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초가 되면 누구나 새해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새해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써 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이들 마다 다 달라서 어떤 아이들은 그저 막연하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던가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좀더 구체적으로 아침에 10분씩 더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지각을 안 하겠다던가 방과 후에 텔레비전을 보기 전에 숙제를 꼭 먼저 하겠다던가 구체적으로 꼭 자기가 고치고 싶은 점을 지적하는 기특한 아이들도 있다.
언뜻 생각하면 자기의 약점을 지적하는 후자의 경우보다 그럴듯하게 무엇이든지 더 잘하겠다고 적는 전자의 아이들이 더 잘하는 것 같지만 잘 생각 해 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아는 학생들이 훨씬 더 희망이 있는 학생들이다.
몇 년 전부터 교육계에서는 reflection (회고)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워도 이미 배운 것을 돌아 볼 기회가 없으면 배운 것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복습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해 왔지만 요즘 와서 그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 하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래서 교사 연수회를 가도 마지막 시간은 그날 강의 내용들을 정리해 보고 실제 내가 학교에 돌아갔을 때 그 새 지식들을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을지 생각 해 볼 수 있는 'Reflection' 의 시간을 꼭 가지게 한다.
이 방법은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고 또 꼭 교육에서만 적응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필자가 오래전부터 존경하던 어느 목사님은 설교가 끝날 때 꼭 그날 설교의 요점을 간추려서 복습을 시켜주시곤 하셨다.
그래서 혹시 설교 시간에 딴 생각을 하거나 졸던 사람도 요점만은 확실히 알 수 있고 또 그냥 막연히 그냥 좋은 설교구나 하고 듣던 사람도 마지막에는 왜 그런 설교를 하셨는지 확실히 정리가 되는 느낌을 항상 가질 수 있게 하셨다.
또 우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그 설교 내용을 적용해야 하는 지도 생각할 기회를 주셨다.
요즈음은 우리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너무 머리 속이 산란해 있는 것 같다. 할 일도 많고 갈 곳도 많고 또 가지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너무도 그 때 그 때 할 일에 급급해서 정말 꼭 할 일을 하면서 바쁜 것인 지 그냥 남들이 다 하니까 바쁘기 위해서 바쁜 것인 지 모를 때가 많이 있다. 어느 분이 우리들은 모두 다 "Doing the things right"에 급급해서 정작 정말 중요한 "Doing the right things"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넘어 간다고 하신 명언을 들은 적이 있다.
잠시 멈춰 서서 정말 내가 꼭 해야 될 바른 일을 하면서 바쁜 것인지 생각 해 보게 하는 말이다.
새해를 맞으면서 차분히 자녀들과 앉아서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정말 새해에 꼭 해야 할 들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새해 계획이 될 수 있을 까 생각 해 본다.
너무 막연하고 거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작은 일 몇 가지라도 앞으로의 큰 목표를 위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현명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요즈음은 모르겠지만 예전에 필자가 자랄 때는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이다음에 자라서 뭐가 되려는가 물어 보면 남자 아이들의 대부분은 대통령이라고 대답을 했었다.
정말 그런 목표가 있다면 말만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신문도 자주 읽고 대통령 위인전도 사서 읽으며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어려서부터 구체적으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냥 막연히 멋있어 보이니까 남이 다 하고 싶어 하니까 하고 세우는 목표는 전혀 가치가 없다.
단지 부모가 원해서 자녀의 재능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우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시간만 허비하고 평생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산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는가.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에는 그 어느 해보다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새해 계획을 우리 자녀들이 다 세우고 목표를 향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교장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