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리는 그동안 노조와 심한 마찰을 빚으면서 교육감이 되자마자 성적 낮은 학교들은 문을 닫고 비효과적인 교사 교장들은 해고시키며 (자신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을 포함해서)잘 가르치는 교사들은 교사노조에 들지 않는 조건으로 보수를 더 주는 등 획기적인 교육 개혁을 과감하게 실시해 왔다. 그런데 지난 9월 그를 무조건 후원해온 시장 에드리안 휀티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그도 물러났다. 그동안 불만이 많았던 교사 노조에서 다른 후보를 후원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격한 개혁이 휀티 시장의 재선을 막은 것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미쉘 리 교육감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지의 교육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있었으면 그만큼 아이들이 시간을 더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회는 안하지만 그동안 배운 점도 많았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이 머릿기사는 "학교 개혁을 위한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교육감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StudentsFirst(학생먼저)"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전국에서 교육 개혁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진정한 미국의 교육 개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자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첫 해에 1백만명 회원을 가입시키고 10억불 모금을 계획하고 있는 이 단체는 한시가 급한 미국의 교육 현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미쉘 리 기사 다음에 "Give Peace a Chance(평화에 기회를 주어라)"라는 제목으로 플로리다 주 힐스보로 교육구의 교육 개혁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워싱턴 DC와는 대조적으로 교육구와 교사노조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비슷한 교육 향상 효과를 이루고 있는 이 교육구는 교육감이 23년마다 바뀌는 다른 교육구들과 달리 지난 40년 동안 단 4명의 노조 교사 출신 교육감들이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타협을 통해 성공적인 개혁을 이루어 오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도 하루 8시간으로 수업시간 연장 효과적인 교사에 대한 월급 인상 비효과적인 교사에 대한 지도 까다로운 새 교사 평가서 등 여러 교육구에서 노조와 싸우면서도 결국 이루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개혁들을 다 잘 성사시키고 있다고 한다.
한시가 시급한 시점에서 이런 온화한 개혁은 효과적이 아니라고 하는 비평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정치적인 교육 제도의 개선 위에서 내려오는 개혁도 중요하지만 매일 현장에서 그 개혁을 이끌어 갈 교사 한사람 한사람 학생 하나 하나 또 학부모들의 후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려면 서로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다 알다시피 그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아지는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 필자가 새 학교에 교장이 되어 처음 갈 때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때 호바트 초등학교 교장으로 계시던 제임스 메즈라 교장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학생 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면 첫 해에는 아무것도 바꾸지 말아라. 교직원들과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한다는 신뢰를 얻은 후에 천천히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라. 그래야 훨씬 더 효과적인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신뢰(Trust)는 오래 걸려야 쌓을 수 있으며 그러나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또 무너진 신뢰를 다시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말이었다. 아무쪼록 큰 꿈을 가진 미셸 리 교육감이 그동안 경험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새 단체를 통해 역사에 길이 남을 전국적인 미국의 교육 개혁을 성공적으로 가져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교장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