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레이스는 지난해 팀 전체 페이롤 7200만 달러(리그 19위)을 소비하며 96승66패를 기록 2008년 이후 3년만에 동부조 정상을 탈환했다. 같은 해 양키스와 보스턴이 도합 4억 달러의 페이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한다면 또 한번의 '다윗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탬파베이의 구단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은 관중은 경기당 평균 2만3024명으로 전체 22위를 기록 팬들에게는 아직까지 매력적인 구단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이로인해 구단 프론트진은 스토브리그 개막과 함께 팀 핵심 선수들을 대부분 떠나 보냈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외야수 칼 크로포드(3할7리 19홈런 90타점) 28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칼로스 페냐와 리드오프 유격수 제이슨 바틀렛까지 팀을 떠나며 공격력 누수는 어느정도 감안해야하는 상황이다.
마운드는 중심이 다뜯어져 나간 형태다. 지난해 노히트노런의 사나이 맷 가자(15승10패 평균자책점 3.33)는 트레이드를 통해 컵스로 보냈고 지난해 25홀드 평균자책점 1.34를 기록한 리그 최정상급 셋업맨 호아킨 베노아와 3승2패 45세이브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한 특급 마무리 라파엘 소리아노는 FA로 둥지를 틀었다. 이 정도면 올시즌은 사실상 접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타격이라 볼 수 있다.
넘치는 유망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탬파베이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아 보인다. 과거 리그 꼴지자리를 독차지하던 시기 모아두었던 유망주라는 보석들이 아직도 무수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먼저 맷 가자가 빠진 선발진영에는 '헬보이' 제레미 헬릭슨이 가세하며 전력누수를 최소화했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선발 5명 전원이 16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2승 이상을 거두는 초특급 활약을 펼쳤다. 선발 전원 12승 이상 기록은 200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카펜터-멀더-모리스-마퀴-수판) 이후 처음이며 아메리칸리그에서 160이닝 이상에 12승 이상은 1977년 볼티모어 오리어스 이후 33년이었다. 제레미 헬릭슨은 올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특급 선발투수기 때문에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마운드의 황금기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불펜진에는 조엘 페랄타가 마무리로 고정되며 제이크 맥기와 제이슨 바틀렛 트레이드로 영입한 애덤 러셀 세자르 라모스가 셋업맨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비해 불펜의 힘은 절반 이하로 약화된 이상 선발진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 형세다.
이제는 터져야만 하는 듀오
탬파베이의 공격력은 확실히 둔화됐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BJ 업튼과 벤 조브리스트로 대표되는 외야 포텐셜 듀오의 방망이가 절실하다. 2002년 1라운드 2번픽으로 대표적인 5툴 플레이어로 각광받던 업튼은 벌써 빅리스 7년차를 맞이하는 선수다. 문제는 아직도 포텐셜만 남아있다는 것. 업튼은 지난해 2할3푼7리 18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며 2007년 3할 24홈런 82타점를 기록했던 시즌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올렸다.
조브리스트도 2009년 2할9푼7리 27홈런 91타점에서 지난해 2할3푼8리 10홈런 75타점으로 무너지며 팀에 큰 실망감을 알려줬다. 두 선수 모두 20대인데다 과거 전성기의 짜릿함을 느껴본만큼 정상급 궤도로 실력을 발휘한다면 팀 타선은 짜임새있는 변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24살의 겁없는 신예 데스몬드 제닝스의 포텐셜까지 터진다면 호타준족이 넘치는 타선은 방망이와 발로 상대팀들의 베이스를 집중공략할 것이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2할4푼7리(전체 26위)에 불과한 팀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취약점을 리그 1위의 도루(172개)와 볼넷(672개)로 극복했다. 도루는 팀 색채상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볼넷은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팀 타율을 높이지 않는한 동부조 2연패는 미션 임파서블이 될지도 모르겠다.
주목할 만한 인물 데이비드 프라이스(P)
2007년 1라운드 1번픽으로 '제 2의 랜디 잔슨'으로 부각된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지난해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었다. 19승 6패 평균자책점 2.72을 기록하며 삼진은 188개를 잡아낸 프라이스는 이제 탬파베이의 에이스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했다. 6피트 6인치의 큰 신장을 이용해 강력한 직구와 슬라이더를 보유한 프라이스는 올시즌 20승을 목표로 사이영 위너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제레미 헬릭슨(P)
맷 가자를 팔며 탬파베이는 이학주를 포함해 재능있는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손해보는 장사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다. 지난해 트리플 A에서 12승 3패 평균 자책점 2.72에 12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마이너무대가 더이상 공략대상이 아님을 명맥히 나타낸 헬릭슨이 있었기 때문이다. 헬릭슨은 완벽한 제구와 완급 조절로 벌써부터 정평이 나있는터라 리그 안착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편이다. 헬릭슨이 로테이션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간다면 탬파베이는 타선이 가장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조에서 최강의 선발라인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