원톱으로 세웠다. 믿을 만한 공격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2골을 넣은 혼다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하지만 변칙 공격으로는 공격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 전통적으로 빼어난 미드필더진에 비해 대형 스트라이커가 부족한 일본 축구의 고민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비는 일본=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일본 팀컬러의 변화가 뚜렷이 확인됐다.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패싱 플레이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가는 일본의 세밀한 플레이는 사라졌다. 대신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노리는 팀으로 변했다.
' 월드컵 4강'을 목표로 세운 오카다 감독은 '파리 수비론'을 내걸었다. 상대 선수 앞에서 파리가 왱왱거리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많이 뛰면서 집요하게 수비하라는 것이었다. 월드컵 이전에 유럽 팀을 상대로 참패하며 얻은 교훈이었다.
일본은 미드필드 라인을 뒤로 바짝 내려 상대가 침투할 공간을 극도로 줄였다. 이전보다 많이 뛴 일본은 오카다 감독이 구상한 그림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16강까지 4경기에서 실점은 단 2개뿐이었다. 8실점한 한국과 대조를 이룬다.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면서 전형적인 일본의 플레이 패턴은 사라졌다. 오히려 한국이 패스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총 패스횟수 1921대 1477 패스 성공률 69%대 60%으로 큰 격차가 났다. "수비가 더욱 충실해져 성장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공격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일본은 (내가 뛸 때와 비교해) 다른 팀이 됐다"고 밝힌 나카타의 말에서 변화가 확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허술한 수비 때문에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는 일본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허정무 감독도 "수비수가 천대받는 분위기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