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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야구 선수들의 재미난 별명

Washington DC

2010.07.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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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아명을 지어 불렀는데 나면서부터 가정에서 불려지는 이름으로, 대개는 고유어로 짓는데 천한 이름일수록 역신(疫神)의 시기를 받지 않아 오래 산다는 천명장수의 믿음에서 천박하게 짓는 것이 보통이다.

‘쇠똥이’ ‘개똥이’가 보통이고 튼튼하게 자라라는 바람에서 ‘바우’라 부르고 (실제로 청룡팀에 김바위 선수가 있었음), 늦게 얻으면 ‘끝봉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명은 곧 애칭이기 때문에 가족뿐아니라 이웃까지 부담없이 불려지게 마련이지만, 홍역을 치를 나이를 지나면 이름이 족보에 오르고 (옛날에는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까닭에 일정 나이가 되지 않으면 족보나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 서당에 다니게 되면서 정식 이름을 얻게 된다.

그에 더해 외모나 집안 환경에 따라 이름을 지어 부르는데 키가 크면 ‘장다리’ ‘꺽다리’ 키가 작으면 ‘꺼꾸리’ 머리가 크면 ‘대갈장군’ 그리고 집안에 아들이 귀하면 ‘귀남이’ ‘귀동이’ 여자들에게는 ‘막음이’ ‘끝순이’ 등 아픔이 담긴 이름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이 별명을 지어주는데 그 별명은 평생 따라 다니기도 한다.

야구 선수들에게도 다양한 별명이 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것이 많아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친구들이 붙여주는 별명은 좀 원색적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름 보다는 선수들끼리는 별명이 더 널리 쓰인다. 처음에는 친구와 지인들 사이에 애칭처럼 불려지지만 일단 팬들에게 회자되면 이름보다 더욱 유명해진다.

70년대 실업야구 시절에도 김응용 삼성 사장은 큰 덩치 때문에 ‘코끼리’ 혹은 ‘백곰’, 강병철 전 SK 감독은 속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짱꼴라’라고 불렸다. 후에는 킬(Kill)병철 (투수를 혹사시켜 투수들의 선수 수명을 단축 시켰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라고 불리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해 언론에 노출이 본격화되면서 스타들의 별명이 다채로워졌다.

프로 초창기 별명은 주로 생김새와 스타일에 관련된 표현들이 많았다. 장명부는 능글맞다고 해서 ‘너구리’ 이만수는 생김새가 그 당시 유행하던 헐크를 닮았고 소리를 잘 질러서 ‘헐크’, 신경식은 내야수들이 던지는 공을 타조같이 긴 다리를 그라운드에 닿도록 벌리면서 받아내서 ‘학(鶴) 다리’ ‘타조’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다. 선동렬은 얼굴에 여드름이 너무 심해서 ‘멍게’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이해창은 팬들은 ‘쌕쌕이’라고 부르지만 동료들은 허풍이 세다 해서 ‘해풍’이라고 부른다.

그 밖에 김봉연은 ‘촌놈’ 아니면 ‘탈모 왕’ (스윙이 커서 헬멧이 자주 벗겨짐) 그리고 김성한은 특유한 타격 폼 때문에 ‘오리궁둥이’, 김일권은 ‘대도’ (2루 베이스를 너무 많이 훔쳐서) 그런가 하면 이름의 발음이나 성(姓) 때문에 생긴 별명도 있다. 예를 들면 지금 기아 타이거즈 감독인 조범현은 ‘조뱀’(Snake), ‘닭대가리’ 혹은 ‘닭다리’라는 별명을 가진 계형철 투수코치는 성이 계수나무 계(桂) 자인데 친구들이 닭 계(鷄)로 바꾸어 부르면서 갖게 된 별명이다.

아무튼 오래 전 불려졌던 이름들이고 때로는 잊혀져 가는 이름들이지만 모두가 한국프로야구를 중흥시켰던 인물들이고 한 시대를 통해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고마운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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