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서울 시 내 모든 학교에서 체벌 제도가 없어졌다고 한다. 아이들을 때리는 것 뿐 아니라 손들고 벌서기, 운동장 돌기 등 육체적 벌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다 금지된다고 하고 이를 어기는 교사들은 징계를 받게 된다고도 한다.
사실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 아직까지 교사들이 이런 벌을 학생들에게 주고 있었다는 것은 믿기가 힘들다. 벌써 오래전에 시정되었어야 할 문제이며, 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정말 이해하기가 힘든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에서는 이 시정 안에 대해 불만인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하긴 따로 특별한 대책이 없이 당장 체벌만 하지 말라고 하면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치해야 할지 막막하기는 할 것이다.
상담실을 만들고 부모와 면담을 통해 해결하라고 한다지만, 누가 상담실을 운영할 것인지, 교사들이 일일이 학부모하고 면담할 시간이 있는지, 학교 마다 고민인 모양이다.
미국 학교에서도 말 안 듣는 아이들 다루는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이다. 초등학생은 초등학생대로, 중 고등학생들은 그들대로 다루기가 힘든 아이들이 있다.
그들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매번 정학, 퇴학을 시킬 수도 없고, 결국 교사들이 타일러 보고 상벌을 주어가면서 가르친다. 교장실에 보내기도 하고 학부모에게 전화도 한다. 심각한 경우는 부모에게 학교에 와서 상담 후 학생을 데려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효과적인 훈육방법은, 학생들, 부모, 교사가 모두 확실히 이해하는 합리적인 규칙들이 정해져 있어야하고, 공평해야 하며, 항상 예외 없이 시행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또 칭찬은 많이 할 수로 좋지만 무조건 애매하게 하는 것은 소용이 없고,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이 칭찬을 받게 했는지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이를테면, 교사가 공부 시간에 발표할 일이 있으면 손을 들어야 한다고 정해 놓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할 말이 있어도 꼭 손을 들어야만 말을 할 수 있게 하고, 아무리 급해도 손을 들지 않는 아는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손을 들지 않고 말하는 아이를 야단치기 보다는, 손을 들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아이를 칭찬해 준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서 힘들지 모르지만, 조금 지나면, 어린 아이들도 훈련이 되어서 다 잘 따라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9시가 자는 시간이라고 정해 놓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가 지켜야 아이들 버릇이 고쳐진다. 손님이 왔다고 예외를 만들고, 부모가 바쁘다고 어기고, 이래 저래 핑계를 대다 보면, 금새 규율이 깨지고 만다.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큰 아이는 봐주고 공부 못하는 작은 아이는 더 엄하게 한다면 당연히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예전에 부모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내가 부모니까 내 집에 사는 한 무조건 부모 말에 따라야한다는 억지는 요즘 아이들에게 안 먹혀들어 간지 이미 오래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율을 정해 놓고 아이들과 협조하면서 훈육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지키지 않을 때에는 어떤 벌칙을 받을 것 인지 아이들이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물론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피해가 되는 벌은 위법일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를 가져다주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처벌이다.
어려서 부모에게 맞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 폭력을 쓰는 난폭한 사람이 될 확률이 훨씬 많다고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생활 방식이 몸에 밴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늦기는 했지만 서울시 모든 학교에서 학생 체벌이 금지된다는 소식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그동안도 교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그런 교사들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좀더 바람직한 훈육 방법을 문교부 차원에서 연구하고 교사들에게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행정인, 교사, 또 학생, 학부형 모두 다 협조하고 노력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처음엔 어려운 일도 많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의 교육을 한 차원 높이는 훌륭한 계기가 되리라 믿는 바이다.
# 교장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