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들이 전문화되고 세분화 되다보니 야구계도 그런 영향을 받아 투수도 전문화되어 선발 투수, 중간 계투, 마무리 투수로 분업화되고 타자도 지명타자제가 도입 되더니 이제는 왼손 전문 타자, 오른손 전문 타자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이 전문화 바람이 야구 글러브에도 불기 시작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투수전용(全用) 글러브, 내야수 전용 글러브, 외야수 전용 글러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사용하던 글러브는 포수와 1루수 미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천후(All Round) 글러브였었다.
그래서 야수들의 글러브 모양을 보면 선수들의 포지션을 구분을 할 수가 있다. 내야수 글러브는 글러브의 손가락 길이가 투수용이나 외야수용 보다 짧고 크기도 작은 편이다. 반대로 외야수용은 손가락 길이가 상당히 길다. 그리고 투수용 글러브는 중간 정도 길이다.
이것은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선수들의 기량(技倆)을 향상시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만들어졌다고 본다. 내야수는 수비할 때 민첩하게 글러브를 다루어야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글러브가 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글러브의 길이가 길다면 그만큼 무게가 무거워지고 동시에 타구를 잡는데 시간적인 손해를 보게 되고 송구할 때 공을 글러브에서 빼내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이야기가 되므로 간발(間髮)의 차이로 주자를 아웃시켜야 하는 상황에 더 빠르게 대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외야수는 한 치라도 더 가까이서 공을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글러브의 손가락 길이가 길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슬아슬하게 넘어갈 홈런 성 타구도 잡아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수는 수비 보다는 공을 던질 때 투구 밸런스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무게가 필요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투수의 글러브는 공을 잡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신의 투구 폼의 중심을 잡는 일종의 저울의 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투수는 공을 던질 때 팔의 힘만 가지고 던지는 것이 아니라 원심력(遠心力)을 이용해서 던지기 때문에 공을 던지는 팔과 글러브를 낀 손이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해 주어야만 공의 속도 조절과 변화구를 원하는 방향으로 던질 수가 있기 때문에 투수에게 있어서 글러브의 역할은 매우 큰 것이다.
심지어 투수들마다 공을 던질 때 글러브 낀 집게손가락의 변화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 타자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죽을 덧대는 경우까지 생기게 되었다. 왜냐하면 집게손가락의 변화를 보고 투구내용을 알아내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수들이 사용하는 글러브가 그저 공을 안전하게 받아내고 손바닥의 고통만 줄이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팬들이 모르는 사실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글러브도 단순히 공을 잡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패션화 되고 기능화 되어 팬들에게 보는 즐거움도 함께 준다는 점도 알고 게임을 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