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좋은 이름을 남기려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훌륭한 음악가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훌륭한 화가로,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훌륭한 선수로 사람들에게 좋은 이름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은 이러한 훌륭한 사람들을 닮고 싶어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른 이름을 지어 부르기를 좋아한다. 우리가 말하는 애칭이고 별명이다. 야구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그 선수의 특징이나 버릇, 생김새를 보고 별명을 지어준다.
그러나 대개는 약간 비하하는 듯한 별명을 많이 지어 주는 게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얼굴이 검으면 ‘깜치’ 혹은 ‘깜상’, 이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뿌리’라는 미국 드라마가 히트 치던 시절에는 ‘쿤타킨테’로 바꾸어 부르게 된다. 지금 LG 트윈즈 감독인 박종훈 감독의 현역시절 별명이 바로 ‘쿤타킨테’였다.
키가 작으면 ‘땅강아지’, 그보다 조금 진한 표현으로는 ‘땅개’, 반대로 키가 크면 ‘꺽다리’ ‘껑추’.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을 띤 별명으로는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많았던 ‘베트콩’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바로 MBC 청룡에서 2루수를 보던 김인식 선수의 별명이다.
그런가 하면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친구들에게 붙여지는 별명으로 눈이 나빠 안경을 쓴 선수에게는 이름 대신 그냥 ‘안경’이라고 불렀다. 최동원 선수의 별명 중 하나도 ‘안경’, 좀 비싼 안경 ‘금테 안경’이었다. 왼손잡이는 ‘짝잽이’ 혹은 ‘짝배기’, 줄여서 ‘짝배’ 라고 불렀다.
우리가 잘 아는 베이브 루스의 본명은 따로 있다. 조지 허먼 루스 주니어(Jr. George Herman Ruth)가 그의 본명이다. 이렇듯 어떤 경우에는 본명보다 애칭이 더 유명해져 마치 본명인양 오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꼭 별명이나 애칭이 그 사람을 낮춰서 붙여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나 기록이, 그 사람의 됨됨이가 애칭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면 삼성 라이온스에서 4번 타자로 활약하던 정현발 선수의 경우는 그의 성격이 너무 좋아서 동료들로부터 ‘군자(君子)’라고 불리었다. 이 별명은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깃들어진 별명이기도 한 것이다.
그는 평소 외야수는 장갑(Glove)과 신발(Spike)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성격이 소탈하고 꾸밈이 없어 운동선수로서는 드물게 선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을 정도로 바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선수의 활동 상황이 그를 부르는 애칭으로 쓰이는 때도 있다. 불굴의 투지로 재기에 성공한 박철순 투수에게는 ‘불사조(Phoenix)’, 장종훈 선수에게는 ‘연습생 신화(神話)’ ‘기록의 사나이’라는 명예로운 애칭으로 그 선수의 공을 치하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