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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구출작전이 남긴 '소말리아 방정식'

Los Angeles

2011.01.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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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하/사회부 부국장
잃어버린 국가 자존심을 되찾았서 기뻤다. 내 나라가 동네북 마냥 여기저기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마음 아프고 다른 한편으론 욕도 나왔는데 이제 가슴이 뚫린다.

'소탕 작전 성공 인질 전원 구출'이라는 기사 제목만 봤을 땐 솔직히 내 나라가 아닌 줄 알았다. 소말리아 해적에 나포됐던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우리 선박이 나포되고 인질극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

우선 소말리아 해적이 출몰하는 아덴만은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동서양을 잇는 바닷길목이다.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상선 600여 척이 이 곳을 지난다. 전체 해상무역 물동량의 30%다.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 곳을 거쳐야 한다.

소말리아는 나라 전체가 해적 기지다. '해적업'이 이 나라의 기간 산업이다. 구조는 이렇다. 해적은 상선을 납치한다. 협상 대리인을 내세운다. 대리인은 소말리아인으로 영어를 하는 사람이다. 같은 통속이다. 해적이 몸값을 많이 타내야 대리인에게 돌아가는 액수도 높아진다. 협상 대리인이 해적을 코치하는 일도 잦다.

주변국과 달리 석유 한방울 안 나고 경제 자체가 붕괴된 이 나라에서 일반 주민들은 나포된 상선에서 물건을 오르내리는 등 용역을 하고 인질을 먹이고 감시하는 등 관리하고 해적선을 수리.보수하고 해적에게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잡일로 생계를 꾸린다. 마치 가난한 어촌에서 고래 한마리를 잡으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과 같다. 해적은 협박과 협상을 통해 얻은 돈 중 상당수를 지역 군벌에 상납한다. 군벌은 이 돈으로 신형무기를 구입하고 대신 그동안 써왔던 낙후된 무기와 통신장비를 해적에게 넘긴다. 이 나라는 중앙정부가 없다. 쿠데타로 91년부터 10여 개의 지역 군벌이 나라를 쪼개 다스리고 있다.

군벌 중 전.현직 고위층 인사들은 영국 두바이 오만 등에서 풍요롭게 거주하며 해적을 막후에서 조정한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인질 문제를 협상할 때 이들이 브로커로 나서는 일이 많다. 특히 해외 군벌과 소말리아 내 지역 군벌이 돈을 많이 뜯어낼 수 있는 선박을 비밀리에 결정하는 일도 있다고 전해진다.

또 해적들은 자신들이 나쁜 일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90년 이후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연안에 몰려와 수자원을 남획하고 유해물질과 오물을 뿌려대다 보니 자신들은 먹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배가 고픈데 통행료 좀 받자는데 뭐가 문제냐는 투다.(해적들은 인질을 '협상상품'으로 여겨 살해한 적은 별로 없다)

이처럼 소말리아 해적질은 거대한 비즈니스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먹이사슬은 촘촘하고 탄탄하다. 가장 하단에 있는 해적 몇 명 사살하고 잡았다고 해서 결코 끝날 일이 아니다.

너무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다음 번엔) 한국인 인질을 죽이겠다"며 보복 위협을 하고 있다.

앞으로 유사시 대한민국은 한층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인질의 생사 국민의 기대감 군사 작전의 부담감 실패시 책임소재 국가적 좌절감 등이 고려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다.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존재 이유다. 그 실체를 보고 만끽한 기쁨을 이제는 내재적 자부심으로 담고 냉철한 사태 파악과 치밀한 준비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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