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묶은 마라도나 리더십, 독일전 빼곤 화끈한 축구 "남미 진수 보여줬다" 환대 수비치중, 브라질 색깔잃은 둥가, 비행기 내리자마자 해임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고국에서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 4일 AP통신은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팬들에게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며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공항에 모인 팬들은 '디에고'를 연호한 뒤 '마라도나가 연임하기를 바란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당초 아르헨티나는 독일과의 8강전 0-4 참패 후 입국장을 거치지 않고 활주로에서 바로 빠져나가는 방안을 고려했다. 성난 자국 팬들이 공항에서 야유를 퍼부을 것을 우려해서였다. 예선탈락한 이탈리아.프랑스 8강 진출에 실패한 잉글랜드가 공항에서 어떤 수모를 겪는지 지켜본 터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는 조별예선과 16강전을 치르면서 화끈한 공격 축구를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국가는 아르헨티나(10골)와 독일(13골)뿐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의 전적은 4승1패. 독일과의 8강전을 제외하면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며 화려한 '남미 축구'의 진수를 보였다.
마라도나 감독에 대한 기대가 워낙 낮았던 까닭도 있다. 대회 전 아르헨티나 언론은 "역대 최강의 스쿼드지만 마라도나가 유일한 약점"이라며 "종잡을 수 없는 감독 때문에 좋지 않은 성적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테베스.이과인 등 최고의 스타들을 한데 묶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매 경기 두둑한 배짱을 보여줬고 경기에 진 뒤에는 선수들을 치켜세운 뒤 '내 탓'을 했다. 때문에 마라도나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혔음에도 팬들과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마라도나 감독이 정말 잘 해냈다. 대표팀에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그를 성원했다.
그러나 똑같이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브라질 대표팀은 공항에서 성난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ESPN 사커넷은 "브라질 선수들이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에 모인 축구팬들의 비난에 휩싸였다. 특히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뒤 퇴장을 당한 펠리페 멜루(27.유벤투스)는 '패배의 원흉'이라는 모욕을 당했다"고 전했다.
카를루스 둥가 감독은 도착 직후 곧바로 해임됐다. 그는 '브라질다운 공격축구를 버렸다'는 비난 속에도 수비지향적인 축구를 고집했다. 명분과 성적을 모두 놓친 둥가가 해임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나이지리아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철회= 남아공월드컵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에 2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철퇴를 내렸던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일주일만에 자신의 결정을 철회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조너선 대통령이 5일 나이지리아축구협회(NFF)와 미팅을 가진 뒤 축구대표팀의 2년간 국제대회 출장 정지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B조로 편성 아르헨티나 그리스 한국과의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1무2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조너선 대통령은 지난 30일 대표팀의 리빌딩 필요성을 강조하며 2년간 국제대회 출장을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
조너선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가 알려지자 축구 현안에 대한 정부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즉각 반발 5일까지 이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제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