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 1.5세 그리고 2세 심지어 비한인 교인들까지 문화나 관념의 벽 없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 교회에서는 신기하리 만큼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다. 무엇보다 목사님이 중심을 잘 잡기도 하지만 교우들 끼리도 사랑하는 분위기가 넘친다. 결국 문제는 언제나 하찮은 곳에서 일어나는 법이 아닌가.
한 외국인 할머니가 파킹장에서 차를 후진하면 뒤에 기다리는 한인 교인들이 결코 짜증을 내지 않는다.
보통 사람의 서너 배가 걸리는 그 시간을 신통하게 기다리고 고개를 내밀어 미안한 표정을 짓는 할머니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사업체 혹은 부동산을 사고 파는 셀러와 바이어의 입장에서 손님은 장점이나 자신이 매매하고자 하는 진짜 이유보다는 상대방의 약점과 단점을 부각시켜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사실 자기 자식은 누구보다 부모가 잘 알듯이 매매 당사자가 모든 것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자꾸 반복하고 강조할 때에 또 다른 공격을 준비한다. 이 치열한 기싸움에서 매번 힘겨운 건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에스크로이다.
계속 날라오는 공방에 카운트 펀치를 날리기를 원하는 것이 셀러와 바이어의 팽팽함이다. 이것 저것 단점을 캐내 막판에 가격을 좀 더 깎아 보려는 바이어의 괘씸함에 꼬투리 잡기를 기다리던 셀러는 바이어가 예정된 클로징 날짜를 하루라도 넘기면 바로 다음 날 계약 파기 요청을 하고 만다. 에스크로 절차에 따라 들어가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 온 바이어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긴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다. 어떤 바이어는 사업체에 가서 종업원에게 이런저런 말로 셀러를 거슬리게 하기도 하고 관리 사무소에 셀러와의 상의 없이 리스를 시작해 셀러를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예전 보다 불리해진 리스 조건이라고 불평을 하지만 매끄럽게 진행못한 책임을 셀러로부터 피하기 어렵다.
판매 항목에는 적어 놓고 컴퓨터가 개인 소지품이라고 우기는 셀러에게 바이어는 인벤토리로 대적한다. 시간을 제대로 못맞춘 트레이닝에 바이어는 추호의 너그러움이 없이 연장을 요구하고 에스크로가 종료되었음에도 양 진영의 싸움은 이어진다.
셀러가 소중하게 일궈온 부동산이나 사업체는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전부이다. 아무리 세월이 좋아 좋은 가격을 받는다고 해도 섭섭해 하지 않는 셀러를 보지 못했다. 서로의 수고와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아 더 많은 것을 주고 받는 이들을 많이 본다. 생명처럼 지켜온 자신의 사업체를 다시 소중하게 여기는 바이어에게 셀러는 한가지라도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주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