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임신 투혼 김윤미 2관왕…'베이징 불운(2008년 올림픽 예선 탈락)' 날린 이대명 3관왕

Los Angeles

2010.11.14 20:1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남녀 사격 이틀간 금 5개 명중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윤미 "배 속 오복이가 복덩이"
소음·반동 심한 25m 권총은
아기한테 해 될까 출전 포기
막내 이대명 "사격 인생은 길다"
베이징선 뒷심부족으로 눈물
이번엔 첫 발 실수에도 안 흔들려

한국 사격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후 이틀간 금메달 5개를 명중시키는 대박을 터뜨렸다. 진종오(31·KT), 이대명(22·한국체대), 이상도(32·창원시청)로 구성된 권총 남자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아오티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1746점을 기록, 중국(1743점)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들은 전날 남자 50m 권총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이대명은 14일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합계 685.8점으로 중국의 탄종량(684.5점)을 누르고 금메달을 추가, 3관왕이 됐다.
여자팀도 힘을 냈다. 김윤미(28)·김병희(28·이상 서산시청), 이호림(22·한체대)의 여자 권총팀은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1141점을 쏴 인도(1140점)와 중국(1139점)을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대회에 출전한 김윤미는 개인전에서도 합계 484.4점으로 우승, 2관왕에 올랐다.
◆3관왕 이대명, 뒷심 부족 떨쳤다= 이대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경기를 잊지 못한다. 그가 쾌조의 출발을 하자 그의 집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금메달을 예상하고 기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그는 막판 잇따라 실수를 해 결선(8명)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대명은 “그때 부모님이 굉장히 마음 아파 하셨다. 그래서 다음 종합대회에서는 꼭 우승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 라고 말했다.
이대명의 약점은 ‘뒷심 부족’이었다. 하지만 2년 만에 선 종합대회 무대에서 그는 뒷심을 발휘했다. 첫 발은 7.9점(만점 10.9점)으로 크게 부진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두 번째는 9.9점을 쐈다. 이후 꾸준히 10점대를 기록하며 앞서가던 탄종량을 압박했다. 그는 “첫 발 실수를 생각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되뇌었다.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혼잣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대명은 “사격 인생은 길다. 앞으로도 10년 넘게 총을 쏘고 싶다 ”라고 덧붙였다.
◆김윤미 “우리 오복이가 복덩이예요”= 2명이 합작한 금메달이었다. 여자 공기권총 개인·단체전을 석권해 2관왕에 오른 김윤미는 거동도 불편하다는 임신 7개월째다. 배가 수박만 하게 부풀어 올랐지만, 그는 씩씩하게 경기장에 들어서 두 차례나 금을 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임신 중 국제대회에 출전한 경우는 김윤미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윤미는 남편 진철규(28)씨와의 주말부부 생활이 길어지자 서둘러 아이를 가졌다. 그의 목표가 이번 아시안게임보다는 2012년 런던올림픽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본의 아니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고민이 이어졌다. “임신한 내가 대표가 돼 다른 선수들에게 짐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도전을 택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포기하지 말라”는 남편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본래 10m 공기권총과 25m 권총 대표로 선발됐지만, 25m 권총 출전은 포기하고 10m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25m는 훈련 강도가 높고 소음과 반동이 심해 아기한테 해가 될까 우려해서다.
김윤미는 “ 우리 오복이(태명)와 함께 금메달을 따 정말 행복하고, 아침에 문자로 격려해 줬던 남편이 보고싶다”고 울먹였다.
광저우=온누리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