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국가 자존심을 되찾았서 기뻤다. 내 나라가 동네북 마냥 여기저기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마음 아프고 다른 한편으론 욕도 나왔는데 이제 가슴이 뚫린다. '소탕 작전 성공 인질 전원 구출'이라는 기사 제목만 봤을 땐 솔직히 내 나라가 아닌 줄 알았다. 소말리아 해적에 나포됐던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우리 선박이 나포되고 인질극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 우선 소말리아 해적이 출몰하는 아덴만은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동서양을 잇는 바닷길목이다.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상선 600여 척이 이 곳을 지난다. 전체 해상무역 물동량의 30%다.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 곳을 거쳐야 한다. 소말리아는 나라 전체가 해적 기지다. '해적업'이 이 나라의 기간 산업이다. 구조는 이렇다. 해적은 상선을 납치한다. 협상 대리인을 내세운다. 대리인은 소말리아인으로 영어를 하는 사람이다. 같은 통속이다. 해적이 몸값을 많이 타내야 대리인에게 돌아가는 액수도 높아진다. 협상 대리인이 해적을 코치하는 일도 잦다. 주변국과 달리 석유 한방울 안 나고 경제 자체가 붕괴된 이 나라에서 일반 주민들은 나포된 상선에서 물건을 오르내리는 등 용역을 하고 인질을 먹이고 감시하는 등 관리하고 해적선을 수리.보수하고 해적에게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잡일로 생계를 꾸린다. 마치 가난한 어촌에서 고래 한마리를 잡으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과 같다. 해적은 협박과 협상을 통해 얻은 돈 중 상당수를 지역 군벌에 상납한다. 군벌은 이 돈으로 신형무기를 구입하고 대신 그동안 써왔던 낙후된 무기와 통신장비를 해적에게 넘긴다. 이 나라는 중앙정부가 없다. 쿠데타로 91년부터 10여 개의 지역 군벌이 나라를 쪼개 다스리고 있다. 군벌 중 전.현직 고위층 인사들은 영국 두바이 오만 등에서 풍요롭게 거주하며 해적을 막후에서 조정한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인질 문제를 협상할 때 이들이 브로커로 나서는 일이 많다. 특히 해외 군벌과 소말리아 내 지역 군벌이 돈을 많이 뜯어낼 수 있는 선박을 비밀리에 결정하는 일도 있다고 전해진다. 또 해적들은 자신들이 나쁜 일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90년 이후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연안에 몰려와 수자원을 남획하고 유해물질과 오물을 뿌려대다 보니 자신들은 먹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배가 고픈데 통행료 좀 받자는데 뭐가 문제냐는 투다.(해적들은 인질을 '협상상품'으로 여겨 살해한 적은 별로 없다) 이처럼 소말리아 해적질은 거대한 비즈니스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먹이사슬은 촘촘하고 탄탄하다. 가장 하단에 있는 해적 몇 명 사살하고 잡았다고 해서 결코 끝날 일이 아니다. 너무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다음 번엔) 한국인 인질을 죽이겠다"며 보복 위협을 하고 있다. 앞으로 유사시 대한민국은 한층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인질의 생사 국민의 기대감 군사 작전의 부담감 실패시 책임소재 국가적 좌절감 등이 고려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다.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존재 이유다. 그 실체를 보고 만끽한 기쁨을 이제는 내재적 자부심으로 담고 냉철한 사태 파악과 치밀한 준비를 할 때다.
2011.01.24. 17:56
“대통령 임기 동안 가장 잘한 일로 남을 겁니다.”(박진훈씨) “국민 99%가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양동석씨) 21일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 성공이 발표된 뒤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 게시판에 오른 글들이다. 네티즌들은 “오래간만에 듣는 속 시원한 소식이다” “군 통수권자로서 훌륭한 결정을 했다” 등의 반응으로 홈페이지는 물론 청와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이트들을 뒤덮었다. 스스로를 ‘반MB파(이명박 대통령에 반대한 세력)’라고 소개한 뒤 “(그래도) 잘한 일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한 이들도 있었다. 청와대의 ‘페이스북(www.facebook.com/CheongWaDae)’에 오른 이 대통령의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관련 담화’ 동영상에는 500개가 넘는 댓글이 붙기도 했다. 연초부터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 있던 청와대는 이번 ‘아덴만의 쾌거’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2~23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아덴만 작전 덕분에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의 지지도에 버금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G20 정상회의 직후에 청와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60%를 돌파했었다. 청와대는 이번 작전 성공에 담긴 대(對)북한 메시지도 있다고 말한다. 한 핵심 참모는 “국민의 생명과 국익이 달린 일이라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안보 원칙’을 이번에 확실히 보여줬다”며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 지도부도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랍 다음날 구출작전 건의=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삼호주얼리호가 납치된 다음 날인 16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며 “이 자리에서 우리 선박에 대한 해적의 납치행위를 없애기 위해 무력진압을 대통령에게 건의하자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식의 소탕작전을 성공한 사례가 없어 이 대통령이 (건의를 받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며 “하지만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2011.01.23. 15:06
■해적퇴치 '대북경고' 메시지 '아덴만 여명 작전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1일 한국 정부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에 대한 '깜짝 놀랄만한' 구출 작전을 진행함으로써 아라비아해에서 북한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적의 도발도 기꺼이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CSM은 이날 구출 작전 성공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도 이 같은 관점으로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우리 군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냈다"고 치하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SM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한국이 북한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포 해적 어떻게 처리하나 정부가 삼호 주얼리호 선원 구출 과정에서 체포한 해적 5명의 처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제법상 해적행위는 피해자 및 피해선박의 국적, 해적 출신국 등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나라나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든 국가가 지역에 관계없이 해적행위 진압에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는 유엔해양법협약 100조 규정과 ‘해적행위에 의해 탈취돼 그 지배아래 있는 선박 등을 나포하고 그 선박에 있는 사람에 대한 체포와 재산압류 등이 가능하다’는 협약 105조 규정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정부가 국내로 이송해 직접 처벌하는 방안과 더불어 주변의 제3국(오만, 케냐, 예멘 등)에 인계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국제법 조문이 있기 때문이다.
2011.01.21. 20:45
최영함 함포 불 뿜고 링스헬기 기관총 엄호 헬기 저격수, 1명 사살하자 해적들 선실로 도망쳐 57개 격실 일일이 수색, 장악한 선실 'X' 자 표시 퍼펙트 작전이었다. 우리 해군 특수전 여단(UDT/SEAL)의 전설엔 국경이 없었다. 21일 오전 4시58분(현지시간) 오만의 샬랄라항에서 460㎞ 떨어진 인도양 해상.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을 위한 최영함의 '아덴만 여명작전'이 개시됐다. 삼호주얼리호 장악은 UDT 대원의 몫이었다. 대원 10여 명이 3척의 고속단정에 나눠 탔다. 임무는 선교와 기관실 장악. 공격 1팀과 공격 2팀이 나눠 맡기로 했다. 조영주(대령) 함장의 발포 지시가 떨어지면서 입체작전이 시작됐다. 최영함의 127㎜ 함포가 삼호주얼리호를 향해 불을 뿜었다. 수 발의 함포 소리에 놀란 해적들은 잠에서 깬 채 우왕좌왕했다. 이어 함재기 링스헬기가 M60기관총으로 조타실 등을 향해 위협 사격을 실시했다. 링스헬기에 탑승한 저격수가 저격용 소총으로 선교에 있던 해적 1명을 조준 사살하자 해적 5~6명은 선실로 내달렸다. 링스헬기에선 우리 말로 "지금 진입작전이 시작됐다. 선원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려라"고 경고 방송을 여러 차례 했다. 해적들과 우리 선원들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이 틈을 타 UDT 요원들은 삼호주얼리호 선미와 우현으로 접근했다. 요원들은 선박 침투용 특수 사다리를 이용해 4m 높이의 현측(배벽)을 타고 올라가 선교와 기관실 진입을 시도했다. UDT 요원들이 진입하자 교전이 벌어졌다. 해적들은 AK소총과 기관총을 쏘며 저항했다. 4층 선교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선장 석해균(58)씨가 복부에 관통상을 입었다. 요원들이 선교를 장악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광석화 제압이었다. 기관실 장악 과정에서도 교전이 벌어졌지만 UDT 요원들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해적 5명을 사살하고 3명을 생포했다. UDT요원들은 삼호주얼리호의 57개 격실을 일일이 정밀조사했다. 장악한 격실에는 빨간색 스프레이로 'X'자 표시를 했다. 여기서도 교전이 벌어져 2명의 해적을 사살하고 2명을 추가로 생포했다. 오전 9시56분. 21명의 선원 구출은 완벽하게 끝났다. '아덴만 여명 작전' 개시 4시간 58분 만이었다. 군 관계자는 "해적들을 완전히 진압하고 우리 측의 피해가 전혀 없는 완전 작전이었다"며 "해군 특수전 여단 요원들이 펄펄 날아다닌 것"이라고 평가했다. UDT 요원들의 완벽 작전은 평소의 지옥 훈련 덕분이다. 400여 명으로 구성된 UDT는 평소 특수전 작전과 폭발물 처리에 대비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이번처럼 해상 대테러 훈련도 빠지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훈련을 받는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고무보트로 150㎞를 이동하고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육상 60㎞ 행군 산악행군 60㎞를 거쳐야만 UDT 요원이 될 수 있다. 이런 훈련으로 단련된 UDT 베테랑 요원 30여 명이 최영함에 승선해 있다. 군 관계자는 "평소 인간 한계를 넘나드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요원들이 피로를 떨치고 완전 작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 성공으로 UDT는 지난해 3월 30일 천안함 수색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UDT 전설'을 이어가게 됐다. 한 준위는 청해부대 근무를 지원해 일곱 차례나 해적 퇴치 작전에 참가했으며 이번의 '아덴만 여명작전'에 투입된 UDT대원들은 대부분 한 준위로부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UDT의 신화는 계속된다. 정용수 기자 [email protected]
2011.01.21. 20:44
■18일 1차작전 위협사격·심리전…해적들 진 빼 총격당한 대원, 오만 헬기로 후송 ■21일 운명의 날 밝아오다 '소말리아 해적 모선 접근' 첩보에 "더 이상 미룰 순 없다" 작전 개시 지난 15일 아라비아해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가 피랍 일주일째인 21일 오전(현지시간) 청해부대의 군사작전으로 구출됐다. 피랍 직후 2000㎞ 떨어진 현장으로 급파된 청해부대의 구축함 최영함은 6일 2시간16분간의 피 말리는 추격전과 두 차례의 구출 작전 끝에 선원 21명을 구출했다. 희생자 없는 '완벽작전'이었다. 아덴만 공해상에서 펼쳐진 우리 군 사상 최초의 해적 퇴치 작전 '아덴만 여명작전'을 합참 브리핑으로 재구성했다(이하 현지시간). #소말리아 해적의 납치 사례 중 최북단서 피랍= 15일 오전 7시40분 북위 22도 동경 64도 아라비아해는 몬순의 계절이 지난 뒤여서 고요했다. 화학물질을 싣고 스리랑카로 항해하던 1만1000t급 삼호주얼리호 앞에 해적선이 나타났다. 해적 모선(母船)에서 내려진 소형 모터 보트 두 척이 삼호주얼리호로 바짝 다가갔다. 삼호주얼리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해적 13명에 의해 순식간에 장악됐다. 해적들은 AK소총과 생선칼로 선원들을 위협했다. 해적 모선은 그 자리를 떠났다. 오후 7시30분. 지부티 항구에서 군수물자를 선적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부대장 조영주 대령)이 현장으로 발진했다. 4500t급 구축함 최영함에는 링스(Lynks) 대잠 헬기 1대 해군 특수전부대(UDT/SEAL) 30여 명 등 300명이 타고 있었다. 소말리아 해역의 연합해군사령부 산하 'CTF 151'의 정보 협조를 받아가며 추격전을 시작했다. 이틀 뒤인 17일 오후 11시. 해적들의 근거지인 소말리아 해역으로 항해하던 삼호주얼리호가 레이더에 잡혔다. 피랍 지점에서 남쪽으로 450~500㎞ 오만 샬랄라항에서 600㎞ 떨어진 지점이었다. 해적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거리를 유지하며 작전 기회를 기다렸다. #몽골 화물선 등장 1차 양면 작전= 18일 오후 2시20분. 삼호주얼리호에서 11㎞ 떨어진 곳에서 몽골 화물선(6만t급)이 지나가자 해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호주얼리호에서 해적 4명이 내려와 고속보트로 몽골 화물선에 접근했다. 합참 관계자는 "추가로 배를 납치하고 해적 일부는 그 배로 육지로 돌아가려 했던 듯하다"고 말했다. 해적 세력이 분산되는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최영함의 양면 작전이 시작됐다. 몽골 화물선의 해적들 위로 링스 헬기를 띄우면서 동시에 특수전 대원들이 고속단정을 타고 삼호주얼리호로 향했다. 링스헬기에서 기관총으로 위협 사격을 가했다. 해적들은 사살되거나 바다로 추락한 듯 보였다.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로 돌진하는 우리 고속정에 대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고속정에 타고 있던 특수전 대원 3명이 부상했다. 최영함이 해적들이 타고 있던 고속 보트를 인양했다. AK-47 소총 3자루 어부들이 쓰는 칼 서너 자루 탄창(30발 장전용) 사다리 3개를 확보했다. 해적 4명은 헤엄쳐 삼호주얼리호로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 돌려주면 고향집으로 보내준다" 회유= 삼호해운 측과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통신은 계속됐다. 1차 작전 뒤 선장은 "우리는 안전하다. 해적들이 당혹하고 겁먹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최영함은 해적들을 상대로 투항 설득을 시작했다. "삼호주얼리호와 선원들을 돌려주면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주겠다." "해적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가족들과 부족을 위해 돈 벌러 나온 어부 출신들임을 감안해 투항 작업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10시23분. 삼호주얼리호에서 13㎞ 떨어진 곳에 90t급의 어선이 나타났다. 최영함 조영주 함장은 해적 증원 세력으로 추정했다. 경고 방송과 사격에도 삼호주얼리호 쪽으로 접근을 계속하다 정지했다. 선박 검색을 한 결과 해적선이 아닌 이란 어선으로 판명됐다. 최영함은 3.6㎞ 거리를 유지하며 소말리아 해역으로 방향을 튼 삼호주얼리호를 따라갔다. 오만 해군의 헬기가 도착해 부상병을 오만의 대학병원으로 후송했다. 해적들에 대한 투항 설득 위협 사격은 계속됐다. 해적들을 지치도록 하기위한 전략이었다. #만월(滿月)의 은은한 빛 속에 전격 작전= 21일 오전 4시58분. 삼호주얼리호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근거지인 가라카드 항구로부터 124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592㎞ 뒤엔 해적 모선이 마중 나와 있었다. 해적들이 합류하면 작전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미 5함대 사령부의 구축함이 지원을 위해 도착해 있었다. 오만 경비함도 18일부터 동행 항해 중이었다. 물러설 수 없는 작전 시간이 됐다. 작전은 여명이 밝아오는 때 시작한다는 뜻으로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정해졌다. 한민구 합참의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하늘엔 보름달이 여전히 떠 있었다. 작전은 20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 합참의 승인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링스 헬기가 떴고 최영함의 함포 사격 속에 고속정 3대가 삼호주얼리호로 진입했다. 4시간58분 만에 작전은 끝났다. 우리 해군이 대양의 공해에서 해적을 무찌르고 우리 선원들과 재산을 구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김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2011.01.21. 20:41
지난해 4월 3일 태극기가 덮인 한 구의 시신 앞에서 핏발선 눈으로 비장한 군가를 부르던 그들의 모습. 천안함 폭침으로 실종된 전우의 시신을 수습하다 순직한 'UDT 전설' 한주호 준위의 장례식 때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사들인 한 준위의 후예들이 울대뼈가 터져나오듯 울분 섞어 부르던 그 군가는 인도양 먼 바다에서 팡파르가 되어 돌아왔다. 해군의 자존심을 심해에 묻으며 한국인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던 그 날 이후 10개월 그들은 다시 살아났고 대한민국을 살렸다. 지난 15일(이하 현지 시간) 삼호 주얼리호를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은 6일 만에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 해군 최영함 특수부대에 완전 제압됐다. 한국인 8명을 포함한 선원 21명을 모두 구출했고 해적 13명 중 8명을 사살 5명은 생포했다. UDT대원들은 작전이 개시되자 전광석화 같이 주얼리호에 올라 5분 만에 선교(선박 지휘부)를 장악했고 4시간 58분 만에 상황을 끝냈다. 공해상에서 사상 처음으로 수행한 완벽한 작전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위신이 땅에 처박힌 우리 군이었기에 이번 승전보는 더욱 빛났다. "한국 군대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 우려가 컸는데 이번 작전으로 그런 불신이 말끔히 씻겼다. 너무나 기쁘고 자랑스럽다."(남문기 미주한인총연회장) "해적들에게 거액을 주고 협상했을 땐 분통이 터졌다. 이번엔 한국군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이종구 전미복지협회장) "속이 후련하고 통쾌하다. 한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케빈 강.봉제업) "우리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김명식.72) 선원 21명과 해적 8명이 섞여 있는 배에 진입해 총격전을 벌여야 하는 작전은 얼마나 피말리는 결단이 필요했을까. 단 한명의 우리측 사망자라도 발생한다면 작전은 빛이 바랠 수도 있었던 상황. 완벽한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작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신념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수행한 작전이었기에 한국인 모두가 힘찬 박수를 보내며 우리 군을 대견해 하고 있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지켜보며 ‘무늬만 군대’라며 혀를 찼던 미주 한인들의 감격은 더할 나위 없다. 이번에 UDT 대원들의 용맹무쌍한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힘을 다시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헌병으로 복무했던 김상옥(74ㆍ아폴로 트로피 대표)씨의 소회다. “코리아란 이름이 자랑스럽다. 군복 입은 젊은이들이 대견스럽다. 그들에게 최고의 훈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이원영 기자
2011.01.21.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