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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한국대학행…대학도 정부도 미주 학생도 '글로벌 3박자'

Los Angeles

2010.09.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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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등 명문대학 중심, 해외 인재학생 유치경쟁…한국정부도 취업등 협력
한국 대기업등 입사 유리, 아시아 글로벌리더 성장…한국대학 역유학 늘어나
이 중에는 미국 명문대 입학도 포기하고 한국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본지 9월7일 A-1면> 올해만 100명이 넘는 미주 한인학생이 서울대와 연.고대 등 한국 주요 10개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들이 한국 대학행을 선택한 배경과 이유를 알아봤다.

'글로벌 대학'을 외치는 각 대학들은 수년 전부터 우수 외국인 교수 및 해외 출신 학생 영입에 발벗고 나서왔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해외 출신 학생 수.영어 진행 강의 수.자매결연 맺은 해외 대학 수 등으로 세계화 정도를 가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해외 인재 학생 유치에 경쟁이 붙은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각 대학들의 이 같은 목표에 구조적인 협력을 하고 있다. 해외 시민권자로 한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한국 내 취업문을 넓혔다.

종전에는 이공계 전공자에 한해서만 취업자격으로의 체류자격 변경 및 추가 구직기간을 허용했지만 2007년 말부터는 유학생 중 '인문계 석사 이상' 학위취득자에게도 한국내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한인 학생들의 의식 변화도 '한국 대학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은 굳이 미국 대학을 나와 미국 내에서만 경쟁할 것이 아니라 한국 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미국에서 졸업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미 명문대학에 합격하고도 아시아권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한국대학으로 역유학한 1.5세 2세들도 적지않다.

이들은 한국대학(원) 졸업이 한국 문화와 언어 습득은 물론 졸업시 한국 대기업 취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상사 요원으로 취직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또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 및 컨설팅 펌 입사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의 대기업에 취직한 한 시민권자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면서 한국에서의 직장 경험이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이곳에서 경력을 쌓고 나중에 미국 경영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올해부터 기존 1년 1회 실시하던 외국인 특별 전형을 2회로 늘리면서 개교 이래 첫 미주지역 단독 입학설명회를 개최한 배경에는 이 같은 대학.정부.학생의 '3박자 변화'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측은 이번 2학기부터 이민 2세 및 외국인 대상 입학 장학금 제도까지 신설했을 정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1학년도 재외국민과 외국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지난 해(170개교ㆍ4518명)에 비해 늘어난 175개교(국공립 31개ㆍ사립 144개)로 총 4602명을 선발할 예정에 있어 미주 출신 한인학생들의 한국내 대학 입학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려대 입학관리팀 이희정 직원은 "해외 출신 학생들의 입학은 곧 학교 내에서 글로벌 환경이 형성되는 등 좋은 영향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정대식 홍보 담당은 "(학생들은) 국제화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수립한 후 다양한 문화와 환경을 폭넓게 수용하는 강점을 갖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한국식 수업 적응못하고 유흥문화 빠지기도

한국 대학행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 및 굳은 마음가짐 없인 실패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

실제로 한국행을 선택한 학생들 중에는 학사경고를 받으며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문화 차이나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외로움 등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케이스도 있다. 또 한국식 '유흥문화'에 빠져 세월을 낭비하는 학생들도 일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해외에서 온 학생들 가운데 한국어를 잘 못하고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부모와 떨어져 공부대신 놀이문화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며 "20대 초반의 중요한 시점에서 이들은 자칫 낙오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우려 속에 각 대학 측은 이들의 무난한 적응과 학업 능력 향상을 위한 여러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경희대는 입학 전 캠퍼스 내 국제교육원에서 실시하는 글쓰기 등의 수업을 듣게 해 기본기를 다지게 하고 외국인 지원센터를 통해 입학부터 생활정착 그리고 취업지원에까지 이르는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은 학교 선배들과 연계된 멘토링 프로그램 제공과 동아리 모임 운영 등에 앞장선다.

연세대는 전담 학사 지도사를 배치 학업 관련 사항 및 진로 상담을 실시하고 라이팅 센터를 운영해 한국어 및 영어 보고서 작성을 돕고 있다.

POSTECH(포항공대)과 고려대 등은 해외 출신들을 위한 전용 기숙사를 따로 운영중이며 카이스트는 해외 출신들을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 실시는 물론 일정 생활비도 지급하고 있다.

박상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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