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레즈를 기억하는 올드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빅 레드 머신'이다. 자니 벤치 토니 페레즈 조 모건 피트 로즈로 이어지는 추억의 방망이 군단은 타팀들의 마운드를 초토화시키며 7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바 있다. 올해 신시내티는 '빅레드 머신 2기'를 출범해 내셔널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MVP 조이 보토(3할2푼4리 37홈런 113타점)를 중심으로 올스타출신 2루수 브랜든 필립스(2할7푼5리 18홈런 59타점) 제이 브루스(2할8푼1리 25홈런 70타점) 드루 스터브(2할5푼5리 22홈런 77타점)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은 가능성과 파괴력에서 합격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노장 스캇 롤렌(2할8푼5리 20홈런 83타점)과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자니 고메스(2할6푼6리 18홈런 86타점)의 활약까지 이어진다면 파괴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라는 찬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투수들의 심리를 자극할 빠른 발을 가진 1번 타자감이 없다는 것. 기동력이 함께 동반된다면 타선의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신시내티의 유일한 취약점은 유격수 포지션이다. 지난해 리그 2위를 기록한 수비율(9할8푼8리)에는 9할7푼7리의 수비율을 보여준 올랜도 카브레라의 수비도 한 몫을 했다.
이런 카브레라의 공백은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신시내티로서는 일단 지난해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활약한 파울 자니쉬에게 기회를 주겠지만 기대만큼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마운드에 부는 변화의 바람
신시내티의 선발진에는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수년간 에이스 역할을 해온 애런 하랑이 팀을 떠나고 그 자리에 에디슨 볼퀘스가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로 내정된 상태다.
이제 노장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브론슨 아로요 미래의 1선발급 재능을 가진 자니 쿠에토가 차례로 선발진을 책임진다. 호머 베일리 트래비스 우드 마이크 리크가 남아있는 2명의 선발 자리를 놓고 스프링캠프에서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영글지 않은 신예급 선수들이 선발투수 중심의 경기를 선호하는 '혹사의 달인' 더스티 베이커의 스타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신시내티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쿠바 특급 아롤디스 채프먼이다.
100마일의 광속구를 뿌리는 채프먼은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무리 선발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형태다. 일단 올해도 불펜진에서 시즌을 시작할 채프먼은 풀타임시즌을 보내며 보직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에는 프란시스코 코데로가 마운드를 그대로 지킨다. 하지만 코데로는 지난 시즌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시즌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3.84)을 기록한 바 있어 신뢰감이 예전만큼 높지만은 않아보인다.
내셔널리그 MVP라는 직함이 아깝지 않은 보토의 2010년 성적이다. 메이저리거 4년차에 이미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보토의 존재는 상대 팀에게는 경계 대상 1호이자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출루율 장타율과 뛰어난 선구안에 좌타자라는 점 여기에 지난 해부터는 16개의 도루가 증명하듯 베이스 러닝에서도 눈을 뜨며 공략불가능한 선수가 되어 버렸다.
특히 주자가 있을시에는 타율이 더욱 올라가는 클러치 능력(주자가 있을시 타율 .379 득점권 주자 .369 만루 .364)까지 겸비한 보토와 상대하는 투수들로서는 주자가 없을때가 아니라면 섣불리 정면승부를 하기엔 너무나도 무서운 존재다.
아롤디스 채프먼(P)
22살의 유망주에게 6년간 3025만 달러(보너스 1625만 달러)를 쏟아부을 때만 해도 우려와 비난만 가득했다(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4년 1510만 달러). 하지만 입단과 함께 6개월이 되지 않는 마이너 생활을 넘어서고 시즌 후반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데뷔하며 우려를 잠식시켰다. 채프먼의 장점은 100마일을 넘어서는 광속 직구로 실제 트리플 A에서 그가 기록한 최고 구속은 105.1마일에 달한다.
이와함께 수준급 슬라이더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는 채프먼은 시즌 초반 마무리 코데로가 부진하면 전격 마무리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채프먼이 선발이냐 마무리냐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리한 논쟁은 올시즌 플레이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