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놀란 연타석 투런 홈런 타석에 설 때마다 함성 쏟아져 홍콩전 콜드게임 승리도 이끌어
메이저리거 추신수(28·클리블랜드)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광저우 아오티 야구장이 들썩거렸다. 그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 때마다 “와~” 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아시안게임에 나선 추신수의 괴력에 모두가 놀랐다.
지난 13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B조 첫 경기 대만전에서 추신수는 1회와 3회 연타석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대표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5타석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추신수의 맹타 덕에 대표팀은 난적 대만을 꺾고 조 1위를 사실상 확보하며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탈환을 향해 순항했다.
추신수는 이날 대만 선발로 나선 우완 린이하오(19·요미우리)를 맞아 ‘원샷원킬’의 타격을 보였다. 0-0이던 1회 볼카운트 0-1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친 공을 끝까지 기다렸다가 강타했다. 타이밍이 늦었다 싶었지만 타구는 쭉쭉 뻗더니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2-0으로 앞선 3회에는 볼카운트 0-2에서 비거리가 140m쯤 돼 보이는 대형 중월아치를 그렸다. 경기 뒤 린이하오는 “1회 투구는 바깥쪽으로 잘 붙인 것이다. 추신수가 정말 가볍게 휘두른 것 같았는데 그게 넘어갔다. 3회엔 몸 쪽을 노린 공이 가운데로 들어간 실투였는데, 추신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을 갖췄다”고 참패를 인정했다.
관중석에서는 추신수에 대한 놀라움이 쏟아졌다. 아오티 구장에는 시카고 컵스·클리블랜드·디트로이트 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20여 명이 몰려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6이닝 1실점한 한국 선발투수 류현진(23·한화)을 비롯한 유망 선수를 점검하기 위해 나왔지만 추신수의 파워에 시선을 빼앗겼다. 추신수는 올해로 클리블랜드와 1년 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달 초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추신수의 몸값을 3년 총액 2200만 달러(약 248억원)로 예상하기도 했다.
아오티 구장을 뒤흔든 그의 괴력은 손목에서 나왔다. 추신수는 시애틀 마이너리그 시절이던 2002년 자신(키 1m81㎝)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백인 선수를 혼쭐 낸 사건으로 유명해졌다. 몇몇 백인이 자신을 동양인이라고 무시하자 그중 우두머리의 손을 잡아 꾹 눌렀다. 주먹을 쓴 것도 아닌데 상황은 쉽게 정리됐다. 거구의 백인은 괴성을 내질렀고, 이후 아무도 추신수를 건드리지 못했다. 추신수는 14일 홍콩전에서도 3타수 1안타·2타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15-0, 6회 콜드게임 승리에 기여했다.
한국은 15일 파키스탄전을 끝으로 예선 일정을 끝마친다. 예상대로 B조 1위를 차지하면 A조 2위와 준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A조는 14일 현재 일본과 중국이 1승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일본이 1위, 중국이 2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어쨌거나 한국으로서는 결승으로 가는 길이 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