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방망이는 지난 110여 년 간 사용해온 북미산인 물푸레나무와 일본 북해도산 백목으로 주로 만듭니다. 요즘에는 단풍나무를 깎아서 만든 배트가 선수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약간 무겁지만 물푸레나무로 만들 배트보다 탄력이 더 좋아 대형 타자들이 즐겨 사용한다. 그 좋은 예는 프로 야구 최다 홈런을 기록한 베리 본즈의 방망이가 바로 단풍나무로 만든 배트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배트가 일반 선수들의 배트보다 짧게 보인다. 그렇다. 배트의 길이는 줄였지만 대신 무게가 일반 배트와 비슷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쉬우면서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이다. 이토록 야구 배트는 타자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 몸의 일부처럼 애지중지(愛之重之)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망이로 인한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2005년 6월 3일 메이저리그 야구경기에서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홈런타자로 명성이 드높았던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 선수가 1회 타석에서 배트를 부러뜨렸던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러진 배트에서 코르크가 나왔기 때문에 새미 소사는 부정배트 사용 이유로 즉각 퇴장 명령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부정배트는 일반 나무배트의 끝에 2.5cm 직경 구멍을 뚫어 15~25 cm 정도 파낸 후 그 공간에 나무보다 가벼운 물질(코르크, 스티로폼 또는 탄성고무)을 삽입하고 끝을 나무로 마감하여 만든다. 겉모양은 일반배트와 똑같기 때문에 구분을 할 수 없지만 850~900g 하는 일반배트보다 50g 이상 가벼워질 수 있다.
운동역학적으로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선수들이 부정 배트의 유혹에 빠져든다. 첫째는 같은 생김새에 비해 가볍게 느껴져 스윙 스피드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반발력을 크게 증가시켜 같은 힘으로 스윙을 했을 때보다 더 비거리(飛距離)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비슷한 사건이 70년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있었다. 홈런왕 왕정치가 사용했던 배트가 부정 배트였다는 것이다. 얘기인 즉슨 왕정치를 위해 제작된 배트가 특수하게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두꺼운 대패 밥처럼 얇게 저민 나무를 천여 장 정도를 한 장 한 장씩 접착제로 붙여 압축을 시킨 다음 배트 모양으로 깎아내고 그 위에 수지를 입혀서 만든 특수 배트라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배트는 가벼울 뿐 아니라 탄성이 높아져 공을 더 멀리 보낼 수 있어 홈런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때 왕정치의 홈런을 놓고 논란이 많았었다.
이러한 부정행위는 어느 스포츠보다도 신사도(紳士道)를 중시하는 야구에서 팬들을 분노케 하는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자신의 야구 생명을 위협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부정 배트의 유혹에 빠지는 것일까?
이유는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를 하기 때문에 일년에 150 게임 이상 치르게 되면 시즌 후반이나 무더운 여름에는 체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자신의 스윙 속도를 계속 유지하고 성적을 고수하려면 배트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무게를 줄이면 아무래도 타구의 거리가 짧아질 수밖에 없기에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합법적인 대책이 하나가 있는데 방망이의 끝 부분을 반원(Cup)으로 파내는 방법이다. 어쨌거나 부정행위는 없어져야 한다.
이것은 자신의 양심만 속이는 것이 아니라 팬과 자신을 좋아하면서 야구의 꿈을 키워나가는 어린이들에게도 실망을 안겨주는 행위인 것이다. 프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팬들에게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하는 게 임무다. 자신이 받는 대가를 좋은 페어플레이(Fair play)를 통해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프로인 것이다.
# 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