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과 사뭇 다르게 요즘은 '계약'이라는 말이 참으로 모든 이들에게 익숙해졌다. 미덕을 바탕으로 구두로 맺던 약속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이고 건물주와의 리스 계약 렌트 가맹점 하나를 열어도 프랜차이즈 사업체를 매매할 때에도 계약서 사채를 주고 받아도 노트를 작성하며 많은 분들이 법적인 절차를 존중하는 풍토가 생겼다. 심지어 헐리웃 스타들은 결혼 계약서도 작성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아무리 신중하게 작성한 계약서라 해도 상황이 변하고 조건에 따라 적절하게 원본을 수정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부동산이나 상업용 계약서의 수정본은 'Addendum'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에 준하여 작성되는 에스크로나 인스트럭션의 수정본은 'Amendment'으로 표현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일단 변동된 사항에 대한 수정안을 원하는 경우에는 에이전트 혹은 브로커에게 통보를 하여야 하며 Addendum을 작성하여 쌍방이 사인을 하여 동의를 구한 다음에 대개 에스크로에 요청이 들어오도록 되어있다.
Addendum을 받은 에스크로 오피서는 즉시 Amendment을 작성하여 다시 셀러 바이어 융자 은행 그리고 브로커에게 서류를 보내며 만약 어느 한 쪽이 동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그 서류는 무의미 하다고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은행이 양측이 모두 사인한 Amendment을 증명된 서류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일도 있으므로 중요한 사항이다.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일단 계약서를 작성할 는 동의하고 후에 마음이 변하면 에스크로 서류를 사인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작전(?)을 해도 된다는 착각이다. 1998년 이후 가주의 부동산 계약서는 계약서임과 동시에 에스크로가 합하여진 종합 계약서로 바뀌었다. 따라서 에스크로 서류는 추가 사항에 대한 언급만 되어있을 뿐 큰 의미가 없고 만약 어느 한 쪽의 사인이 미비한 경우 지연이 되는 심각한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계약에 지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계약서에 있는 사항을 위반 혹은 고의로 지연시킬 시에는 상황이 다르다.
예를 들면 3일 이내로 하게 되어있는 디파짓을 부도를 낸다던가 시로부터 받은 통보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엄연한 계약 위반이 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일은 바이어들이 시간을 좀 더 끌기 위해 계약시에 잔고없는 체크를 제출하고 후에 다른 계좌에서 펀드를 이체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디파짓을 못하고 있거나 체크를 돌아오게 만드는 경우이다.
셀러가 다른 바이어로 교체하거나 계약을 취소하여도 할 말이 없다. 잔고없는 체크를 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혹 어떤 바이어들은 브로커에게 이야기 했다고도 하고 몰랐다고도 하지만 경쟁이 붙은 매물에 대해 어떤 이유로든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에스크로 중간에 정확한 바이어의 타이틀에 오를 전문 용어로 'Vesting'이라고 하는 이름에 대한 바이어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래 전 홍 길동씨와 홍 길순씨라고 되어 있는 바이어의 이름을 보고 별 확인없이 'Husband and Wife'라고 문서를 작성한 에스크로 오피서가 참으로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디파짓한 체크에도 나란히 적혔던 둘은 부부가 아닌 남매였던 것이다.
웃으면서 이해할 수도 있는 사항이겠으나 투자 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 있었던 두 분에게는 지극히 화가나는 부분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확인을 하지 못한 에스크로 오피서에게 책임이 있기에 머리 숙여 사과를 하고 조심하여 클로징하도록 하였다. 때로는 남매가 아닌 흔한 성을 가진 친구일 수도 있고 그저 파트너일 수도 있어 그 후로 직원들에게 얘기하며 기억을 상기 시키고 있다.
아직 부동산 계약서는 한국말로 번역이 나와 있지 않으나 한인 에스크로 오피서로부터 설명을 듣고 사인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며 또 그 중심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