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새천년 한인경제 10년 변화-2] 영욕의 은행가, 문닫고 살아나고…나라·중앙 합병으로 새전기

Los Angeles

2010.12.19 15:4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첫 6년 사상 최고 호황기
서브프라임 사태로 '휘청’
나라-중앙 합병에 ‘희망’
한인은행가의 지난 10년은 ‘영욕의 10년’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기간이었다.

1990년대말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가 2000년대 들어 장기간 호황을 맞으며 한인 경제에 돈이 넘쳐났고, 이는 은행 투자로 이어졌다. 20001년 초 5개에 불과했던 한인은행의 수는 2006년 US메트로 설립까지 해서 12개로 늘었다. 이후 서브프라임 파동으로 흔들리던 경제가 금융위기로 급하강하자 한인 은행 폐쇄가 2건이나 터져 한인 경제 전체에 큰 먹구름을 드리웠다. 은행 불패 신화가 깨진 것이다. 폐쇄 직전까지 갔던 새한은 극적으로 회생했고, 한국 우리금융지주에 매각될 예정이던 한미는 결국 딜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자산규모 기준 2위와 4위인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의 지난 9일 합병 발표는 우울한 뉴스로 마무리되는 듯 했던 21세기 첫 10년의 마지막에 방점을 찍으며 새로운 10년을 기약하고 있다.

▶2001~2006년: 급성장과 신설 은행 난립

2000년대의 첫 6년은 한인은행가 사상 최고의 호황기로 기록된다. 은행들은 부동산 붐을 타고 한인사회 곳곳에서 이뤄지던 사업 확장과 부동산 투자 및 개발 붐에 편승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윌셔 나라 한미 중앙 등 4대 상장 은행들은 연이은 주식분할과 현금배당 스톡옵션과 보너스 등으로 한인 경제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이 기간 나라의 아시아나은행 인수 우리아메리카의 팬아시아 인수 한미의 퍼시픽유니온뱅크(PUB) 인수 등이 이뤄졌다.

은행권의 성장은 비단 기존에 있던 은행들만에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니었다. 2001년 12월 유니티은행을 시작으로 미래 태평양 아이비(한인투자자들이 인수) 커먼웰스비즈니스 퍼스트스탠다드(현 오픈뱅크) US메트로까지 무려 7개의 한인 은행이 문을 열었다. 이들은 꺾이지 않을 것만 같던 호경기를 타고 급속도로 덩치를 불리며 한인은행가에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2007~2008년: 서브프라임과 생존 위기

계속될 것만 같던 장기호황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위기감이 온 은행가에 퍼져나갔다. 푸른색 일색이던 은행 실적은 하나둘씩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한인은행가 최고의 거물 인사 영입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미의 손성원 전 행장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채 물러나고 윌셔를 명실상부한 4대 은행의 하나로 끌어올린 민수봉 전 행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하기도 했다.

규모의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은행이 휘청였고 은행들은 자산감축 증자 등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으나 장기판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경제상황에서 하나의 말에 불과한 은행들에게 피난처란 없었다.

▶2009~2010년: 은행 폐쇄와 새로운 바람

2009년 6월26일 미래은행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손에 폐쇄됐다. 남의 일이라 믿었던 혹은 그렇게 믿고 싶었던 은행 폐쇄가 한인사회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윌셔는 FDIC로부터 미래를 인수 한인사회가 입을뻔한 큰 피해를 막아냈다. '미래는 과거가 됐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나돌았다. 이를 둘러싼 케이스 스터디가 은행마다 이뤄졌고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4월16일 아이비은행이 두번째 폐쇄라는 오명을 남긴 채 모든 걸 중앙은행에 넘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사이 윌셔는 한인은행가 최대은행으로 자리잡았고 한미의 '리딩뱅크'라는 아성은 큰 타격을 받았다.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이 생존자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자칫하면 폐쇄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뼈를 깎는 듯한 아픔이 따르는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큰 어려움에 처했던 한미는 지난 7월 1억2000만달러 증자와 한국 우리금융지주와의 계약을 성공시켰으나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첫 10년의 마무리는 단연 나라-중앙 합병이다. 자산규모 52억달러가 넘는 대형 한인 은행의 탄생이다. 이 둘의 합병이 계획대로 성사돼 말로만 이뤄지던 한인 은행간 합병 논의에 물꼬를 터 희망차고 새로운 10년을 열게 될지 주목된다.

▶한인은행 합병사
2003년 8월 나라은행, 아시아나 은행 인수
2003년 9월 우리아메리카, 팬아시아은행 인수
2004년 4월 한미은행, 가주외환은행(PUB) 인수 합병
2009년 6월 윌셔은행, 미래은행 인수
2010년 4월16일 중앙은행, 아이비은행 인수
2010년 12월 나라은행-중앙은행 합병 합의 발표

▶한인은행 신설
2001년 12월, 유니티은행 오픈
2002년 7월, 미래은행 오픈
2003년 9월, 태평양은행 오픈
2005년 6월, 한인 투자자들 아이비은행 인수
2005년 3월,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 오픈
2005년 6월, 퍼스트스탠다드 은행 오픈
2006년 9월, US메트로은행 오픈

염승은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